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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보니 벌써 해는 지고 없었다.
"할아버지 저 이제 갈게요! 내일 공원으로 뵈러 갈게요, 안녕히 계세요."
탁
좁은 방 가득 채운 느긋한 홍차 향기, 식탁에 남겨져 있는 과자 부스러기, 아직 의자에 온기로서 남아 있는 누군가 왔다 간 흔적.
그렇게 또다시 하루가 지났다고 생각한다.
창문 너머로 보이는 얼마 없는 별들, 작은 달, 이젠 한 풀 죽은 눈 보라.
주변을 마저 정리하고 흔들의자로 향한다.
삐걱 삐걱 흔들리는 흔들의자.
아직 남아 있는 홍차 향기..
기분 좋게 따뜻한 방 안
소년과 처음 만났을 때부터 그 소년에게 무슨 향이 난다고 줄 곳 생각해왔었다.
그윽이 홍차 향기가 퍼졌을 때조차 그 향기는 지울 수 없다고 생각했다.
뭔가 생각날 듯하며 생각나지 않는 그 향은 무슨 향일까?
무슨 향이지..?
기분 좋게 따뜻한 방 안
아직 남아 있는 홍차 향기
삐걱 거리는 흔들의자
그리고 기억나지 않는 향기 속에서
눈치없는 눈꺼풀이 조용히 그리고 무겁게 내려앉는다..
.
.
.
.
"음, 그래 현태는 공부 잘하니깐 인 서울 할 수 있을 거야. 뭐 현태는 상담할 내용이 별로 없네 하하 "
"네 그럼 감사합니다."
"응, 그래 가서 승우 교무실로 오라 그래"
"네"
터벅터벅
사실 난 공부를 이렇게 잘할 정도로 열심히 하지 않았다. 고등학교에 오기 전 까진 말이다.
중학교 시절은 대충 해도 점수가 꽤 잘 나왔기에 애초에 공부 습관도 없었고 말이다.
하지만 고등학교에서 와서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단순히 내 꿈을 위해서 공부를 시작했을 수도 있었지만 시작의 이유에 꿈만이 있던 건 아니었다.
드르륵 탁
터벅터벅
" 승우야 너 담임선생님이 오시래 "
"응? 아 벌써 내 차례구나 알았어 고마워"
벌써 9월 고3의 9월이 왔다.
원서접수, 수능 공부, 면접 준비
학생 선생 할거 없이 모두가 바쁜 시간
문과를 선택한 소년에게 이미 천문학자라는 꿈은 너무도 멀어 있었다.
그럼에도 소년은 아직도 꿈을 놓지 못하고 있다.
고2 문과를 택한 이후 이상만을 보고 달려왔다.
소년의 이상과 꿈의 기로에서 꿈을 택할 때면 항상 소년에게는 너무도 부조리한 현실이 가로막고 서있었다.
꿈은커녕 하루하루 살기 바쁜 자들도 있는데 태평하게 꿈을 꾸며 살아도 되는 걸까?
그런 생각에 이상을 택할 때면 또다시 꿈에 대한 아쉬움과 이상의 달성에 대한 불안감이 엄습했다.
나 챙기기도 바쁜 지금 내가 무슨 오지랖으로 그런 걸 걱정하는지 우습군
과연 내가 이상을 좇는다 한들 이룰 수 있을까?
그런 갈등은 문과를 택함에 꿈과 이미 멀어졌을 때도 끝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더 강렬히 엃혀갔을 뿐 이었다.
그 중간에 서서 어느 것도 택하지 못한 채 맞이한 고3의 봄은 너무나도 차가웠다.
현실을 잘 알고 있다고 자만하던 꼬맹이는 진짜 현실을 맞이해버렸다.
자신이 쫓는 이상이라는 게 왜 이상인지 깨닫게 되었다.
이룰 수 없기에.. 다다르기엔 너무나도 큰 벽이 막고 서있기에..
그러기에 이상이라는 걸
이상이라는 이름보단 무지개라는 이름이 더 어울린다는 것을
2년 남짓 억지로 걸어와 마침내 다다란 그 이상이라는 길의 시작에 서서
수많은 사람들이 왜 결국 넥타이를 맬 수밖에 없었는지 뼈저리게 느꼈다.
최소한 소년에겐 말이다.
그 시절의 19살 소년에겐 말이다.
선택할 수 없는 꿈과 이룰 수 없는 이상 사이
중학교 시절 시작된 그저 작은 꿈과 이상의 갈등은
점점 커지고 커져
마침내 괴물이 되어있었다.
하지만 소년에겐 아직 젊음의 특권이라는 게 남아 있었다.
소년은 그래도 선택할 수 있는 길을 가고자 했다.
이룰 수 없다 한들 아직 모르는 거라고 생각하면서..
"꿈까지 포기하고 걸어온 2년.. 지금 포기하면 지금까지의 2년은 아무것도 아니게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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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일락 향기를 맡으며 4월의 봄을 만끽하며 한 대학생이 걸어가고 있다
그 청년의 손에 있는 학생증이 보인다
ㅁㅁ대학교 경영학과 oo 학번 정현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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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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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라일락... "
똑 똑
"할아버지!"
노크 소리와 라일락 향기에
분명 그 소년의 향기는 겨울에 피는 라일락 향기 라 생각하며
꿈에서 기분 좋게 깨어난다
겨울의 라일락 향기를 맡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