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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0년 조선과 일본의 합방된 후 10년이 지난 시기.
일본 동경의 제국 학술원.
일본의 천황궁을 비롯 각종 정부 청사들이 모인 거리의 중앙에 우뚝 솟은 학술원 건물은 일본 통치의 근간이며 천황 숭배의 모든 이론적 기반을 제공해주는 곳이다.
학술원 앞에는 수많은 학자들이 건물을 나서고 있었다.
고고학 학회가 있었고, 이장원이라는 젊은 청년이 보고한 ‘조선 왕조 실록’을 듣기 위해 많은 학자들이 참여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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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원 2층 깊숙한 곳에 있는 작은 방.
방안에는 한 사내가 뒷짐을 지고 창가를 통해 학자들이 빠져나가는걸 지켜보고 있었다.
‘똑똑’
“..들어오시오.”
잠시 후 문이 열리고 한 사내가 들어섰다.
긴 검은색의 머리를 한 그는 큰 키를 가진 날씬한 사내였다.
얼굴의 한쪽에는 위아래로 긴 흉터가 나있어서 그의 인생이 그리 호락호락한 건 아니었음을 알려준다.
“자네가 이장원인가.”
“그렇습니다만..”
“난 이마모토라고 하네. 조선 총독 각하의 비서이지.”
“안녕하십니까.”
이마모토는 잠시 이장원을 지켜보더니 입을 열었다.
“이렇게 자네를 따로 보자고 한건 다름이 아니라 의뢰를 맡기기 위해서 일세.”
“총독부에서 제게 의뢰라니 의외로군요. 전 조선 국민입니다만.”
“조선과 일본은 평화적으로 합병했네.”
이마모토의 말에 둘사이에 잠시 침묵이 이어졌다.
“…무슨 의뢰를 하시기 위함이신지?”
“이 일은 총독 각하께서 직접 내리신 일이며, 학회보고는 절대 안되네.”
“…유물 강탈 의뢰입니까?”
“강탈이 아닐세. 조선과 일본은 이제 한 국가, 조선의 유물을 찾는 것은 곧 우리 일본의 유물을 찾는 거 아니겠나?”
“…어떤 유물입니까?”
이마모토는 책상에서 봉투하나를 가지고 오더니 이장원에게 건네주었다.
“중국 동북쪽에 있다는 과거 고구려 왕 보장왕의 유물중 하나인 왕관을 찾는 것일세.”
“보수는?”
“30만 전과 유물을 대일 박물관에 전시하게 한다는 조건일세.”
잠시 받아든 봉투를 바라보던 이장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맡도록 하지요.”
“잘 생각했네. 관련 경비는 모두 우리가 내줌세. 먼저 이건 10만전일세. 더 경비가 필요하다면 조선총독부 경리과에 청구하면 바로 내줄걸세.”
이장원은 그가 건네준 어음을 받아들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방문으로 향했다.
“아.그리고..”
잠시 걸음을 멈춘 이장원은 뒤돌아 그를 보았다.
“아마도 자네가 우리 일을 맡게된걸 알게되면 중국측에 있는 반역도당들이 보고있지만은 않을걸세.
그 놈들은 우리가 하는 일은 모조리 방해하려고 하니깐 말이지.”
“대한민국 임시정부 말입니까?”
“정부라니 세계에서도 인정하지 않았고, 우리에겐 반역도당이네. 자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진 모르겠으나 그놈들은 우리의 적임과 동시에 자네의 적이 되는걸세.”
“…알겠습니다.”
그날 오후, 동해.
광활한 바다위에 한척의 배가 떠있었다.
그 배는 바로 일본의 여객선으로 오사카에서 출항하여 부산으로 향하는 선박이었다.
이장원도 그 배에 타고 있었고, 그는 자신의 선실에서 이마모토가 건네준 서류들을 둘러보고 있었다.
서류들은 중국 동북쪽을 상세히 표시한 일제 군사지도와 보장왕에 대한 각종 자료들, 왕관이 있을 것이라 짐작하는 몇군데에 대한 상세 설명들이 있었다.
잠시 그 서류들을 둘러보던 이장원의 귀에 굉음이 들렸다.
이장원은 재빨리 침대에 던져놓았던 권총을 품에 넣고 장검을 차고는 밖으로 달려나갔다.
여객선주위의 바다에는 수많은 포탄이 떨어지고 있었고, 그 포탄들은 얼마 떨어지지 않은 한척의 배로부터 쏘아져오고 있었다.
잠시후 포성은 멈췄고, 괴선박이 여객선 옆에 정박했다.
그리고 나무로 된 다리가 여객선으로 올려지자 수많은 무장해적들이 내려섰다.
그들은 곧 여객선 곳곳을 휘저으며 선원들을 쓰러트리고 승객들에게서 각종 재화와 돈을 훔치기 시작했다.
선실 중앙의 거대한 홀에서 해적들과 마주친 이장원은 그들을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조선 사람들인가.”
“넌 누구냐!”
“….조용히 물러가라. 같은 민족을 죽이는건 원치 않아.”
“누가 누굴 죽인다는거야!”
해적들은 이장원에게 달려들었고, 이장원은 검집에서 검을 뽑지 않고 검집채로 그들을 상대했다.
하지만 해적들은 그의 상대가 되지 못했고, 잠시후 그의 앞에 수많은 해적들이 쓰러져있었다.
잠시 그들을 씁쓸하게 쳐다보던 그는 홀 중앙의 계단을 통해 갑판으로 뛰어갔다.
갑판에 올라선 그의 눈앞에 수많은 해적들이 보였고, 그들도 검집채로 상대한 그의 앞에 한 여성이 나타났다.
단발 머리에 두자루의 짧은 검을 가지고 주위의 선원들을 쓰러트리고 있는 여성.
“그쪽이 두목인가!”
여성은 잠시 칼부림을 멈추고 이장원을 향해 눈을 돌렸다.
“누구냐?”
“뭐..알건 없고, 독립군도 아니고 왜 여객선을 공격하나?”
“독립같은건 내 알바아냐! 난 그저 우리 애들 먹일 돈 구하러 온거거든.”
“..약탈이냐. 아주 비도덕적인 일을 합리적으로 생각하는군.”
“뭐?!”
그녀는 재빨리 이장원에게 달려들었고, 이장원은 다른 해적들과 마찬가지로 검집채로 그녀의 검을 막아냈다.
자신의 검을 쉽게 막아낸 그를 놀란 눈으로 보던 그녀는 다시 공격을 시도했고, 하지만 이장원은 쉽게 다시 막아내는데 성공한다.
그녀와 여러 번 검을 마주치던 그는 검집을 던짐과 동시에 자신의 검을 재빠르게 그녀의 머리로 내려쳤고, 그녀는 황급히 그의 검을 쳐냈다.
그 후 장원은 검을 재빨리 회수한후 그녀의 목으로 찌르고 들어갔고 놀란 그녀는 몸을 움직이지 못했다.
그녀의 목젖 바로 앞에 검을 멈춘 그는 잠시 주위를 둘러봤다.
그녀의 부하들인듯한 해적들이 멍한 눈으로 자신의 두목을 바라보고 있었고, 그들과 칼부림을 하던 선원들도 둘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쯤에서 그만 두는게 서로에게 이익이라고 생각되지 않나?”
“…..”
그녀는 뒤로 물러서더니 자신의 검을 내렸다.
장원은 그런 그녀를 잠시 보더니 선장으로 보이는 수염이 두둑한 사내에게 걸어갔다.
“선장이시오.”
“아…그렇소.”
“정리만 하면 될거요. 그리고…내가 상관할 바는 아니지만 그저 보내는게 좋지 않겠소? 여기서 막았으니 약탈한것도 모두 되찾을수 있을테고, 선처하면 서로에게 큰 피해없이 지나갈수도 있지않겠소.”
“….동의하오. 고맙소. 성함이?”
“…이장원이요.”
“무슨 일을 하시는지?”
“그저 책이나 읽고 사는 학자나부랭이입니다. 전 이만.”
그는 선장에게 인사하고는 자신의 선실로 돌아갔다.
그가 선실에 도착하자 뒤에서 여두목이 달려오며 과음쳤다.
“저기요!”
그녀의 외침에 뒤를 돌아보자 그녀는 뛰어왔는지 얼굴이 땀으로 뒤덮여있었다.
“무슨 일인가?”
“…당신의…부하가 되게 해주세요.”
“…부하? 난 그런 자격도 능력도 없는 사람일세.”
“전 지금까지 절 쓰러트릴 사람을 찾아왔고, 당신이 절 쓰러트렸어요. 그리고…우리 애들에게 선처도 베풀어주셨고.”
“그 선처라면 선장이 했지 내가 한건 아닐세. 그리고 내가 자네를 쓰러트렸다고 하여 자네가 내 부하가 되는건 말이 안되는걸세. 자네는 자네가 부양해야할 부하들이 있지않은가?”
“이미 모두 해산시키고 오는 길입니다.”
잠시 그녀를 지켜보던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좋을대로 하게….이름이 뭔가?”
“오화련입니다. 화련이라고 불러주십시오.”
“화련이라..이쁜이름이군. 좋네. 난 이대로 부산으로 갔다가 서울의 우리집으로 향할걸세. 부산항에서 다시 보지.”
“네. 그런데..성함이?”
“이장원이네.”
“네. 이장원님!”
그는 그에게 고개를 숙이는 그녀를 잠시 지켜보고는 자신의 방으로 들어섰다.
조선 한양..
호화로운 대저택, 그 저택의 대문에는 ‘취양루’라는 현판이 걸려있었고, 대문 앞에는 수많은 인력거들이 세워져있었다.
잠시 후 한대의 인력거가 도착했고, 거기서 이마모토가 내려섰다.
이마모토는 건물의 수많은 방들중 한 방에 인도되어졌고, 그 방으로 들어서자, 방안에는 백발의 노인이 앉아있었다.
노인은 일본식 전통의상을 입고 앉아있었고, 그의 옆에는 아리따운 여성이 한복을 단아하게 차려입고는 그에게 술잔을 따라주고 있었다.
“총독각하!”
“이마모토군인가.”
“넷.”
이마모토는 총독에게 90도로 인사하고는 그의 앞에 무릎을 끓고 앉았다.
“어떻게 되었나?”
“의뢰를 맡았습니다.”
“그 자가 과연 그 보물을 찾을 수 있겠는가? 그 보물은 천황 폐하의 생일잔치에 선물로 헌상할 물건일세. 절대 실수하면 안된다는 이야기야.”
“학술원측에서도 추천했고, 제가 따로 알아본 바에 따르면 이런 유물추적에 능한 인물로 알고있습니다.”
“….좋네. 내 자네만 믿겠네. 그 자의 이름이 뭐라고?”
“이장원 입니다.”
“중국 동북쪽에 있다는것만으로 그걸 찾아낼수 있겠는가? 천황 폐하의 생일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는건 알겠지?”
“믿어주십시오.”
“좋아. 이만 물러가게. 난 미화와 시간을 보내고 싶으니.”
“네. 각하!”
이마모토가 방문을 열고 나서자 노인은 자신에게 술잔을 따라주던 여인의 옷고리를 풀어헤치며 미소를 지었다.
“총독각하…너무 거세시옵니다..”
“하하…내가 노인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일게다!”
다음날, 취양루 앞.
미화라 불리었던 여성이 주위를 둘러보며 재빠르게 어딘가로 향해 걸어갔다.
잠시 후 그녀는 한 건물에 도착했고, 문을 두번 두드리자 문이 열렸다.
다시 주위를 둘러본 그녀는 문을 통해 건물로 들어섰다.
“정확한 정보인거냐?”
“네. 총독과 이마모토 비서가 이야기한 바에 따르면요.”
“알았다. 본부에 알리도록 하마. 신분노출안되도록 조심하고.”
“네.”
#2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