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딩중...
로딩중...
문학과 사람들
글쓰기 (Alt+w) 글붙여넣기(Ctrl+v) ^^!
오늘의 최근글 , 최근코멘트 RSS
로그인 | 회원가입 | 둘러보기
05월 19 (월) | 배경음악             
  • 문학방
  • |
  • 창작방
  • |
  • 작가방
  • |
  • 커뮤니티
  • |
  • 마이페이지
 낙서장 ·방명록 ·대화방 ·접속자
커버스토리 ·
문.사 살짝 리뉴얼 했습니다. [6]
문.사 살짝 리뉴얼 했습니다. 6
- 창작방 -
창작시
창작글
창작동화
공개일기
학술방
상담/Q&A
재미로 보는 타로점
최신글보기
태그구름
오늘출석부
현재접속자
 
> 창작방 ( 창작방 > 창작글 )
·  창작글을 적어주세요 ^^
[소설] 블루 Blue; remake. 28

     날짜 : 2010년 03월 08일 (월) 11:12:34 오후     조회 : 3517      
 "저... 쌤께선 먼저 가셔도 되는데..."
 "뭐, 그래도 아무래도 혼자 가는 거 보다는 같이 가는 게 낫지 않겠나 싶어서..."
 "그래도..."
 "어얘됬든 언능 정리나 마저 하세요. 그래 꾸물대가꼰 나중에 신학기라도 되믄 곤란할긴데."
 "네, 네... 죄송해요..."

 팔짱을 끼고 지켜본다. 아무래도 아직까지 83은 스스로에게 정직하지 못한 듯 하다. 그는 지금 약간 찡그린 얼굴과 못마땅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다. 그러나 이는 너무 인위적인 티가 나서 누구나 억지로 그런 표정을 짓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만한 것이다. 실제로는 흐뭇하게 웃고 싶었을려나. 그렇지만 가끔씩 불안한 듯 마른 침을 삼키는 모습을 보니 긴장하고 있는 것 처럼 보이기도 한다.

 20분 후, 두 사람은 밤길을 걷고 있다. 이 정도 시간이면 막차 하고도 두어번 정도는 여유가 있다. 그는 그의 조금 뒤에서 천천히 걷고 있는 여자를, 문득 뒤돌아본다. 뭔지 모를 즐거운 상상을 하고 있는 듯, 초롱초롱한 눈가에 웃음기가 머금어져있다. 피식, 하고 웃고, 들키지 않으려 고개를 앞으로 돌린다. 왠지 가까운 사람이 있다는 건 기분 좋은 일이구나.

 그 옛날에는 어떤 기분이었지? 15년도 더 지난 옛날 이야기가 기억이 날 리는 없다. 아주 단편적인 조각 몇 개만 남아있을 뿐이지. 그 것도 주인공의 이미지는 삭제되어진 채로 그 몇 가지의 상황만이 기억에 남아 있을 뿐이다. 그때 그 여자랑 이렇게 함께 밤길을 걸었던 적이 있었나? 잘 기억이 나질 않는다. 그나마 명료한 기억은 그녀가 그를 떠나갈 때의 상황들 뿐이다. 떠올릴 때마다 어둠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듯이 슬프다가, 곧 이어 무덤덤해져버리는 그런 기억들.

 아프지는 않았다. 詩나 다른 넋두리들에서 주절거렸던 것 처럼. 아팠을 때는 그녀가 내게서 조금씩 멀어지려고 했었을 때가 제일 아팠다. 완전히 소식이 끊겨버린 다음에는 전혀 아프지는 않았다. "사람" 이라는 관점에서의 존재가 사라져버렸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데는 크게 어려움이 없었다. 그렇지만... 그 사람이 차지했던 "공간" 이 비어져버렸다는 사실이, 아주 조금씩 그를 갉아먹기 시작했다. 갉아먹히고 갉아먹혀서, 그 빈자리는 도저히 그 어떠한 것으로도 채울 수 없을 듯이 깊은 공허로 남겨져버렸다.

 아직까지 그 어떤 존재로도 이 비어버린 가슴 속을 채워보려고 하지 않았다. 아니, 그럴 수가 없었다. 온갖 쓰잘데기 없는 것들로는 온갖 비참한 공허감만을 느낄 수 있었을 뿐이었다. 그럴 수록 그는 점점 더 그의 깊은 심연 속으로 침몰해들어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는 언제일까, 비어버린 가슴 속을 채우려는 시도를 그만둬버렸다. 더 이상 가라앉는다는 느낌 이상의 괴로움은 느껴지지 않았다.

 그렇지만 그 조차 모르는 곳에서 그는 부서져가고 있었던 걸까. 아주 오랜만에 채워보려고 하는 그 공간이 너무 괴롭게 다가온다. 이미 돌이킬 수 없을 만큼 부서져버린 가슴. 이런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 날 좋아하는지 아닌지도 모를 사람을 통해서 채울 수 있을까? 아니, 만약 이 시도마저도 실패해버린다면 나는 어떻게 되는 걸까? 두렵다. 지금 내 뒤에 따라오고 있는 이 사람이 그저 아무 것도 아닌 사람으로 판명되어져버린다면 그는 이제 두번 다시는 그 어떠한 것에도 애정이란 것을  품을 수 없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불어오는 바람이 차갑다. 겨울이 다가오고 있다. 밤이면 늘 그렇지만, 이럴 때면 항상 울고 싶어진다. 그렇지만 언제나 그렇듯, 눈물은 나오지 않는다. 저 여자가 나의 눈물이 되어 줄 수 있을까. -夕風

- 夕風 - 외로운 저녁날, 춤을 추는 노을빛 아래 나의 고향 마을은 어둠에 잠기어가고 슬픈 노랫자락 바람에 날리울 때 가만히 잘 우린 얼그레이 한 잔 집어들고 읊어 본다. 나의, 저녁 바람을.
게시글을 twitter로 보내기 게시글을 facebook으로 보내기 게시글을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전체 : 4,913건
소설 어느 날 갑자기-프롤로그 [4] 14년전 6,013
끄적임 싱가폴슬링 14년전 5,672
소설 그녀에게. 3 14년전 3,846
소설 그녀에게. 2 14년전 3,947
소설 그녀에게. 1 14년전 4,188
소설 블루 Blue; remake. 33 14년전 4,002
소설 블루 Blue; remake. 32 15년전 4,139
큰샘 소설 달조각 - 단편 15년전 4,166
소설 블루 Blue; remake. 31 15년전 3,894
소설 지킬수 없는 것들1 15년전 6,081
끄적임 이봐요 당신, 행복하나요? [1] 15년전 9,878
수필 부활 15년전 3,790
소설 블루 Blue; remake. 30 15년전 3,628
소설 블루 Blue; remake. 29 15년전 3,600
수필 세구 밭뚝에 감나무 15년전 4,181
소설  블루 Blue; remake. 28 15년전 3,518
소설 블루 Blue; remake. 27 15년전 3,616
소설 블루 Blue; remake. 26 15년전 3,128
소설 블루 Blue; remake. 25 15년전 2,976
소설 블루 Blue; remake. 24 15년전 2,838
소설 블루 Blue; remake. 23 15년전 2,848
소설 블루 Blue; remake. 22 15년전 2,791
소설 블루 Blue; remake. 21 15년전 2,993
소설 블루 Blue; remake. 20 15년전 2,911
소설 안 한다. 못 한다. 살핀다. [1] 15년전 4,316
소설 블루 Blue; remake. 19 15년전 2,907
first123456789  다음  last
 
문.사소개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 거부 | 포인트정책    
문.사 태어난 날 : 1999.09.01, 문.사 태어난 후 : 9393日 지남, 문.사 태어난 후 : 26주년
Copyleft (c) 문학과 사람들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