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에 대해 주고받기.
입김을 불었다.
따뜻함이 스멀스멀 기어들어 장갑에 달라붙었다. 손을 얼굴에 가져다 댔다. 따뜻함이 얼굴로 기어가 붙었다. 그러고는 다시 골목 한 귀퉁이에 쌓인 눈을 비비적대며 무미한 시간을 보냈다. 눈은 얼마 전 폭설이 데리고 가지 못한 자식이었다. 모래 반, 눈 반 섞여 가는 모습을 보다 문득 눈이 무척 외로워 보여 보내 주기로 했다. 얼마간의 내 노력으로 모래 빛 옷을 입게 된 눈은 서서히 모양이 일그러지며 녹았다. 이윽고 눈은 전부 녹아 제 부모 곁으로 돌아갔다. 만족스러웠지만 한편으론 부러웠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봤다. 매연을 삼킨 듯 뿌연 색깔을 띤 구름이 내 눈을 덮었다. 저기가 눈의 집이다. 모두 새하얀 깨끗한 세상.
목이 뻐근해 고개를 내렸다. 직이가 뛰어오는 모습이 눈과 귀를 때렸다. 직이의 거친 숨소리를 눈으로 보고, 직이의 뜀박질을 귀에 담았다.
「지금 몇시고?」
「오십일 분.」
‘그리고 니를 기다린 지 십오 분이나 됐다.’ 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다시 삼켰다. 우리는 지각에 대해 서로 왈가왈부 하지 않는다. 둘 다 원래 시간 약속에 대해서는 철저하니 늦게 오면 다 이유가 있는 지 안다. 게다가, 서로 얼굴에 미안하다는 게 다 드러나니 일부러 말로 할 필요 없다. 전에 우연히 같이 등교를 같이 하게 된 친구가 얼굴 보고 그걸 어떻게 아냐고 묻자, 나와 직이는 ‘십년짜리 친구 아이가’ 하고 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얼마 안 남았네. 빨리 가자.」
「보충 수업까지 등교시간이 똑같노, 방학 기분도 못 낸다아이가.」
나는 짜증내며 장갑 한 쪽을 직이에게 건냈다.
「기분은 개뿔. 오일 놀았으면 됐지 뭘 더 바라는데?」
직이는 내가 건네 준 장갑을 받아 한 손에 끼고는 다른 한손을 주머니에 찔러 넣었다. 나도 똑같이 했다.
「그냥 캐본 소리 아이가. 아이다, 말 나온 김에 수업 천천히 드가까?」
내가 반색하며 직이에게 동의를 구했다. 뭐, 좋은 대답을 기대하지는 않았다.
「지랄 마라. 학생이 지각 해가꼬 되겠나. 그따위 정신머리로 뭐 할레?」
직이가 농담할 때 짓는 특유의 웃음으로 내게 물었다.
「알았다, 알았다. 누가 정 직 아니랄까봐. 참, 이름 같은 소리한다.」
내가 두 손을 살짝 들어 올리며 대답했다.
「지는 양태가 뭐꼬 양태가. 드럽게 촌시럽다.」
하루에 한번 씩은 꼭 서로의 이름을 가지고 놀린다. 이 짓은 몇 년이 지나도 질리지가 않는다.
「양태, 가 퇴원 한 거 아나.」
직이는 신호등이 초록불인데도 횡단보도로 가지 않고, 심지어는 달려서 가로지르려는 나를 잡아 지하도로 끌어당겼다. 그러더니 태연하게 내게 말을 툭 던졌다.
「누구? 창문에서 떨어진 놈?」
나는 입맛을 쩝쩝 다시며 위로 올라가는 계단과 직이를 번갈아 봤다. 초록불이 깜박일 때는 절대로 건너면 안 된다는 게 직이의 고집이다.
「어, 어제 내 아는 애가 그 카든데.」
창문에서 떨어진 놈. 그 녀석을 생각하니 괜스레 기분이 언짢다. 평소에도 이기적이고 불량해서 무척 거슬렸었다. 그런 생각은 나만 하는 게 아니고 선생들도 똑같은 지 하루는 학생부 행동대장으로 유명한 사회 선생에게 담배 피다 걸려 호되게 맞았다. 덤으로, 학생부로 넘어가 학교 봉사를 했다. 우스운 건 며칠 뒤, 사회시간에 그 놈이 선생에게 욕을 해대고는 창문으로 뛰어 내렸다. 학교를 빠져나가는데 까지는 성공했지만 다리를 다쳤는지 병원신세를 졌다. 우스운 건, 뒤에 서서 수업을 참관하던 학부모들은 그것을 전부 보고 들었다. 그때는 공개 수업이었다.
내가 기분이 언짢은 건 학생들의 반응이다. 영웅이니 용자니 헛소리를 지껄여대는 게 영 비위 상했다.
「멀쩡한 길을 다 뒤짚노.」
내가 그 이야기가 하기 싫다는 뜻으로 관심사를 다른 곳으로 돌렸다.
「그니까. 돈은 남아돌고 써야 또 돈이 들어오니 뭐라도 하는 거 아이겠나.」
직이도 알아들었는지 재빨리 관심을 학교 공사로 돌렸다. 원래는 커다란 차도 겸 인도인 학교 길은, 이제 한쪽을 높여 따로 인도를 만들고 교문 근처 쪽은 아예 전부 엎어버리고 새로 길을 깔았다. 뭔지 모를 새하얀 모래가루가 바닥을 메웠다. 아침에 본 눈이 생각 나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봤다.
「먼저 간데이.」
시간이 8시에 가까워져 직이는 하얀 모래를 일으키며 달려갔다. 정직. 이름처럼 반듯반듯한 녀석이다. 가끔은 답답할 정도지만 그게 오히려 직이답다. 나는 직이처럼 부지런하지도 않고 우리 반 선생님은 너무 무르고 착하셔서 지각생에 대한 처벌이 거의 없다. 수많은 학생들이 내 옆을 지나가서야 나는 교실에 들어섰다.
「날씨가 미쳤다 아이가? 그제? 출석부를 테니까 큰소리로 말헤라이.」
보충이라 수업이 일찍 시작했다. 채 5분도 되지 않아서 수학 선생이 들어왔다. 말끝마다 ‘그제?’를 붙이는 걸로 유명했다. 심심해서 한 수업, 그러니까 50분 동안 ‘그제?’를 얼마나 많이 하는지 헤아려 봤는데 112번이나 되었다.
「박양태.」
「네엡.」
출석에 대답을 하고 교실을 둘려봤다. 빈자리가 꽤 많았고 그나마 있는 애들도 태반이 꿈 속을 헤맸다. 이 모습을 보고 한숨을 지을 직이의 모습이 떠올라 저도 모르게 웃었다.
「청, 소, 하, 자!」
수업 시간은 월요일의 법칙에 따라 순식간에 지나갔다. 청소시간이라 우리 반 선생님께서 올라 오셨다. 그 특유의 쾌활한 말투가 마음에 든다. 단지, 너무 무르고 착하셔서 애들의 통제가 안 되는 게 흠이다. 우리 반 선생님도 담당 과목이 수학인데 수업 상황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개판이다. 아무도 청소를 안 하자 나 혼자라도 빗자루를 들고 주번 녀석들을 억지로 붙잡았다. ‘직이가 있으면 앞장서서 할 텐데.’ 하고 중얼거리며 한숨 쉬었다. 교실이란 곳이 우리나라 사회의 축소판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간절히 바란다.
「야, 양태 가자.」
점심을 먹고 교실로 돌아와 반 아이들과 컴퓨터를 붙잡으며 열을 올리는데, 직이가 주고받기를 하려고 나를 불렀다. 주고받기란 토론을 대충 순우리말로 고친 이름이다. 나는 한자어나 외래어를 꺼리고 순우리말 쓰는 걸 좋아한다.
「알았다.」
내가 지는 상황이라서 별 말 없이 직이를 따라 도서관을 향했다. 도서관은 늘 그렇듯 조용하고 썰렁했다. 한국 독서량 0.8권의 실태였다. 우리는 도서관 제일 구석에 들어가 창문 난간에 걸터앉았다.
「니 오늘 이야깃거리 있나?」
직이가 들릴까 말까 하는 바람소리로 물었다. 사람도 없는 데. 아무튼 원리 원칙 따지는 데는 일등이다. 딱히, 생각 해 놓은 게 없어서 고개를 저었다. 이야깃거리란 우리가 점심시간마다 하는 주고받기의 주제를 뜻한다.
「그러면 내가 한데이. 오늘은 이거다.」
직이가 자기 전자사전을 내게 건넸다. 말이 아닌 이렇게 글로서 생각을 주고받는 건, 도서관이라는 공간의 특수성과 말에 대한 불신 때문이다. 말은 오해덩어리이다.
전자사전의 메모장 제일 첫머리에 적힌 ‘현대 대한민국에는 영웅이 존재 할 수 있는 가? 없는 가?’ 가 눈에 들어왔다.
「니가 말하는 영웅의 뜻은 뭔데?」
곧바로 ‘없다’라고 적으려다 주고받기의 순서를 어기면 직이가 화낼 게 뻔해서 일단 물었다. 주고박기의 두 번째 단계는 이야깃거리의 뜻풀이다. 만약에 영웅이 사전에 실린 뜻대로 재주가 비범하고 용략과 기개가 탁월한 인물이라면 얼마든지 ‘있다’라고 적을 생각이다.
「자신이 본받을만하다고 생각하는 사람, 약자의 편에서 정의를 외치는 사람.」
직이가 기다렸다는 듯이 거침없이 적어 내게 건넸다. 내가 답을 적으려는데 손끝이 살짝 떨렸다.
「없다.」
세 번째 단계인 생각정하기이다. 사전을 받아 든, 직이는 씩 웃더니 잠깐 눈을 감았다가 떴다. 직이가 생각을 정리할 때 마다 하는 버릇이다.
「있다.」
위의 다른 글들과 크기가 똑같음에도 ‘있다’라는 이 한마디는 내 눈을 가득 메웠다. 직이는 억지로 이 의견을 써낸 게 아닐까. 그러나 직이가 만든 주고받기 규칙에 의하면 한명이 부정을 하면 다른 한명은 긍정을 해야 한다.
「우리가 모른다고 없는 건 아니잖아? 분명히 어딘가에 이순신 장군과 독립열사들의 뜻을 이어 받은 영웅들이 있다.」
다음 단계는 생각 말하기이다. 이번 단계는 자유롭게 대화하는 기분으로 하는 식이다.
「이유는?」
나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사전을 건넸다.
「사람아이가. 천차만별의 생각을 가진 게. 분명 대중의 편에서 정의를 외치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니까. 우리가 모를 뿐이다.」
직이는 가능성에 초점을 두고 자기 생각을 말하려나 보다. 한마디로 지고 들어가겠다는 거다.
「그래, 생각하는 사람들이야 있겠지. 그런데 생각하기만 하는 사람만 있다는 거다. 행동은 안 하잖아.」
얼굴을 잔뜩 찌푸리며 웃었다. 직이에게 이런 웃음을 보이는 게 내키지 않아 고개를 창문으로 돌렸다. 급식을 먹고 교실로 돌아오는 학생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 중에는 손에 군것질거리를 든 놈들이 많았는데, 대부분이 그냥 바닥에 버렸다. 한 학생이 쓰레기 버리는 장면을 째려봤다. 나는 방금 내가 적은 문장이 혹시 틀리지 않을 까 하고 그 학생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내 우려는 얼마 가지 않아 박살났다.
「그 생각에 대한 이유는?」
고개를 돌려 초점을 사전에 맞췄다. 머릿속을 가득 메우던 생각들이 방금 전 학생의 모습과 함께 박살났다.
「미안, 방금 창 밖에서 봐서 별로 말하고 싶지 않다. 이 생각은 넘어가자.」
직이가 사전에 적힌 내 글을 보고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내가 본 걸 직이도 봤지 싶다.
「그러면 내 생각을 계속 말한다. 영웅을 멀리서 찾지 말고 가까이서 찾아봐라 주변에도 희생적이고 자신보다 집단을 위하는 사람들이 많잖아.」
직이의 말에 따라 주변의 사람들을 생각해봤다. 한명이 스쳐지나가고 더 이상은 떠오르지 않았다. 떠오르라는 사람은 떠오르지 않고 사회교과서가 떠올랐다.
「그래, 그렇지. 핌피, 님비현상도 있고. 지역이기주의. 자문화 중심주의. 그리고 여러 테러범들. 다 자기보다 집단을 위하네. 그런데 이게 영웅이가?」
나는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억지로 참았다. 가슴에 맺힌 덩어리가 녹으려 해서 억지로 얼렸다.
「극단적으로 몰아가지 마라. 내가 말한 건, 그게 아니잖아. 울 것 같은 표정도 짓지 말고.」
직이가 측은한 표정으로 날 바라봤다. 나는 혼란스러웠다. 울어? 내가? 뭔 소리야. 난 웃음을 참는 거다.
「알았다. 그러면 니가 예를 들어봐라.」
「그러면 니네반 담임?」
직이는 표정을 금세 바꿔 농담할 때 짓는 웃음을 띠었다.
「미쳤나, 무능력과 착함은 다른 거 아이가.」
나도 모르게 큰 웃음과 함께 말이 터져 나왔다. 직이가 검지를 펴 자신의 입에 가져다 댔다.
「농담이고. 그러면 부모님은?」
부모님이 영웅이라. 확실히 직이의 아버지는 영웅이라 할만하다. 지금은 안계시지만.
「그거 괜찮네. 근데 그것도 내가 말한 집단 이기주의의 한 부분처럼 보인다.」
직이의 외로움을 자극하고 싶지 않아서 그 의견에 재빨리 반박했다.
「옛날 신화는 어떤데?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난다고 그게 어느 정도 사실 반영아이가?」
직이의 표정은 느긋했다. 분명, 자기가 열세인 이 상황을 즐기는 거다.
「그거 권력층이 만들어낸 거짓아이가. 좀 더 위대해 보이려고. 왜 옛날에 박정희가 그랬고 김일성이 그랬다.」
나는 무표정하게 글을 적었다. 신화는 어렸을 적에나 좋아했다. 지금은 역사 소설이 내 가슴에 좀 더 와 닿는다.
「안되겠다. 조금만 거슬러 올라가자. 전태일 열사 알제?」
직이는 꽤 좋은 생각이라 여겼는 지 만족스럽게 웃었다.
「근로환경 개선 운동하다가 분신자살한 사람이지. 안다.」
나도 그 웃음에 맞춰 고개를 끄덕였다.
「이정도면 좋네. 봐라, 겨우 몇 십 년 전이다. 지금도 충분히 가능하다.」
「그래, 한국의 마지막 영웅이다.」
나는 길게 한숨을 쉬었다.
「왜?」
직이가 미간을 찌푸리며 사전을 내게 건넸다.
「영웅의 힘은 어디서 나오는데?」
나는 차분한 표정을 지었다. 원래부터 이기는 주고받기였다. 지금까지는 시간끌기였을 뿐이다.
「대중?」
「그래, 그때는 대중. 그러니까 대다수가 가난했잖아. 자연스럽게 그 가난을 위해서 애쓰는 사람이 대중의 힘에 의해 영웅으로 칭송되는 거지.」
나는 언젠가 대하소설 속에 나오는 전태일을 보며 했던 생각을 정리하며 차분히 적었다. 마치, 독후감을 쓰는 기분이었다. 말로 하지 않고 글로 쓰는 이유에 하나 더 추가해도 되겠다.
「그래서? 지금은 어떻다는 건데?」
직이는 진지하게 내 생각들을 읽어나갔다.
「대중이 배가 불렀잖아. 잘 살잖아. 평화롭잖아. 못사는 극소수의 영웅은 영웅이라 할 수 없다아이가.」
직이가 한동안 내 글을 뚫어져라 쳐다보더니 눈을 감았다. 나는 긴장했다.
「누가 그러던데? 극소수의 영웅은 영웅이 왜 아닌데.」
직이가 유쾌하게 웃으며 사전을 내게 건넸다.
「······.」
사전을 열고서 말문이 막혔다. 생각해보니 뜻풀이에서 그런 단어는 하나도 없었다.
「들어봐라. 현대에는 영웅이 엄청 많은 거지. 이 세상 모든 부모님. 자원봉사자. 소년소녀 가장. 존경하는 스승. 그들 모두 그들의 영웅 아이가. 중요한 건 마음가짐 아이가? 세상이 좋아지니까 작은 영웅 들이 많아진 거다.」
「그래. 외톨이들이 많이 늘었네.」
나는 졌다는 걸 인정하고 사전을 내려놓고 도서관을 나왔다. 어쩌면 나는 영웅을 인정하고 싶지 않나 보다.
한때, 흔히 사춘기라고 하는 질풍노도의 시기에 나는 직이를 제외한 이 세상 모든 사람이 싫었다. 모두가 가식적이고 이기적이게 보였다. 학교의 아이들은 모두 버릇없고 꿈도 없고 열정도 없었다.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하고 선생을 지 친구만도 못하게 생각했다. 직이의 곧고 올바른 모습만 보아온 나에게는 충격적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직이는 영웅이었다. 직이의 행동은 정말로 항상 옳았다. 그러다, 책에서 학교는 사회의 압축판이라는 글귀를 읽었을 때 나는 심각해졌다. 왜 전부 쓰레기 같을까. 왜 직이의 절반도 닮지 못하는 건가. 왜 적어도 나처럼 직이의 일부분만이라도 따라가려 하지 않는가. 도대체 도덕은 왜 배우는가. 정작 저 올바르고 곧은 직이는 왜저리 외롭고 힘든가. 그래서 직이를 대신할 영웅을 생각했다. 이 모든 고민을 떠맡길 영웅이 필요했다. 직이의 외로움도 나의 경멸감도 해소시켜줄 영웅.
고등학교에 입학했다. 반 아이들은 중학교와 별반 다름없었다. 직이의 외로움과 나의 경멸은 커져만 갔다. 어느 날 전학생이 왔을 때 나는 당황스러웠다. 그는 한마디로 완벽했다. 그러나 그건 내 생각일 뿐이었다.
단순한 교통사고였다. 전학생의 아버지와 직이의 아버지 사이의 작은 사고였다. ‘직이의 아버지가 뺑소니를 당했다’라는 점을 빼면. 직이의 아버지가 돌아가시던 날. 그가 보여줬던 가족 이기주의. 최악이었다.
영웅은 없다.
아니 있으나 외롭다.
그는, 직이는 영원히 홀로 곧고 바르게 나아간다.
정직. 그의 이름처럼. 그가 곧고 올바르기를 바란다. 꺾이지 않기를 바란다.
오후자습시간. 한자리 수의 학생이 남아 교실을 지키고 그나마 반은 1부만 하고 중간 시간에 가버렸다. 교실은 도서관보다 더 조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