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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그날의 봄 -#1 유년기의 봄

     날짜 : 2015년 10월 11일 (일) 5:43:58 오후     조회 : 4713      
읽어주셔서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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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엌으로부터 오는 기름냄새를 맡으며 나름 분주한 분위기 속에서 15살의 소년은 어김없이 추운 겨울이라 생각하며 서서히 눈을 뜨고 있다.
여느 또래들과 다를 바 없어 보이는 소년은 바깥에서 내리는 눈을 보며 잠시 멍해진다.
집을 나서고 신호등을 기다리고 학교를 향해 걸어간다.
같은 표정의 사람들, 그중 몇몇 특이한 표정.
분주하게 움직이는 발걸음들, 그중 몇몇 느긋한 발걸음.
말없이 흘러가는 버스 안의 시간, 그중 몇몇 친구 간의 대화.
매번 다를 바 없는 일상 속에 소년은 또다시 그 일상을 반복하고 있다.
학교에 도착한 소년은 가방을 자리에 놓고 차가운 손을 난로에 가서 녹인다.
난로 주변엔 그 소년 외에도 여러 아이들이 있다.
수업이 시작하기 전 난로에서 짧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시간이 다 되고 난로 주변의 소년들은 모두 제자리에 가 앉는다.
1년 전부터 였다고 소년은 생각한다.
자신의 마음 한편 꿈이 아닌 다른 무언가가 생기기 시작한 게
소년에겐 천문학자라는 꿈이 있었다.
하늘의 별을 바라보는 걸 좋아했고 우주를 상상하면 가슴이 뛰었다.
그런 소년은 우주를 동경했다.
그것이 시작이었다.
소년은 혼자 생각하는 걸 좋아했고 우주를 상상함과 동시에 세상에 대해서도 상상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처음엔 자신이 있는 이 지구라는 환경에 대해 과연 무엇인지 생각해 보는 정도였다.
하지만 그 생각은 점차 우주와 뉴턴에게서 멀어져 갔다.
이 세상의 비밀과 물리법칙이 아닌 점점 이 세상의 사회와 현상에 대해 생각하고 궁금해지기 시작했던 것이다.



천원 쪼가리 하나 없어 종이를 줍는 할머니를 본 날.
소년은 자신의 마음 한편에 강하게 울리는 그 울림을 잊지 못 했다.
세차게 내리는 눈발 속, 두텁게 쌓인 눈 때문에 제대로 걷기도 힘든 거리
그런 상황 속에서 누더기라는 표현조차 완벽하지 못할 옷 같은 걸 대충 걸치고 종이를 줍던 할머니를 보게 된 날.
소년의 꿈이 자리 잡던 공간에 무언가가 비집고 들어오기 시작했다.
' 이게 제대로 된 세상인가 '


순수한 과학적 호기심으로 세상과 우주를 바라보던 눈은 마침내 차갑고 매정한 이 세상의 이면과 마주해버렸다.
꽃이 피고 지는 지구를 보고 이 얼마나 경이로운 세상인가라고 감탄했던 소년의 순수한 눈에 꽃조차 피우지 못한 한 사람의 인생이 비쳤다.
그때부터 소년의 우주는 조금씩 닫혀갔다.
머리 가득 매우던 그 물리법칙 진리에 대한 물음은 이 세상에 대한 물음으로 바뀌어갔다.


뉴턴은 더 이상 소년의 방에 없다.
매일 주말마다 찾아오던 아인슈타인도 이제 더 이상 오지 않는다.


소년은 지금 꿈과 이상에서 고민하고 있다.
15살의 파릇한 나이에 소년의 봄이 벌써부터 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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