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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 개강하는 ㄱ대
ㄱ대는 개강을 했다. 한산했던 학교는 다시 교정을 누비는 학생들로 활기가 돌았다. 그중에는 물론 이번에 새로 들어온 신입생들도 있었다. 천문학과에 합격한 민규는 가족들과 혜진이 누나와 함께 자연대 건물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었다. 혜진이 사진을 찍어 주었다. 사진을 다 찍은 후 다섯 사람은 점심을 먹으려고 학교를 나왔다. 그들은 학교 앞에 있는 고기집으로 들어갔는데 고기집은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다행히 한 자리가 비어 있어서 다섯 사람은 그 곳으로 가서 앉았다. 조금 후 종업원이 주문을 받으러 오자 강 사장은 돼지갈비 5인분을 주문했다. 곧 갖가지 반찬이 나왔고 조금 후 돼지 갈비가 나왔다. 돼지 갈비가 다 익자 혜진이 돼지 갈비를 먹기 좋게 잘랐다.
“드셔도 될 거 같아요.”
혜진이 민이 부모님한테 말했다.
다섯 사람은 식사를 맛있게 하고 난 후 고기집을 나왔다.
“전 그럼 들어가 볼게요.”
혜진이 민이 부모님한테 공손히 인사를 하고는 자리를 떠났다.
“혜진인 정말 참한 거 같아요.”
윤화가 말했다.
“그러게 말야. 우리 딸이 혜진이 반만 닮아도 좋을 텐데.”
“아버지, 그건 일찌감치 포기하시는 게 좋을 거에요. 누나가 할 줄 아는 거라곤 술 마시는 거랑 주먹질 뿐이니.”
“야, 니가 또 맞고 싶어서 그러지?”
민이는 민규한테 달려 들었고 민규는 어머니 등 뒤로 숨었다.
“이것 봐요. 허곤날 동생만 때리려고 해요.”
“그만들 해라. 너흰 어째 맨날 그러냐?”
강 사장이 한심해 하며 말했다.
한편 수영의 부모님도 수영의 입학식을 축하해 주기 위해 충주에서 올라왔다. 하지만 수영은 대학생이 된 게 전혀 기쁘지 않았다. 대학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을지도 알 수가 없었다. 수영의 얼굴은 언제나처럼 그늘져 있었다.
“그만 밥 먹으러 가지.”
중호가 말했다.
“어디로 갈 건데요?”
미정이 물었다.
“준범이가 수영이 데리고 오라고 했어. 입학 축하하는 겸 자기가 한 턱 내겠다면서.”
세 사람은 중호가 주차장에 세워 둔 차에 올라탔다. 그리고는 금하건설로 출발했다.
회장실에선 박 회장과 희연이 쟈스민차를 마시며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중호가 노크를 하고 가족과 함께 문을 열고 들어왔다. 희연은 수영을 알고 있었기에 수영과 같이 온 어른이 수영의 부모님이라는 것을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여긴 수영이 부모고 여긴 내 친구 딸이야.”
중호가 수영이 부모와 희연이한테 서로를 소개해 주었다.
“안녕하세요.”
희연이 공손히 인사를 했다.
“아버님, 전 그럼 들어가 볼게요.”
“같이 점심 먹으러 가자. 유진이 하고 나연이도 이리로 오라고 불렀으니까.”
나연이가 온다는 말에 그 때 까지 그늘져 있던 수영의 얼굴이 조금 밝아졌다.
“그럼 그렇게 할게요.”
조금 후 유진과 나연이 회장실로 왔다. 유진과 나연은 처음 보는 수영의 부모님한테 인사를 했다.
“그럼 나가지. 좋은 데 예약해 놨으니까.”
박 회장이 말했다. 7명의 사람은 모두 회장실을 나왔다.
사람이 7명이라 중호의 가족은 중호의 차에 올라탔고 남은 네 사람은 박 회장의 차에 올라탔다. 김 기사가 휴가 중이어서 운전대는 오랜만에 박 회장이 잡았다. 박 회장이 먼저 출발했고 중호는 박 회장을 뒤 따라 갔다.
박 회장이 온 곳은 M 호텔 안에 있는 고급 프랑스 레스토랑이었다. 박 회장과 중호가 주차장에 차를 세우자 모두 차에서 내려 레스토랑 안으로 들어갔다. 웨이터가 예약석으로 그들을 안내해 주었다. 박 회장은 메뉴판을 본 후 C코스 요리를 주문했다. 우선 입맛을 돋우기 위한 약한 도수의 술인 아페리티프가 나왔다. 테이블에 둘러앉은 7명 중에서 아예 술을 입에 못 대는 수영을 제외한 여섯명의 사람은 간단히 한 모금씩 마셨다. 조금 후 오르되브르로 달팽이 요리가 나왔다. 뒤이어서 전채요리인 가리비 구이가 나왔고 가리비 구이를 다 비울 때쯤 메인 요리인 등심스테이크와 감자 퓨레가 나왔다.
“와인도 한 잔 하면 좋을 텐데. 차를 가지고 와서.”
박 회장이 아쉬운 듯 말했다.
“그럼 한 잔 하세요. 제가 운전할게요.”
희연은 그렇게 말하고는 웨이터를 부르더니 샤토 마고 1993년산을 주문했다. 웨이터가 와인 잔과 샤토 마고를 가지고 와서는 잔을 사람들 앞에 내려 놓은 후 와인을 따라 주었다. 운전을 해야 하는 중호와 희연이랑 술을 못 마시는 수영을 제외하고 다른 사람들은 모두 와인을 곁들이며 스테이크를 먹었다.
마지막으로 디저트가 나오자 그들은 디저트를 다 먹은 후 일어났다. 장장 3시간에 걸친 식사였다.
“오늘 정말 잘 먹었어.”
중호가 박 회장의 대접에 고마워 하며 말했다.
“뭘 그런 걸 가지고.”
“공부 열심히 해라. 의사 되는 건 이제부터 시작이니까.”
중호는 아들한테 당부하는 말을 잊지 않고 한 후에 아내와 차에 올라탔다. 남은 다섯 사람도 박 회장의 차에 올라탔다. 운전대는 희연이 잡았고 조수석엔 박 회장이 앉았으며 유진, 나연, 수영 세 사람은 뒷좌석에 앉았다.
“아버님, 회사로 갈 건 가요?”
희연이 물었다.
“응. 일이 있어서 또 들어가 봐야 돼.”
희연은 시동을 걸고 천천히 출발했다.
금하건설 빌딩 앞에서 희연은 차를 세웠다.
“그래, 그럼 들어가거라.”
“아버님, 차는 유진이 하고 수영이 집에 데려다 준 후에 다시 이리로 가지고 올게요.”
“뭐 하러 그러니? 힘들게. 그냥 차고에 넣어 둬.”
“그래도 이따 퇴근 하실 때 차가 있으셔야죠?”
“가끔 버스 타는 것도 괜찮아. 그러니까 차고에 넣어 둬.”
박 회장은 차에서 내렸다. 박 회장이 차에서 내리자 희연은 다시 악셀레이터를 밟았다. 차가 천천히 앞으로 나아갔다.
희연은 나연이를 먼저 내려주려고 자기 집으로 가고 있었다.
“넌 근데 아까부터 표정이 왜 그러냐? 의대생이 됐으면 당연히 기뻐해야지.”
아까부터 우울한 표정을 짓고 있던 수영을 보며 나연이 물었다.
“의사 되고 싶은 생각 없어요.”
“의사 되고 싶은 생각이 없다고? 그럼 왜 의대에 지원 했어?”
“아버지가 가라고 해서요.”
“야, 넌 아버지가 죽으라고 하면 죽을 거야? 도대체 넌 애가 왜 그 모양이야? 그럼 니가 되고 싶은 건 뭔데?”
“그런 거 없는데요.”
“없다니?”
“솔직히 뭘 해야 될지 모르겠어요. 내가 왜 태어났는지도 모르겠고.”
나연은 수영이의 대답에 기가 막히다는 듯 수영을 쳐다보다가 내뱉었다.
“내가 너 때문에 정말 속이 터진다. 넌 도대체가 하나부터 열까지 마음에 안 들어.”
희연은 집에 도착해 나연이를 내려 주고 유진이네 집으로 갔다. 유진이네 집은 희연이네 집에서 그리 멀지 않아 금방 도착할 수 있었다. 유진과 수영이 차에서 내렸다. 하지만 희연은 차에서 내리지 않았다. 유진은 이상해서 희연이가 앉아 있는 운전석의 창가쪽으로 가서 창문을 두드렸다. 희연이 창문을 내렸다.
“안 내려?”
“아무래도 차 아버님한테 도로 가져다 줘야 할 거 같아서.”
“아버지가 차 차고 안에 넣어 두라고 했잖아?”
“그래도 그러면 안 될 거 같애. 아버님 바쁘신데 차도 없으면 어떻게 해? 난 그럼 갈게.”
희연은 차를 돌려 오던 길로 다시 되돌아 나갔다.
금하건설 빌딩에 도착한 희연은 지하 1층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회장실이 있는 3층으로 올라갔다. 희연이 노크를 하고 회장실 문을 열었다. 박 회장은 책상에 앉아서 서류를 검토하고 있었다. 그는 희연이가 온 것을 보고는 놀랐다.
“어떻게 도로 왔어?”
“아버님, 차, 지하 1층 주차장에 세워 뒀어요.”
희연은 그렇게 말하며 차키를 박 회장한테 건네주었다.
“뭐 하러 그러니? 그냥 차고 안에 넣어 두라니까. 왔다 갔다 하고 너만 힘들지 않니?”
“아버님, 바쁘신데 차가 있어야죠. 전 그럼 들어갈게요.”
“그래. 조심해서 들어 가거라.”
희연은 박 회장한테 공손히 인사를 하고는 회장실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