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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블루 16

     날짜 : 2008년 11월 27일 (목) 4:36:28 오후     조회 : 4324      
낮이 이제는 익을 듯도 한데 이 우중충한 카페는 아직 낮설다.
어쩌다 내가 이 카페의 "모임"이라는 걸 알게 되었지?
아마도 아웃사이더들의 대화방이었을 것이다.
이 곳은 아웃사이더라 불리는 자들의 만남의 장소다.
아웃사이더라. 아웃사이더. 변두리의 사람이란 뜻이다.
나같이 사회에게서 상처받은 사람들, 그래서 더이상 상처받기를 원하지 않는 사람들.
그러나 친구가 필요했던 사람들. 이런 사람들이 이 카페에는 모여있다.
이른바 모임이다. 다른 거창한 단어도 필요없이. 그저 모임일 뿐이다.

나는 이 곳 테라스로 걸어갔다.

"여러분."

실로 몇 년 만에 내가 먼저 말을 건네는 것인가. 그 것도 이렇게 큰 목소리로.
가늘게 떨려오고 있었다. 약의 기운이 더 필요하다고 느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저... 저 말이에요, 저와 진정으로 마음을 ... 예... 그래요... 마음을.... 터 놓 을 수 있는.... 그... 그런..."

......

"저.. 저... 그러.. 그러니까 있잖아요... 그 누구에게도 상처 받지 않으면서... 여.. 영혼의..."

......
......
......
......

아

무

도

듣

고

있

지

않

다.

심지어 이쪽을 쳐다보고도 있지 않다.

나는 점점 오줌을 쌀 것 같은 표정으로 더듬거리고 있었다.

"저.. 저기.. 그러... 니까 있잖아요... 저... 에게... 상처를 주... 주지 않으시..면...서..."

...
...
...
...

더 이상은 무의미하다.
더 이상은 무의미하다.
더 이상은 정말로
더 이상은 정말로 무의미하다.

부끄러움이 폭풍처럼 몰려온다.
바짓가랑이가 순식간에 축축해져 온다.
파란 골덴 바지가 어두워져간다.
물방울이 신발 사이로 흐른다.
테라스 바닥은 이미 질펀하게 젖어버렸다.

흐... 흑... 흑흑...

나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울고 있었다.    -夕風

- 夕風 - 외로운 저녁날, 춤을 추는 노을빛 아래 나의 고향 마을은 어둠에 잠기어가고 슬픈 노랫자락 바람에 날리울 때 가만히 잘 우린 얼그레이 한 잔 집어들고 읊어 본다. 나의, 저녁 바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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