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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은 또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밤이 늦어서야 집으로 돌아왔다. 아이들 때문이라도 빨리 일자리를 구해야 하는데 자신의 처지로는 일을 구하는 게 너무나 힘들었다. 수정은 막막했다. 그 때 어려운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연락을 달라고 한 효민의 말이 떠올랐다. 수정은 효민한테 받은 명함을 지갑에서 꺼내 보았다. 명함엔 그의 핸드폰 번호가 적혀 있었다. 효민이 다시 보고 싶은 생각도 들어 수정은 전화가 놓인 곳으로 가서 수화기를 들고 버튼을 눌렀다.
야근을 마치고 사무실을 나오던 효민은 핸드폰이 울려 바지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모르는 번호가 찍혀 있었다. 효민은 누구일까 궁금해 하며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저 수정이에요.”
“아, 예."
효민은 수정의 목소리가 반가웠다.
“저 늦은 시간에 죄송한데 부탁이 하나 있어서요.”
“그럼 내일 만나죠. 괜찮으시겠어요?”
“예.”
“그럼 제가 다니는 로펌 회사 앞에 차향이라는 찻집이 있는데 그 곳에서 만나죠.”
효민은 그렇게 말하고는 찻집의 위치를 가르쳐 주었다.
“예.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수정은 전화를 끊으며 세상엔 정말 좋은 사람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 사람이라면 자신의 부탁을 꼭 들어줄 거 같다는 확신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