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은 태어난다. 어떤 녀석은 처음 태어날때 연약하다가도 지금은 강성한 녀석도 있고, 어떤 녀석은 처음부터 끝까지 연약하다가 어느샌가 사라져버리기도 하고, 어떤 녀석은 강했으나 한번에 몰락해버리기도 한다. 그러나 현재.
우리들은 대부분 죽어가고 있다.
우리들의 신
화량.
그녀인지 그인지 모를 사람이 남자를 바라보고있었다. 그리고 남자 또한 가만히 그자를 바라보고있었다.
" 미쳤냐? "
" 응. 이미 미쳐있어. "
'하승우'라는 이름을 지닌 그가 10년지기 친구를 바라보면서 가만히 한숨을 쉬었다. 저게 드디어 미친걸까라고 하는 생각을 하면서. 갑자기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해서 카페로 순순히 나왔주었는데 하는 말이 가관이다. ' 나말야, 곧 죽어.'라니 이건 또 무슨 신소리야. 드라마찍냐? 라고 물어보고싶어졌다.
" 왜 죽는건데?"
" 잊혀져서."
20살. 초등학교1학년 때부터 알아왔던 자신의 친구는 장래가 유망한 아이었다. 머리도 좋았고 몸이 약했다면 이 말에 진심이냐고 물어봤겠지. 중성적인 매력을 지닌 아이였다. 어렸을때는 완전한 흑발에 가까웠는데 갈수록 옅어지는 머리칼과 눈색은 신기했다.
" 잊혀져서 죽는다는게 말이나 돼?"
" 응, 말이 돼. 그래서 지금 이렇게 말하는거야. "
" 이천영. 너 왜이러냐? 아프냐?"
하승우 앞에 앉아있던 그. 이천영은 자신의 앞에 있는 따끈한 레모네이드를 전부 마셔버리고 결심을 굳힌듯 자신의 친구를 바라보면서 언제나 말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꺼내었다.
" 내가 몇살일 것 같아? "
" 누굴 바보로아냐? 너 나랑 같은 20살이잖아."
" 나, 한 4500살 쯤 살았어. "
" 정신병원 가볼래?"
자신을 향해 살풋히 웃음 짓는 친구의 눈은 언제나 다 산듯한 눈을 하고 있어서 순간 진짜로 그럴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게 만든다. 그러나 고개를 한번 휘저어 그런 얼토당토않은 생각을 떨쳐내고 앞에 있는 커피를 한모금 마셨다.
" 나는 인간들을 정말 사랑해. 너희들이 날 낳았거든. 솔직히 나한테 있어서 인간이란건 아무렇게나 낳고 죽이는 부모와도 같지만 그 하나하나는 너무도 작고 연약해서 언제나 미안했어. 그리고 너희 인간들을 언제나 사랑해. 지금도 그렇고. "
" 그럼 넌 뭔데?"
" 신. 난 이 대한민국의 신이야. 그리고 잘하면 곧 죽어. 잘하면 500년. 못하면 50년 일지도 모르고."
" 진짜로 정신병원 같이 가줄까? "
" 나보고 노래를 잘한다고 했지? 너희들은 음악의 민족이었어. 언제나 노래를 부르고 살아서 나도 같이 사이에 껴서 노래를 불렀거든. 점점 옅어지는게 신기하다고 했지? 옛날에는 흑발에 흑안이 많았는데 요즘에는 갈색머리가 늘어나면서 나도 그 영향을 받는거야. "
얘가 미쳐도 단단히 미쳤구나. 아니면 심심한가? 아닌데 나 요즘 이녀석이랑 잘 놀아줬다고. 무슨 이유야 대체? 내가 뭐 서운하게 한게 있었던가? 이 녀석은 어른스러워서 나와 싸움도 잘 안하는데..오늘 갑자기 왜 이런 소리를 하는 걸까.
" 미치지않았어. 심심하지도 않아. 서운한 것도 없어. 승우야. 20년 뒤에도 같은 얼굴로 네 앞에 나타나면 믿어줄거야? "
하승우. 그는 멍한 얼굴로 그의 친구를 바라보았다. 독심술을 하나? 지금 독심술가지고 신이라고 속일 생각인걸까. 대한민국의 신이라니. 신? 그 전지전능한? 내 앞에있는 그냥 다재다능한 친구가 그 신이라고?
" 사랑해. 승우야. 나는 언제나 너희들을 사랑했어. 그리고 너도 사랑해. "
가만히 일어난 그녀석은 아주아주 부드러운 웃음을 자신에게 선사하며 음료수값을 계산하고 나가버렸다. 그리고 그 자리에는 흑발흑안 아무리봐도 순수한국인처럼 생긴 하승우. 방금 충격적인 말을 들은 사람이 한 10분간 앉아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