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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블루 Blue; remake. 06

     날짜 : 2010년 02월 11일 (목) 2:38:54 오후     조회 : 2635      
 잠시 동안 두 녀석들은 말없이 맥주잔만 들이키고 있었다. 83도 아무 말 없이 옅게 탄 맥주를 홀짝이고 있었다. 치킨을 집어든다. 닭목이다. 입 속에 털어넣는다. 고기는 없고 자잘한 뼛조각들이 입 속에서 우물거린다. 혀를 놀려서 한 때 그 위에 머리가 달려있었을 부분의 살갗과 근육, 그리고 그 위를 뒤덮은 튀김들을 삼킨다. 남은 뼈들을 후두둑, 하고 뱉어낸다. 왠지 어린 시절에 보았던 닭 머리가 떠오른다. 그 고통에 몸부림치다가 익혀진 표정. 아무렇지도 않게 그 바로 아래 부분을 씹어먹고 있었으나, 별다른 감흥은 없다. 받아들인 것이다. 그 때의 그 끔찍한 기억때문에, 이토록 맛있는 고기를 포기할 수는 없다는 것을.

 다른 것들도, 전부 이렇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면. 그렇다면 이렇게까지 일이 꼬이지는 않았을까. 특히 선택을 해야하는 순간에, 받아들여야 하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해서, 나는 늘 그릇된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일까.

 "뭐... 받아들이고 안 받아들이고가 중요한게 아니고... 받아들일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나갈라고 사는게 아이겠나?"

 사슴이 조심스럽게 말한다. 약간은 답답하다는 표정으로. 이런 표정을 지으며 하는 말은 진심이다. 말을 길게 끌지는 않는다. 그에게는 능수능란하게 남을 현혹시키거나 설득시킬 수 있는 말재간이 없다. 그가 취업한 자그마한 광고업체에서, 그는 늘 이 점 때문에 괴로워하곤 한다.

 "그렇제, 뭐. 사는 게 어디 머 목적이 있어가꼬 사는거가. 그저 살라고 사는기지." 

 돼지가 슬쩍 말을 거든다. 둘 다 틀린 말을 한 것은 아니다. 어쩌면 가장 정답에 근접한 말을 한 셈이다. 하지만 왜 나는 이 말조차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인가. 83은 조용히 고개를 떨군다. 손가락을 피아노치듯 탁, 탁, 하고 테이블을 두드린다. 씩 하고 웃는다. 다분히 연극적인 모션이다. 맞은 편의 두 사람은 온갖 낙서가 되어있는 벽에 기대앉은 채 이상한 미소를 짓고 있는 덩치 큰 남자를 바라본다. 저 새끼 또 지랄하기 시작하네. 지랄의 의미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지랄을 한다는 것은 명백하게 알 수 있을만큼의 눈치가 쌓였다. 83은 하던 지랄을 마저한다.

 "ㅋㅋㅋㅋ... 고래... 고게 정답이겠제.... 고런데... 와 내는 이런 문제만 나오믄 정답을 몬 맞출까? ㅋㅋ.."

 슬슬 말을 끊어야함을 느낀다. 돼지가 능란하게 화제를 다른 곳으로 돌린다.

 "야, 맞다. 이번에 Radiohead 새 엘범 빌려준다는 거 어찌된노, 사슴?"

 사슴의 눈빛이 이상하게 갑자기 또렷해진다. 세 사람은 뭐라고 할까, 음악에 대한 관심이라는 면에서 공통적인 요소가 있었다. 돼지와 사슴은 브릿팝에 대하여, 83은 이를 변형하여 검은 음악에 덧씌우는 데에 여념이 없었다. 그래서 어지간한 브릿팝에 대한 대화는 세 사람이 능란하게 주고 받을 수 있었지만, 여기서도 83은 이유모를 소외감을 느끼곤 하였다.

 "어.. 그거 아직 도착을 안했단다... 도착하믄 바로 빌리줄게... 83, 니도 필요하제?"
 "음, 내도 들으면 좋제. 빌리대."

 두 사람 앞의 커다란 맥주잔이 죄다 비워질 때 까지 83은 음료수와 섞은 조그마한 맥주 잔 하나를 홀짝대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83은 그 정도로도 온 몸을 가누지 못할 만큼 취기가 올라온다. 그저 취한 척을 하기에는 아주 이상적인 상황이다. 그러나 83은 아무리 술을 마셔도 정신만은 말똥거리곤 했다. 이를 이용해서 취한 척 늘어놓는 말로 상대방의 저의를 꿰뚫곤 하는 버릇을 가지게 되었다.

 "어이 83, 이 새끼 이거 먹고 또 골로 갈라카네. 어째 니는 10년을 술을 무도 술이 안느노?"
 "하긴... 이래 술 몬 먹는 사람은 니 말고는 본적이 없다."
 "새꺄, 그라믄 니가 내 간이랑 위장 들으내가꼬 술 잘마시는 간이랑 위로 갈아끼아줄래. 10년을 같이 술 무긋으마는 알기구마. ㅋㅋ"

 난 지금 이 것들에게 무슨 이야기를 하는 게 좋을까. 그리고 어떤 이야기를 하도록 유도하는 게 좋을까. 그래서 그 것들이 그 이야기를 하면 나는 어떠한 것을 얻게 되고 어떠한 것을 잃게 될까. 알코올이 뇌 속을 빙글빙글 도는 동안 83은 골똘히 생각에 잠기었다. 그러자 몸이 스르르, 기울어 감을 느꼈다.

 "에휴, 임마 또 뻗었네."
 "됐다, 이제 그만 가자..."

 83은 비틀비틀 거리면서 둘과 함께 호프집을 나선다. 막차가 끊기기 20분 정도 남았다. 한 때 부산 어딘가의 고등학교에서, 집을 향해 돌아갈 때 처럼, 세 사람은 간소한 몇 마디를 주절거리면서 어둠이 내린 길거리를 걸어간다. 사냥개 처럼 으르렁거리는 덩치큰 남자가, 그 옆을 함께 걷고 있는 피둥피둥한 남자와 비쩍 마른 남자에게 묻는다.

 "야들아, 그라믄 한번만 더 물어볼게. 니들은 어떤 일들에 보람을 느끼고, 어떤 일들을 위해서 산다고 생각하노? 그리고 그를 위해서 어떠한 것을 감수할 수 있다고 생각하노?"

 술기운이 꼭지까지 오른 세 사람의 대화 치고는 꽤 진지하다. 하지만 이런 진지한 이야기는 술이라는 화학성분을 통해서야만 사람들의 입에서 기어나온다. 이럴 때는 먼저 나서는 법이 없는 사슴도 먼저 나서서 이야기를 하기 마련이다. -夕風

- 夕風 - 외로운 저녁날, 춤을 추는 노을빛 아래 나의 고향 마을은 어둠에 잠기어가고 슬픈 노랫자락 바람에 날리울 때 가만히 잘 우린 얼그레이 한 잔 집어들고 읊어 본다. 나의, 저녁 바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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