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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블루 Blue; remake. 09

     날짜 : 2010년 02월 13일 (토) 5:24:05 오후     조회 : 3322      
 아침 햇살이 눈부시다. 밤새 하늘을 뒤덮고 있던 먹구름들이 개였나보다. 적당히 습기를 머금은 공기가 늦가을의 하늘을 맴돌고 있다. 그러나 그의 파아란 방의 창문은 닫혀있다. 그러므로 그 상쾌한 공기가 방 안으로 들어오지를 못한다. 평균치 이상의 이산화탄소와 불순물들이 그 어둠 속을 채우고 있다. 이 자그마한 창문으로는 채광이 잘 되지가 않는다. 특히 서쪽으로 나 있는 창문으로는 아침햇살이 절대로 들어오지 않는다. 해가 서쪽에서 뜨는 일은, 아직까지 지구상에서는 보고된 바가 없다.

 산발이 된 머리를 베게 옆에 갖다 놓은 채로 뒹굴거리던 83의 눈꺼풀이 스르르 열린다. 입가가 왠지 축축하다. 그날 밤에 흘렸던 눈물이 아직까지 젖은 채로 있었을 리는 없고 아마 침이 흐른 것일게다. 그런데 왠지 쇠붙이 냄새가 난다. 순간 확 하고 올라오는, 철분의 냄새. 설마 피가 흐르는 거냐. 그렇다면 코피밖에 없다. 이런 제기랄. 83은 순식간에 침대를 박차고 나와서 화장실로 달려간다. 아니나다를까, 많지는 않지만 조금씩 코피가 흐르고 있었다. 피가 터진다는 것은, 무언가 몸에서 불만족스러운 일이 있을 경우 혈관 중의 하나가 픽, 하고 터져버리는 것을 뜻한다. 이게 머릿속에서 터지는 순간 나의 이 괴로운 삶은 안식을 얻을 것이다. 심장이면 더 좋고. 그렇지만 그것들보다 더 약한 코라는 퓨즈가 있는 이상, 그런 일은 쉽사리 일어나지는 않을거다.

 연거푸 세수를 하고 휴지를 콧구멍에 쑤셔넣는다. 문득 침대가 더러워지지 않았을까를 걱정한다. 뭐, 걱정할 필요는 없다. 원래 더러운 침대시트에 핏자국 조금 묻었다고 아무도 흉을 보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 "아무도"라는 존재가 없기 때문이다. 딸깍딸깍. 83은 목을 비틀고 허리를 푼다. 아침이면 늘 뻐근한 곳들이다. 약을 먹지 않으면 그 뻐근함을 견딜 수가 없다. 물론 약이라는 것은 안 좋다. 사람을 알게 모르게 갉아먹는다. 그렇지만 지금 그깟 화학물보다 더 깊게 나를 갉아먹는 것이 얼마든지 있는 상황에서, 뭐 그런 건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창문을 바라본다. 아침 해가 말갛게 떴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저녁 노을의 불타는 풍경은 바라볼 수 있지만 아침 햇살의 상쾌함은 바라볼 수가 없다. 적어도 이 방 안에서는. 그래서 파아란 벽지는 그 색이 짙어진 적은 많지만 밝아진 적은 없다. 유일하게 그 밝기를 조절할 수 있는 방법은 형광등을 켜는 것 뿐이다.
그렇지만 지금은 책을 읽지 않으므로 형광등을 켤 필요가 없다. 컴퓨터를 하는 데는 컴퓨터의 밝기만 있으면 충분하지 않은가.

 거의 반사적으로 컴퓨터를 켠다. 오늘은 일을 하러 가는 날이지만 일은 오후 늦게부터 있다. 물론 준비해야할 일은 많다. 다음주면 한참 반항기일 녀석들의 중간고사 시험기간이다. 그깟 내신 몇 점 보다, 수능 성적이나 더 신경쓰라고 그렇게 이야기를 하지만 녀석들은 당장의 내신 등수에 목숨을 건다. 아직 수능을 쳐보지 않고 대학을 가보지 않았으니까, 그러는 거겠지. 하고 넘어간다. 

 학생들의 중간고사를 대비해주어야한다. 수업을 들을 때는 고개를 잘도 까딱거리던 인간들이, 수업이 끝나자마자 모든 정보를 포맷해버린다. 그리고는 누군가가 정리해준 내용들을, 시험기간만 되면 달달 외우다가, 시험이 되면 대부분 잊어버리고 시험을 망친다. 그래놓고 이 학원 선생의 프린트에서 시험 문제가 많이 나왔네, 아니네 하면서 왈가왈부거린다. 이 병신 같은 것들아. 프린트가 꼬우면 수업시간에 졸지 말고 내용을 정리하란 말이야. 라고 말하고 싶지만 그랬다간 내 밥줄이 끊긴다. 그래서 입 싹 닫고, 수업시간에 종일 휴대폰으로 문자질이나 하고 있는 녀석도 마치 그 수업을 열심히 들었던 것처럼 될 수 있게, 꼼꼼하고 간명하게 프린트를 만들어준다. 그리고는 오늘 밤, 그 녀석들에게 휙 하고 내던지면서 말하겠지.

 "여기까지가 내용 정리한그니까, 이번주는 요거 가꼬 수업한다. 모르는 거 있으면 질문해라."

 그렇지만 질문은 하지 않을 것이다. 조금 공부를 열심히 하고자 하는 사람은, 수업을 할 때 설명은 뒷전이고 열심히 그 프린트를 외우고 있을 것이다. 그 외의 사람은 여전히 정신 못차리고 있을 것이다. 그가 학원에서 학생으로 있었던 시절에, 왜 주변 사람들의 행동을 분석하는 데 시간을 할애하지 못했나 후회스럽다. 그렇지만 그럴 여유는 없었다. 공부하느라고? 아니, 그 외의 사람들처럼 정신 못차리고 노느라고.

 타각타각, 이제는 거의 달달 외울 정도의 내용들을 어떻게 하면 좀더 쉽게 이해시킬 수 있을까, 프린트 파일의 내용을 손본다. 뭐, 손본다고 해도 그렇게 많이 볼 것도 없다. 그냥 끄적끄적거리다가, USB 메모리에 저장한다. 시계를 바라본다. 아침 9시다. 이런 젠장. 코피 때문에 너무 일찍 일어나버렸다. 이제 오전 시간을 때울 수 있을 만한 유희 수단을 찾아내야만 한다.

 컴퓨터 게임? 애니? 유희 수준이 딱 그가 가르치는 학생들 수준이긴 하지만 이제 질릴 대로 질렸다. 문득 책장을 바라본다. 순간, 낡은 책 한권이 눈에 들어온다. -夕風

- 夕風 - 외로운 저녁날, 춤을 추는 노을빛 아래 나의 고향 마을은 어둠에 잠기어가고 슬픈 노랫자락 바람에 날리울 때 가만히 잘 우린 얼그레이 한 잔 집어들고 읊어 본다. 나의, 저녁 바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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