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자천하지대본전뽑기-5화
어느 저녁이었다. 건형이는 집에서 숙제를 하면서 평범하게 시간을 보냈다. 연필 끄적거리는 소리가 방 한칸을 채운다. 그 속에 다른 큰 소리가 들려온다. 건형이는 휴대전화로 시선을 돌렸다. 아, 알고 보니 문자가 왔다는 소리이구만. 건형이는 휴대전화를 들어 문자내용을 확인한다. 거기엔 이렇게 적혀 있었다.
‘강건형, 지금
우리 집에 와
줄래?
정아라’
‘정아라’라는 이름을 보고 건형이는 깜짝 놀랐다. 아직도 원한이 있나, 아니면 무슨 이유로 이 늦은 밤중에 자기 집으로 오라는 걸까? 그래도 안 오면 관계가 나빠질 것 같아 건형이는 가기로 결정한다. 그러나, 늦은 밤에 어딘가에 가는 것 자체는 부모님의 걱정을 사는 게 뻔하다. 그래서, 그는 부모님에게
“밭에 좀 보고 올께요. 좀 늦을 수도 있어요.”
라고 말했다.
“뭐하러? 이 늦은 시간에.”
“벌레 좀 퇴치하려고요.”
이곳 정강리는 초여름이면 밤중에 비닐하우스에 벌레가 기승을 부려 대부분의 농민들이 고생을 한다. 그래서 몇몇 사람들은 밤중에 비닐하우스에 살충제를 들고 가는 것이 다반사가 되었다. 건형이는 이를 이용해 부모님을 안심시키게 했다. 해충재해가 지금의 건형이에겐 득이 되는 것이었다.
건형이는 기억을 읊조리며 아라네 집으로 향해 갔다. 아라네 집에는 불빛이 켜져 있다. 대문 밖에는 아라가 서 있었다. 그는 그녀로 갔다.
“헉헉, 좀··· 늦었지?”
“아니.”
“근데 나한데 무슨 원하는 게 있어?”
“아, 맞다.”
그녀는 갑자기 그의 손을 덥썩 잡고 말했다.
“저기, 나 대신 '농자뽑기' 좀 관리해 줘.”
그녀의 평소 모습과는 다르게 간절히 부탁하는 그녀의 모습은 의외였는지라. 건형이는 적게 놀라지 않았다.
“뭐?”
“그러니까 너, 내가 인터넷으로 우리 집에서 만든 농산물 팔고, 홈페이지 관리하는 거 봤잖아?”
“어. 동사무소에서 봤······.”
“그러니까. 그거 내가 했잖아. 이제부터 니가 하면 안돼? 운영자 아이디하고 비번······.”
“아니, 잠깐만. 왜 나한테 맡기려는데?”
“아. 미안, 화났어?”
“아니, 갑자기 이러니까 궁금해서.”
아라는 자신이 매우 들뜨고 있음을 알아차렸다. 그래서 심호흡을 하고 이유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내가 요새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 했거든.”
“그게 뭔데?”
“좀 엉뚱하겠지만, 사과나무 있잖아.”
“어.”
“사과나무 주위를 온천물로 감싸고, 사과나무에 온천물을 주면은 사과가 특별해진대!”
“그래? 허어······.”
“그래서, 우리도 해 보려 하는데······.”
“잠깐, 온천수 구할 수는 있어?”
“서산에 뜨거운 약수가 나오잖아. 약수 아저씨한테 엄마가 부탁해 놨어.”
“그래서 다시 말하면, 너네 가족은 온천사과농사를 준비하고, 나는 인터넷 농산쇼핑몰을 해라?”
“그래!”
“그리해도 괜찮아?”
“괜찮아. 엄마도 동의했어.”
“내 인터넷 다루는 거나 경제엔 취약한데······.”
“그렴, 궁금한 게 있으면 문자 같은 것으로 알려주면 돼.”
“정말?”
아라는 답답해 미치는 심정이다. ‘어찌 사내대장부가 담이 작아서야······.’라고 한탄하다가 좋은 말이 떠올랐다.
“지난번에 내 집에 무단가택침입 한 것의 대가라고 생각하면서 그냥 해.”
이 말에 건형이는 뜨끔했다.
‘역시, 아직도 나한테 미운 마음이 있구나. 저번 일 때문에.’
건형이가 조심스럽게 다시 사과했다.
“미안해.”
“아니야. 그래도 내가 부탁한건 꼭 해줘야 돼?”
“응.”건형이는 아라에게서 그녀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받은 뒤, 집으로 곧장 달려갔다.
“다녀왔습니다.”
“어, 그래. 좀 늦구나.”
“빨리 씻고 잘게요.”
건형이는 자기 방으로 들어가 컴퓨터를 켰다. 그리고 아라가 운영하는 그 사이트에 들어가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입력해 가입했다. 그러자, 이런 메시지가 뜬다.
‘
이 홈피의 운영자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는 다른 사이트와 호환이 불가능합니다.’
이 말은 아라가 그 홈피에서의 아이디&비밀번호와 다른 포털싸이트 에서의 아이디&비밀번호는 완전히 다르고, 연관성도 없다는 뜻이다. 보안은 참 잘해놨다.
‘이제 내가 운영자······.’
건형이는 가만히 홈피의 메인화면을 보고 있었다. 그 홈피의 맨 위쪽엔 ‘농자천하지대본전뽑기’라는 제목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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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좀 늦게 올립니다;;
즐겁게 봐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