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
다음날, 단둥의 일본군 막사.
막사 앞에는 수십명의 일본군 병사들이 도열해 있었다.
그들의 앞에는 장원과 화련을 태운 차량이 서있었고, 막사에서 일본군 대장이 나와서 훈시를 시작했다.
대장의 일장연설이 끝나자 대장은 장원, 화련과 함께 차에 탔고, 곧 일본제국 요동주둔군 제 24 부대가 막사를 떠났다.
_?xml_:namespace prefix = o ns = "urn:schemas-microsoft-com:office:office" />
요동 내륙 지방 어느곳.
주위가 숲으로 가득한 산.
그 숲 안으로 들어가면 거대한 공터가 있었고, 그곳에선 수많은 병사들이 사격훈련을 하는 중이었다.
바로 독립군 군영이었다.
막사 건물 최고층의 회의실.
회의실에는 전날 대장이라 불리던 사내가 수많은 독립군 간부들과 앉아 있었다.
“현재 번시로 향하고 있고, 저희측 요원도 번시에서 대기중이라는 소식입니다.”
“일본군은 얼마나 되나?”
“요동주둔군 제 24 부대 전체가 따라갔다고 합니다.”
“하하. 역시 천황녀석의 선물 잔치로 주는거라고 하더니 아주 거창하게 준비들 하셨구만.”
“요동주둔군 24 부대면 엘리트부대입니다. 저희가 이길 수 있겠습니까?”
“어차피 우리의 목표는 이장원 그놈 뿐이다. 어떻게서든 그놈만 죽여. 어차피 학자 나부랭이. 우리 정규군에는 상대가 안될것이야. 우리는 그저 일본군을 발굴현장서 멀리 떨어트리면 되.”
“….마무리는 저희측 요원이?”
“그렇지.”
그날 저녁 번시.
장원과 화련은 해가 저물었을때가 되어서야 번시에 도착할 수 있었다.
“내일부터 발굴을 하실거요?”
“그렇습니다.”
“어디라고 생각하시오?”
이장원은 벽에 걸린 지도를 보더니 한곳을 가리켰다.
“저곳으로 향할 생각입니다.”
“그럼 전 지금 인부들을 구하러 가보겠습니다.”
“수고해주시오.”
일본군 대장은 그에게 인사를 하고는 방을 나섰다.
화련은 잠시 지도를 보던 이장원을 묵묵히 보더니 입을 열었다.
“장원님.”
“음?”
“장원님께선 조선편이십니까 일본편이십니까?”
“….내가 그 어느 편에 들어가 있다한들 달라질게 뭐 있겠는가?”
“..그래도 전 왠지 일본을 돕는게 영…”
“어차피 내가 일본을 돕는건 유물을 보고싶어서야. 천황이나 총독한테 충성하는 마음은 없다.”
화련은 잠시 그를 존경어린 눈빛으로 보았지만, 장원은 그런 그녀의 눈빛을 알아보지 못한채 묵묵히 지도를 보고 있었다.
다음날.
해가 떠오르자 장원, 화련과 일본군은 번시 교외의 평야지대로 향했다.
평야지대를 둘러보던 장원은 자신이 짐작하는 어느곳을 가리켰고, 일본군 대장은 인부들을 불러모으더니 그 장소를 파내기 시작했다.
인부들이 파내는 장소에서 멀지 않은 작은 산.
산의 정상에 복면을 쓴 사내가 망원경으로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잠시 그걸 바라보던 그는 등에 메고 있던 가방을 내려놓더니 가방을 열고 안을 뒤졌다.
잠시후 가방에서 손을 꺼낸 그의 손에는 군대식 전화기가 들려있었다.
전화기를 귀에 대자 그의 귀에 치지직 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목소리가 들렸다.
“지금 가면 되는가?”
“네. 대장님. 밤에 급습하면 될거 같습니다.”
“경계상황은?”
“삼엄합니다.”
“알겠네. 내 직접 몰고 가겠네.”
“네.”
그가 잠시 전화를 하느라 망원경에서 눈을 뗐을 때, 중국식 의상을 입은 여성, 즉 전날 술집에 있던 그 여성이 일본군 막사로 향해가고 있었다.
“누구냐!”
텐트들 앞에서 경계를 서던 일본군은 갑작스레 등장한 중국인 여성에 놀라서 총구를 그녀에게 들이댔다.
하지만 그녀는 일말의 동요도 하지 않았다.
“하나모네 대장님을 불러라. 토모가 왔다고 하면 알것이다.”
“?”
그녀는 자신의 발 쪽으로 손을 넣어서 자신의 권총을 재빠르게 꺼내며 그에게 총구를 들이댔다.
“!”
“당장 모셔오라고!”
경계병은 놀라서 텐트들 안으로 들어갔고, 그녀는 권총을 든 손을 내려놓고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녀의 눈이 독립군 사내가 숨어있는 산을 잠시 보았고, 그때 일본군 대장, 즉 하나모네가 나왔다.
“아니. 토모 상사 오랜만이오!”
“잘 지내셨나요.”
“자자.. 안으로 들어가십시다.”
토모는 하나모네의 안내를 받아서 텐트들 안으로 들어갔고, 하나모네의 대장 텐트로 들어가면서 그녀는 발굴을 지휘하는 이장원과 오화련을 볼 수 있었다.
“저들입니까?”
“그렇네.”
“총독께서는 왜 하필 조선놈을.”
“어차피 조선놈들은 우리의 소모품이 아닌가. 필요할때 써먹는.”
“…”
텐트 안으로 들어서자 하나모네는 그녀에게 차를 끓여주었다.
“그래. 무슨일이오. 요동에서 임무를 맡고 있다고 내 들었소만.”
“대장님에게 중요한 정보를 알려드리기 위해서 입니다. 이건 가토 정보부장님 지시사항이기도 했구요.”
토모는 전날 독립군 대장과 사내가 나누었던 대화들을 알려주었다.
“그럼 그 놈들이 오늘 이곳으로 쳐들어올거란?”
“네.”
대장은 재빨리 책상위에 있던 통신용 전화기를 들었다.
“지금 당장 23, 25 부대를 이곳으로 이동시켜. 당장!”
“저도 이곳에 남아서 대장님을 돕도록 하지요.”
“그럼 고마운 얘기지.”
하나모네는 말을 하며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토모의 다리를 보았고, 그런 그의 눈빛을 알아차린 토모는 일어나더니 자신의 옷을 벗어내렸다.
그날 밤.
이장원은 발굴 현장을 둘러보며 인부들의 작업을 지시했고, 그런 그의 뒤를 오화련이 조용히 따라다녔다.
발굴은 상당히 진행되어 많은 양의 흙이 발굴 현장 주위에 쌓아올라졌고, 장원은 주위를 둘러보며 생각했다.
‘이곳이 아닌건가. 아무런 금붙이도 나오지 않는데….’
보통 어떤 유물이라도 발굴하면 금붙이들이 나오곤 했었기에 그는 이곳이 아니라는 확신이 점점 들기 시작했다.
잠시후 그에게 하나모네 대장이 다가왔고, 그의 옆에선 토모가 따라오고 있었다.
“어떻게 되가시오. 이박사.”
“아. 대장님. 아마도 이곳이 아닌거 같습니다. 내일은 다롄으로 이동해봐야할 듯 싶습니다.”
“아쉽게 되었군. 아! 이쪽은 토모.”
“안녕하십니까. 토모라고 합니다.”
“이장원이요.”
“오화련입니다.”
서로 인사를 한 후 그들은 서로를 신기하게 쳐다보았다.
토모는 이장원에게서 느껴지는 검기에 신기해했다.
그녀가 생각하기에 그는 그저 책이나 파고 사는 학자나부랭이였지만, 검의 기운이 느껴졌고, 적지않은 피비린내가 맡아졌다.
그 이야기는 그가 결코 책이나 파고 사는 학자나부랭이는 아니라는 뜻이었고, 그런 그에게 그녀는 뭔가 이상한 감정을 느끼기 시작했다.
오화련은 토모가 이장원을 야릇한 시선으로 쳐다보자 긴장한 눈빛으로 보고 있었고, 이장원은 그녀에게서 느껴지는 피비린내를 신기하게 생각했다.
“실례지만 무슨 일을 하시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일본 정보부 소속입니다.”
그녀의 말에 이장원은 그 피비린내의 정체를 알 수 있었고, 그녀가 여기 와있다는건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질것이란걸 직감할 수 있었다.
“오늘 독립군이 이곳으로 온답니까?”
“!!”
하나모네와 토모는 놀라서 서로를 쳐다보았다.
“일본 정보부 요원이 이런 발굴현장에 왔다는건 그런 생각이 들수밖에요.”
둘은 동시에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아. 이거이거 역시 이박사. 대단하시오. 하하!”
하나모네는 호쾌하게 웃었고, 토모는 그런 그의 통찰력에 다시금 반하는 자신을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어차피 내일 저희와 함께 이곳을 떠나게 되실 테니 지금 이곳을 먼저 떠나셔서 다롄으로 향하시면 어떨까 해서요.”
하나모네의 말이 끝나자마자 폭음이 텐트들 사이에 들려왔다.
폭음과 동시에 텐트들에서 거대한 불길이 치솟았다.
-#4. 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