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50시간을 집안에서 보냈더니 휴즈가 나간 느낌이 든다.
이렇다 한 일을 한것도 아니다 밥먹고 자고 다시 밥먹고 자고 컴퓨터 켰다가 끄고 불끄러 가는 것도 잊고 본능에 맡겨 자고 할 일이 생겨나면 다시 했다가 그리고 자고 그렇게 시간이 지났는데, 불안함 편안함 이런 감정이 다 없어진것 같다.
살아있는 생명이라기 보다는 항상 무언가를 소비하는 소비체, 낭비체같다. 시간을 소비하고 돈을 소비하고 에너지를 소비한다. 그렇게 사들인다는 것보다 쓴다는 행동이 더 강한 인간, 나 라는 새로운 종의 인간이 탄생한 것이다.
밥은 있지만 반찬에 싫증이 나서 라면을 사러 나왔다. 이른 아침 5시, 거리에는 사람은 별로 없었지만
마주치는 사람들 마다 담배를 피거나 만취한 상태에서 서로를 부축해가며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것과는 상이하게 나는 24시간 하는 가계에 들려 요기거리를 찾고 있었다. 늦은 시간이라고는 생각지도 않았다.
왠일인지 가계에서 내가 아는 노래소리가 흘러나왔다. 보통 많은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음악, 대중적이지는 않지만 감성적인 멜로디들, 난 간단한 것을 사려했지만 음악이 끝날 때까지 시간을 때우기 위해 몇 가지 더 골랐다
파니핑크 - 처음이자 마지막에 관하여
나에게 이 밴드의 음악은 정말 우연적이였다. 심야 음악방송에서 한 가수에 도우미로 나왔던 것을 단숨에 빠져들었으니 말이다.
집으로 왔다. 보일러는 내가 집에있는동안 쉬지않고 집을 따뜻하게 했기 때문에 이젠 수고했다는 의미로 꺼두었다. 라면 먹기도 귀잖아서 다시 누웠다. 꿈만 같다. 이렇게 한가한 시간이 있다는것이... 3일 전까지만 해도 목적을 갖고 바쁘게 뛰어다니던 나날은 일기에서나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완전한 자유, 누구에게도 해를 가하지 않고 나 자신이 하고 싶은데로 완벽한 모습을 추구할수 있게 되었다. 휴대폰은 있지만 울리지 않는다. 더이상 내가 타인에게 필요한 정보도 없고 타인도 내게 필요한 것이 없다. 모든 것을 깔끔하게 마무리 지었다고 생각한다. 이 사회와 관련된 모든 것들로부터...
"다시 시작하자" 라고 생각하는건 나중에 일이다. 일단 오늘도 조금 더 자야겠다. 제발 몇일만 내게 이런 시간을 좀 더 허락해 주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