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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블루 Blue; remake. 13

     날짜 : 2010년 02월 17일 (수) 11:56:36 오후     조회 : 3378      
 그대의 이름은 블루. 파아란 하늘처럼 드넓은 마음을 가진 사람. 그 하늘 한 가운데 반짝이는 봄날의 햇살처럼 따스하게 나를 감싸주는 사람. 그 아래 거울처럼 고요한 바다처럼, 나의 모든 것을 받아들여줄 수 있는 사람.

 덜컹거리는 버스에 앉아 83은 몇 마디의 글귀를 중얼거리고있다. 공허한 말장난으로 조금의 감동을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을 詩라고 착각할 만큼 어리석진 않지만, 그래도 왠지 詩라고 표현하고 싶어진다. 현실 그 자체를 반영하지 못하는 詩, 참여하지 못하는 詩, 마음 내면을 파고들지 못하고 그 껍데기만 핥고 있는 詩. 그게 이 빌어먹을 그의 詩였다. 이 짓도 별로 재미가 없다. 의미가 없으니까. 의미가 없으면 재미가 없다? 그러면 어떻게 의미를 만들어내지? 83은 스쳐지나가는 도시의 풍경을 바라보며 중얼거린다. 파아란 방의 창문의 커튼을 걷어낼 수 있는 건 파아란 것 뿐이다? 알 수 없다.

 학원 앞에 도착한다. 코흘리개 중학생들이 승합차에서 줄줄이 내린다. 가끔씩은 중학교 애들의 수업을 들어가곤한다. 몇몇은 그가 수업을 하는 반의 아이들이다. 이름까지는 잘 기억하지 못하지만. 그렇지만 아무도 아는 척을 하지 않는다. 83은 약간 빈정상한 눈빛으로 무리들을 노려본다. 그제서야 수업을 듣는 아이들 몇몇이, 아주 약간 고개를 숙여 인사같은 행동을 보인다. 아주, 아주 약간. 한 1초 정도 되었을라나? 철저하게 남남인 관계다. 그도 아주 약간 고개를 숙여서 인사같은 행동을 보인 다음, 교무실로 올라간다.

 부장 선생님이 커피를 뽑고 있다. 안녕하세요, 부장 쌤. 하고 인사를 한다. 83의 직책은 낮은 편이었지만 그 위압적인 모습 때문에 그 누구도 겉으로는 대놓고 그를 얕보지 못했다. 물론 "겉으로"에만 해당된 경우다. 속은 어떨지 알 수 없다. 알면 그게 미친 거지. 부장 쌤이 답례를 한다. 그리고는 간단한 몇 마디.

"8쌤, 이번주부터 D고랑 K고 중간고사 시험기간이지?"
"예~ 또 열씸히 한 주동안 달려봐야지 않겠십니까."
"워따, 그렇지. 달려봐야지, ㅋㅋ 프린트는 준비 다 됬는감?"
"오늘부터 시작할긴데 당연하지예. 이제 슬슬 뽑기 시작할랍니다."
"아니, 그럴 필요없어. 시방 오늘부로 새 쌤이 오싯걸랑게."

 새로운 선생님? 그는 국어와 사회, 역사를 가르치는 학원선생이었다. 물론 단기기 때문에 여기서 오래 죽치고 앉아있을 생각은 없다만, 이 학원은 규모가 그렇게 크지 않기 때문에 사회, 역사와 같은 사회탐구영역을 전문적으로 가르치는 선생이 없었다. 그래서 83은 주 전공인 국어보다는 사회, 역사에 대한 수업을 진행하는 경우가 훨씬 더 잦았다. 물론 그의 적성에는 그 과목들이 더 맞지만.

"새 쌤이예?"
"응~응. D여대 사회교육과 휴학중인 분인디, 알바 말고 기간제라도 제대로 하는건 처음이라는구만. 8쌤이 잘 도와줘야할거여."
"예... 그래야지예."
"그리고 쌤한테도 나쁘지 않을거여~ ㅋ. 좀 숫기가 없어보이기는 하지만 허벌나게 귀여운 여자였당게."

 쳇. 나더러 작업이라도 걸라는 건가. 이 40대가 조금 넘은, 머리가 벗겨진 뚱뚱한 사람을 바라본다. 수학을 가르치는 이 사람은 그 걸죽한 입담만큼이나 수업도 잘하기로 유명했다. 하지만 늘상 실실 웃고 다니기만 하는 이 사람의 속을 아는 사람은, 그 누구도 없었다. 이런 사람은 조심해야 한다. 이 곳의 서열 2위인 사람이다. 분명히 뒤에서 일을 꾸미는 데에 능력이 있을 것이다. 83은 늘 그런 생각을 했다.

"아, 저기 오는구마잉. 파 쌤~ 여기 8쌤한테 인사 좀 드려랑게."

"아... 네... 절 부르신 건가요?"

 복사기가 있는 건너편 테이블에서 자그마한 여자 하나가 고개를 내민다. 순간 83은 멈칫, 하고 뒤로 물러선다. 왠지 모르게 닮았다. 왠지 모르게. 저 커다랗고 약간 처진 눈, 하얀 피부, 155cm도 되어보이지 않는 갸날픈 몸, 적어도 10년은 어려보인다고 해도 의심하지 않을 정도의 동안, 그리고 약간 곤란해하는, 정말로 숫기 없어보이는 표정.  그렇지만 그 커다란 눈망울에서 따뜻함이 느껴지는 사람.
 
 이런 빌어먹을, 옛날의 그 사람이랑 너무 닮았어.

"인사드려랑게. 국어랑 사탐을 맡고 있는 83 쌤이여."
"아... 예... 아, 안녕하세요... 이번에 새로 국어랑 사탐을 맡게 된 파랑이라고 합니다. 자.. 잘 부탁드려요..."

 소심한 사람의 전형을 보여주는 스타일이다. 그렇지만 그는 이런 종류의 사람들에게 거의 병적일 정도로 약했다. 그렇지만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는다.

"예... 안녕하세요. 저는 여기서 2년 동안 국어랑 사탐을 가르친 83입니더. 저야말로 잘 부탁드립니더."

 놀라는 눈치.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최대한 부드럽게 얘기를 한다고 해도 이놈의 억양은 지워지지가 않는다. 게다가 거의 시비조로 들릴 만한 말투. 그리고는 주눅이 들었다는 것을 그대로 얼굴에 써 보이고 만다. 귀엽다. 응? 귀엽다고?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거야. 새로온 쌤이 귀여워서 뭐 어쩌라고.

"자... 그라며는 우선, 이번주부터 D고랑 K고가 중간고사 준비를 해야하거든예. 우선 이번에은 쌤께서 수업을 하시는게 처음이시니까, 제가 만들어온 프린트가지고 수업을 해주시겠심니꺼. 머... 쪼까 부족하기는 합니다만, 우선은 요걸 잘 살펴보시고 말씀을 좀 해주세요. 그라며는..."
"아, 잠깐. 말 끊어서 미안헌디, 파 쌤은 오늘은 수업을 안 들어가시고 내일부터 들어가실거여. 오늘은 쌤말대루 지금 상황을 먼저 파악을 해야하니께. 안 그렇것는감?"

 생각해보니 그렇다. 당장 처음 툭, 하고 학원에 떨어뜨려놓는다고 바로 수업을 할 수 있지 않잖아. 내가 처음에 여기 왔을 때도, 대학 생활 내내 과외로 단련이 되어있었음에도 처음에 상당히 고생을 했었지. 그때는 국어랑 사탐을 나 혼자 다 맡아서 했었다. 2년이 지나면서 학원 규모가 커지고, 국어는 두 분 정도 새로운 쌤이 오셨다. 그렇지만 나는 정직원이 아니라는 이유 때문에 여전히 이곳에서 이방인 신세다. 사탐에 대한 것만 아니었으면 진작에 재계약이 안 되었을지도 모른다.

 왠지 이 여자를, 도와줘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夕風

- 夕風 - 외로운 저녁날, 춤을 추는 노을빛 아래 나의 고향 마을은 어둠에 잠기어가고 슬픈 노랫자락 바람에 날리울 때 가만히 잘 우린 얼그레이 한 잔 집어들고 읊어 본다. 나의, 저녁 바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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