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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선은 면회실로 나갔다. 오랜만에 아내인 수정이 면회를 와 있었다. 하지만 아내의 얼굴은 이전과 많이 달라져 있었다. 자신을 보는 아내의 눈은 왠지 차갑고 싸늘했다.
“잘 지내?”
창선이 물었다.
“예.”
“아이들은?”
“아이들도 잘 있어요. 옷 하고 편지 넣었어요. 편지 꼭 읽어 보세요.”
“응.”
“그럼 갈게요.”
“벌써?”
“바빠요.”
수정은 면회실을 나왔다. 면회실을 나가는 창선을 보며 창선은 아내가 변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창선이 감방으로 돌아오니 간수가 수정이 주고 간 옷과 편지를 건네주었다. 창선은 옷을 한 곳에 놓아두고 편지를 뜯어 읽어 보았다.
[좋은 사람을 만났어요. 로펌회사에서 일하는 변호사인데 그 사람은 저를 사랑하고 호영이하고 호란이한테도 잘 해 줘요. 물론 두 아이 모두 그 사람을 좋아하고요. 전 그 사람하고 결혼했으면 해요. 하지만 당신이 걸리네요. 당신이 이 세상에서 사라져 주었으면 해요. 부탁이에요. 더는 지긋지긋한 가난 속에서 살고 싶지 않아요.]
창선은 눈을 지그시 감았다. 아내의 마음이 자신한테서 완전히 떠났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생각해 보니 무리도 아니었다. 자신은 한 번도 아내를 행복하게 해 준 적이 없었다. 잘 살아보려고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고 화물 트럭 운전을 한 것이었는데 아내를 살인자의 부인으로 만들고 말았다. 창선은 수정의 부탁을 들어주기로 했다. 그럼 살인자의 부인이라는 꼬리표도 뗄 수가 있었다. 그 날 밤 창선은 밤이 깊어 모두가 잠들었을 때 목을 매고 자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