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뜩 움츠리고 있던 꽃들이 상큼하게 기지개를 켜고
한동안 발가벗었던 나무들은 호흡을 가다듬는 계절이 돌아왔습니다.
오고가는 사람들의 말 속에서도 봄내음이 묻어납니다.
바야흐로 봄이 온 것이지요.
매년 이 맘 때쯤이면 봄에 대한 추억을 끌어안고 사는 사람들이 보입니다.
또한 지우고 싶은 봄의 기억을 새삼스레 떠올리는 사람들이 보입니다.
그런 사람들에게 나의 이야기를 전하려고 합니다.
조금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당신과 나의 이야기가 되겠지요.
오늘은 4월 7일.
편지를 쓰기에 참으로 적당한 날입니다.
당신에게 쓰는 처음이자 마지막 편지가 될 것 같습니다.
아니요. 어쩌면 수많은 시간이 흘러 또 다시 편지를 전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중요한 건, 당신에게 할 이야기가 꽤 많다는 것입니다.
이 모든 이야기는 현재일 수도, 과거일 수도 또한 미래의 사건일 수도 있습니다.
단지 당신과 내가 발을 딛고 서 있는 이 곳, 이곳의 이야기일 뿐입니다.
한없이 느리게, 하지만 때로는 격정적으로 이야기를 털어놓을 수 있기를 바라며-
또 편지하겠습니다. 그때까지 안녕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