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왕궁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건설된 조선 선비들의 학문의 장소였던 곳.
바로 성균관.
이곳에는 일제치하가 된후 일제가 한성대를 만들자 조선인을 위한 학당 건립을 하기위해 지식인들이 모여서 대학교로 발전시킨 성균관 대학교가 세워져있다.
여러 일제식 건물들 사이에 유일하게 조선식 기와로 만들어진 건물이 한채 있었다.
바로 대한 박물관.
강찬욱 고고학과 교수가 만든 박물관으로 조선시대는 물론 과거 삼국시대, 고려시대의 유물들이 보관되어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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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 2층의 한 방.
책장으로 꽉 찬 방의 한구석에 작은 책상이 있었고, 그곳에는 백발의 노인이 앉아서 어떤 책을 읽고 있었다.
‘똑똑”
“들어오시오.”
노인이 말하자 문이 열리며 두 남녀가 들어섰다.
바로 이장원과 오화련이었다.
“스승님.”
노인은 이장원의 목소리에 고개를 들었고, 곧 반가운 미소를 지었다.
“이게 누군가! 이장원군 아닌가! 그새 결혼이라도 했는가?”
“네? 무슨 말씀이십니까?”
“아리따운 여성이 함께 있으니 당연히 자네의 아내로 보이지 않겠나!”
그의 말에 화련은 얼굴이 붉어졌고, 냉정했던 이장원도 순간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게 아닙니다!”
“하하 아니면 아니지 뭐 그리 흥분을 하고 그러나.하하. 자자 앉게나.”
노인의 말에 이장원은 노인이 가리킨 쇼파에 앉았고, 화련은 그의 뒤에 장승처럼 섰다.
잠시 서있던 화련을 본 이장원은 노인에게 그녀와 만난 이야기, 그녀가 왜 자신과 함께 있는지를 설명했다.
“그런 일이 있었는가.”
“네.”
“그랬었군. 아! 이번에 총독이 의뢰를 해왔다고?”
“네.”
이장원은 말을 하면서 품에서 서류들을 꺼내어 그에게 보여주었다.
잠시 서류들을 둘러보던 노인이 입을 열었다.
“자네, 이 보물을 찾으면 그들이 원하는데로 갖다줄 생각인가?”
“어쩔 수 없지요.”
“흠…”
“그래서 말인데요. 스승님.”
“?”
“모조품 제작자를 수배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감쪽같이 속을 그런 모조품을 만들.”
“모조품을 건네줄 생각인가?”
“네.”
“걸리게 되면 골치 아파질수도 있네.”
“안걸리면 되죠.”
그의 단호한 말에 노인은 잠시 웃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좋네. 나도 그 유물을 그 놈들한테 그냥 내주긴 싫으니.”
“그리고….그 유물은 교수님께서 맡아주셨으면 합니다.”
“어차피 전시는 못할텐데?”
“훗날 조선이 광복하면 그때 전시할 수 있겠죠.”
“자네…..독립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는듯 보이더니?”
“어차피 관심은 없습니다. 다만…..우리 민족들이 그들에게 짖밟히는게 안타깝죠.”
“…..뭐…상관없지. 그런데 어딘지는 알겠나?”
“두, 세군데로 압축은 되었습니다만 직접 가봐야할 듯 싶습니다.”
“요동으로 말인가?”
“네. 아무래도 그쪽에 있는듯 하니까요. 보장왕은 발해건국에 도움을 주기도 했고, 그가 죽은곳이 그쪽이지 않습니까?”
“그랬지. 고구려가 무너지고 고구려로 돌아가지 못한 왕이니깐.”
“그래서 오늘 중으로 요동으로 향하는 기차를 탈 생각입니다.”
“그래. 몸 건강히 다녀오게나.”
“그럼.”
이장원은 스승에게 인사를 하고는 화련과 함께 건물을 나섰다.
다음날, 이장원과 오화련은 한성에서 단둥으로 향하는 열차를 탔다.
단둥은 요동과 한반도를 잇는 도시이다.
단둥을 통해 서쪽으로 들어가면 요동, 즉 랴오닝 반도이다.
현재 일제가 통치하고 있지만, 중국이 호시탐탐 탈환을 노리고 있고,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몇 개의 부대가 비밀리에 주둔하면서 한반도 진공을 준비하고 있다.
이장원은 과거 보장왕이 요동의 안동도독부 도독으로 있었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그의 유물인 왕관이 그곳에 있을거라 짐작했고, 일본 정보부 측에서도 요동에 있을 거라 짐작하고 몇군데의 유력 후보지를 찾아서 그가 가지고 있는 지도에 표시해놓았었다.
그는 지도에서 두 군데의 후보지를 추렸고, 자신이 따로 알아낸 자료를 토대로 한 군데의 후보지를 골랐다.
그리고 그 세군데를 직접 발굴하기 위해 요동으로 향해 가는중이었다.
이마모토의 선처로 그는 요동의 일본 군대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게 되었고, 그는 단둥으로 향하는 열차도 보통 열차가 아닌 군사 열차를 타고 가는 중이었다.
오화련은 이장원의 앞자리에 앉아서 창밖을 보는 중이었고, 이장원은 서류를 계속 읽어보고 있었다.
갑자기 덜컹거리는 소리가 들리며 열차가 멈췄고, 둘이 의아한 표정으로 창밖과 복도를 번갈아 보는데 총성이 들리기 시작했다.
놀란 둘은 각자의 무기를 챙기고 객실 바깥으로 나섰다.
둘이 몇 개의 객실을 지나자 그들의 눈앞에 대치중인 일본군과 독립군들이 보였다.
독립군들중 대장인 듯한 사내가 그들을 보았고, 그러자 입을 열었다.
“일본의 개인 이장원이 누군가?!”
“..나요.”
이장원이 순순히 대답하자 그 대장은 총구를 그에게 겨누며 입을 열었다.
“지금 당장 돌아가라. 일제의 개노릇을 하는걸 두고 보고 있을거 같나?
‘탕탕’
그의 말이 나오자마자 일본군들은 독립군들을 향해 사격을 개시했고, 독립군들도 대응사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장원과 화련은 객실안으로 재빠르게 들어가더니 묵묵히 서있었다.
“장원님, 이대로 계셔도….”
“어쩔 수 없잖아. 독립군을 도울수도….그들을 향해 총구를 돌릴수도 없는 노릇. 그저 가만히 있을 수 밖에 없다.”
그의 말에 화련도 고개를 끄덕였지만, 찜찜한 기분은 숨길수 없는듯했다.
잠시후 총성이 멈췄고, 일본군들이 열차로 들어왔다.
일본군 대장이 이장원에게 입을 열었다.
“적도들은 모두 물리쳤습니다. 객실로 돌아가시죠. 단둥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알겠소.”
장원과 화련은 묵묵히 일본군 대장의 뒤를 따라 걸어갔고, 열차밖을 바라보자 쓰러진 독립군들이 보였다.
화련은 눈물을 보였고, 장원은 묵묵히 하지만 굳은 표정으로 객실로 향했다.
잠시후 열차는 떠났고, 떠나는 열차를 멀리서 바라보는 사내가 있었다.
열차가 사라지자 그는 독립군들을 향해 달려갔고, 그들의 상태를 보았으나 이미 절명한 뒤였다.
그는 굳은 표정으로 그들의 눈을 감겨준 후, 매어둔 말에 올라타더니 열차가 나아간 곳으로 달려갔다.
그날 밤, 요동의 도시 안산.
주위는 어두웠고, 몇몇 건물에서만 빛이 나오고 있었다.
한 마리의 말이 마을로 들어섰고, 불이 꺼진 건물앞에 말이 멈췄다.
복면을 한 사내가 주위를 둘러보더니 문을 두드렸다.
곧 문이 열리며 한 여성이 나왔다.
그녀는 그를 보더니 그를 안으로 들여보내고는 주위를 둘러보고는 문을 닫았다.
건물은 술집인듯 카운터와 술로 가득찬 벽장이 보였다.
손님들은 아무도 없었고, 카운터 앞에 의자에 한 사내가 앉아서 묵묵히 술을 마시고 있었다.
문을 열어주었던 여성은 카운터 안으로 들어가서 평소와 다름없는듯한 몸짓으로 청소를 시작했다.
방금 들어선 사내는 복면을 벗고 외투를 벗어서 옆에 있던 옷걸이에 걸었다.
그 사내는 낮에 이장원이 탄 군사열차를 보던 그 자였다.
그 자는 혼자 술을 마시던 사내의 옆에 앉았고, 여자가 곧 그의 앞에 잔과 술을 갖다놓았다.
조용히 술잔에 술을 따른뒤 마신 그가 입을 열었다.
“모두 전멸했습니다.”
‘…예상했던 거 아닌가. “
“그들이 막지 못할것도 예상한거 아니었습니까?”
잠시 침묵이 흘렀지만, 그 침묵은 곧 먼저와서 술을 마시던 사내에 의해서 끝났다.
“그 놈이 맞았나?”
“네. 단동에서 내리는걸 확인하고 오는길입니다.”
“어디로 가는지는 알았는가?”
“소란이 벌어졌을때 객실에 몰래 숨어들어가서 서류들을 보고 왔습니다.”
“어디어디였는가?”
“번시 근방과 다롄항, 뤼순항. 이 세군데가 표시되어 있더군요.”
“그들의 목표는 보장왕의 왕관이라는 것이겠지?”
“천황의 생일 선물이라더군요.”
“…조선인이 조선의 유물을 찾아서 왜놈들에게 준다라…….아이러니한 일이군.”
“…..”
“자네는 지금 이 길로 그들을 추격하게.”
“대장님은?”
“우리는 계속 준비하다가 자네가 신호를 주면 발굴현장을 급습하도록 하겠네.”
“일본군이 있을거 같습니다만…”
“우리가 총력으로 공격하면 요동지방에 있는 일본군 모두가 몰려와도 우리를 못이겨.”
“….그렇게 무리해서 할 필요가 있을까요?”
“….총력으로는 못하겠지. 이 전투가 그리 중요한 전투가 되진 않을테니깐. 하지만 엘리트 부대를 보낼 생각이니 그놈들도 쉽게 이기진 못할거야. 운좋으면 우리가 이겨서 보장왕의 왕관을 우리가 취할수도 있겠지.”
“유물이 우리에게 필요한건 아니지 않습니까?”
“군사적, 경제적으로는 필요없지만 자존심 문제가 있지. 조선인의 유물을 그놈들의 생일 잔치에 내준다는건 조선인으로서 자존심이 허락치 않네.”
“..알겠습니다. 그럼 지금 바로 번시로 가겠습니다.”
“그들이 번시로 간다는 확실한 정보가 있는가?”
“확실한 정보는 아니지만 단둥에서 가장 가까운건 번시뿐입니다. 아무래도 그곳을 먼저 확인코자 하지 않을까요?”
“그렇겠지. 거리상 가까운 곳을 먼저 가보려 하겠지. 그럼 그렇게 하도록 하게. 그 자들은 이미 단둥에 도착했겠군?”
“네. 단둥의 일본군 막사로 들어가는걸 보고 오는 길입니다.”
“좋아. 가보게.”
사내는 다시 복면을 하고 문밖으로 나섰고, 대장은 계속 술을 마시고 있었고, 여성은 청소를 하고 있었다.
“수고하게.”
“네. 들어가셔요.”
대장은 그녀에게 인사를 하고는 문을 나섰고, 여성은 잠시 문을 보더니 카운터 밑에 있던 전화기를 집어들었다.
“네. 토모입니다. 네. 독립군이 움직일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네. 제 정체를 아직 모르는 눈치입니다.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그녀는 술이 가득찬 벽장옆에 있던 벽걸이에서 중국식 옷을 꺼내더니 입고있던 조선식 옷을 벗고는 중국식 옷을 입었다.
상의하의 구분없이 길게 한벌로 되어있는 중국식 의상.
하의는 치마식이고 빨간색에 황금색 용이 그려져 있었다.
옷을 다 입은 그녀는 문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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