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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맑음 (3)

큰샘     날짜 : 2012년 06월 10일 (일) 10:44:07 오후     조회 : 2676      


“메세지가 도착했습니다.”


- 뭐해? 간만에 고향 내려갔는데 맛있는 거 많이 챙겨 먹고 와 :D


그는 답장을 쓸까하다 그만둔다. 고향집이라는 괜찮은 핑계거리가 있으니 오늘 하루는 괜찮겠다 

싶어서였다. 조카들은 무슨 무슨 캐릭터라는 카드북을 펼쳐놓고는 열심히 토론 중이었다. 

그는 뒤에서 조카들을 바라보다 말을 건다.


“철수야, 그게 뭐야?”

“이거 몬스터 카드야. 이제 거의 다 모았어. 근데 레어카드가 안 모여”

“레어카드가 뭔데?”

“엄청 쌘 건데 어둠의 기사라고 이제 새로 안 나와, 그래서 이번에 용돈 받으면 인터넷에서 살 거야.”

“그거 있으면 좋은 거야?”

“진짜 쌘 거야. 다른 카드 아무리 많아도 못 이겨.”


친구 놈은 기어이 맛이 갔다. 술에 취해서도 맛이 갔고, 정신적으로도 미풍양속에 빗대어 분명히 

맛이 갔다.  심하게.  나한테 죄 지은 것도 없으면서 석고대죄를 하는 중이다.


“나 결혼하지 말까?”


“너 진짜 미쳤냐? 왜 그래? 그 얘기 이미 끝난 거 아니었어?”


“근데 어떡하냐, 보고 싶고 만나고 싶고 안고 싶고 그런데.”


“그래서 결혼 취소하고, 그 여자 만나겠다고? 계약한 집은 혼수 들은? 부모님들은?”


“인생 한 번 사는 건데, 그럼 거짓말로 결혼하고 살까?”


“야, 그 여자 확실하게 잊는 방법 내가 알려줘?”


이 새끼가 그제야 고개를 든다.


“일단 그 여자를 꼬셔, 사실은 집이 100억대 부자였다느니 아니면 학교를 속이던가 직업을 속이던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꼬시는 거야. 그리고는 먹어. 질릴 때까지 먹는 거야. 해달라는 거 다 해줘. 아니 

네가 먼저 해주는 거야. 선물도 펑펑해주고 영화에서 나오는 이벤트도 다 해줘. 밑진 다는 생각하지 

말고 다 해줘. 그리고 계속 먹어. 자. 계속 섹스 하는 거야.”


“내가 짐승이야?”


“끝까지 들어봐, 그렇게 계속 자다보면 그 여자가 익숙해 질 때가 올 거야. 아니 지겨워지는 날이 올 

거야. 다 쏟아 붓다보면 그런 날이 반드시 와.”


“그런 날이 안 오면?”


“그럼 너 로또 맞은 거고.”


“그래서 결혼 깨라는 얘기야?”


“싫으면 몰래 만나던가. 연애는 원래 그런 거야. 한쪽은 어차피 질리게 되어 있어. 그리면 나머지 

한쪽이 매달리는 거야. 나머지 한쪽은 사실 알고 있을 걸? 상대가 나한테 질렸다는 거. 겉으로 보기엔 

매달리는 쪽이 불쌍해 보이지? 근데 사실은 반대야. 넌 먹기 싫은 밥 매일 먹는 사람이랑, 돈 없어서 

일주일에 한 번 스테이크 먹는 사람이랑 누가 더 불쌍할 거 같냐. 당연히 전자지. 그러니까 연애에서 

행복해지고 싶으면 밥이 되면 되는 거고 연애에서 승리하려면 하루 빨리 상대방을 밥으로 만들어야 

되는 거야. 병신처럼 밥이 되지 말고. 여자는 모르겠는데 남자는 자기 여자 밥 만드는 가장 고전적이고 

확실한 방법이 있지. 섹스. 남자 새끼들은 어쩔 수가 없어. 내가 전에 길에서 불륜 커플을 봤다? 

근데 시발. 나이 60은 다 되가는 불륜 커플인거야. 등산복 입고 있더라. 그림 딱 나오는 거지. 무슨 

무슨 등산 동호회에서 만난거야.”


“니가 불륜인지 어떻게 아냐. 부부인지도 모르고..”


“지들 입으로 잘 말해주더라. 어쨌든 남자는 허세를 부리고 여자는 내숭을 떤다고 그 새끼도 

대단하더라. 나이 60 다 되가는데 어찌나 어깨를 활짝 피는지 어깨가 뒤로 접히겠더라. 

나도 수컷이라 이거지. 매일 밥 먹다가 외식 할려니까. 불끈 불끈하고 생생한 수컷이라 이거지.”


“너 취했네. 넌 내 얘기 들으러 와서 니가 취하냐.”


“그러니까. 시발!”


친구 얼굴을 제대로 쳐다보기가 창피하다.


“그러니까. 그 여자한테 병신같이 목 매지 말라고. 시발! 시간 지나면 다 밥이야. 밥. 스테이크 맨 날 

쳐 먹는 양놈 새끼들은 스테이크가 밥이고, 우리는 쌀밥이 밥이고, 김치가 밥이고 쪽바리 새끼들은 

그 뭐냐. 그 콩 비빈거 그게 밥이고. 시발! 그냥 많이 쳐 먹으면 다 밥이지. 시발...”


“집에 가자. 그만 마시고.”


타협하지 않으면 진정되지 않는 순간들이 있다. 그녀를 놓친 것이 너무 후회되고 알 수 없는 공허가 

나를 질책하면 무너지지 않을 철벽의 논리들이 필요하다. 어차피 다 같은 거라고. 용기가 없어서 

놓친 게 아니라. 그저 그런 이야기들 중에 하나라고. 내가 현명했다고.


그래, 괜찮은 철벽 하나 둘 정도는 인생에 필요하다.



“메세지가 도착했습니다.”

- 뭐해? 간만에 고향 내려갔는데 맛있는 거 많이 챙겨 먹고 와 :D

그는 답장을 쓸까하다 그만둔다. 고향집이라는 괜찮은 핑계거리가 있으니 오늘 하루는 괜찮겠다 

싶어서였다. 조카들은 무슨 무슨 캐릭터라는 카드북을 펼쳐놓고는 열심히 토론 중이었다. 

그는 뒤에서 조카들을 바라보다 말을 건다.


“철수야 작년에 모으던 레어카드는 샀어?”


“에이.. 이제 레전드 카드 나와서 레어카드는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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