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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를 낸 창선은 감옥에 수감되어 있었다. 아내와 두 아이들하고 잘 살아 볼려고 제 때
잠도 자지 못하고 열심히 일한 것이었는데 한 번의 졸음운전이 모든 것을 망쳐 버렸다. 아내가 면회를 왔다. 창선이 아내를 처음 만났을 때 아내는 자신의 이름만 알고 있을 뿐 자신의 과거는 아무 것도 모르고 있었다. 창선은 그런 여자가 가여워서 자신의 집으로 데려와 같이 살게 되었다. 그렇게 동정으로 시작된 감정은 시간이 흐르면서 사랑으로 바뀌었고 둘은 두 아이까지 갖게 되었다.
“미안해. 여보.”
창선은 고개를 떨구었다.
“전 당신 원망하지 않아요. 저랑 아이들 때문에 무리해서 일하다가 그렇게 된 거니까. 기다릴게요.”
“그 사람은 어때?”
“아직 깨어나지 않았어요. 여기 면회 끝나면 찾아가 볼려고요. 우리가 용서를 비는 길은 그 길 밖에 없으니까.”
“그래. 하루 빨리 깨어나야 할 텐데.”
“꼭 깨어날 거에요.”
면회 시간은 너무나도 짧았다. 수정은 아쉬웠지만 감정을 추스르며 면회실을 나왔다.
효민은 깨어났다. 오랜 잠에서 깨어난 효민은 그 끔찍한 사고가 생생하게 생각났다. 하지만 어머니의 얼굴을 보자 조금은 안도가 됐다.
“괜찮니?”
“예.”
“은수는요?”
“은수는 죽었어. 너 이렇게 누워 있은 지 한달도 더 됐어.”
부인이 죽었다는데 효민은 이상하게 눈물이 한방울도 흘러 나오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자신이 은수랑 결혼한 이유는 은수를 사랑해서가 아니었다. 효민은 사법고시에 합격한 이후의 삶들이 떠올랐고 자신이 그 동안 잘못 살아 온 것 같다고 느꼈다. 자신을 뒷바라지 해 줬는데도 사법고시 합격 후 자신이 버린 수정이도 생각났다. 효민은 가만히 눈을 감았다.
“의사 선생님 데리고 올게.”
문을 열고 나오던 효민의 어머니는 문 앞에서 수정이를 만났다.
“효민이 깨어났어. 어서 들어가 봐.”
수정은 노크를 하고 안으로 들어갔다.
“다행이에요. 깨어나서. 제 남편 때문에 이런 큰 일을 당하셔서 뭐라고 드릴 말씀이 없네요. 정말 죄송합니다.”
효민은 어디선가 많이 들어 본 목소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목소리의 주인공을 보는 순간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 사람은 바로 수정이었다. 하지만 효민은 수정을 아는 체 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더 이상한 것은 수정이 자신을 전혀 알아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효민은 자신이 아직 온전한 상태가 아니라서 사람을 잘못 본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다시 자세히 봐도 분명 수정이었다. 8년이란 세월이 흘렀고 그 동안 고생을 많이 했는지 수정은 폭삭 늙어 버렸지만 분명 틀림없는 수정이었다.
“남편이라면...”
“예. 저랑 아이들 먹여 살리려고 잠도 제대로 자지 않고 일한 사람인데... 그만... 정말 좋은 사람이에요. 과거의 기억을 다 잃어버린 저한테 새 삶을 줬으니까요.”
효민은 그제서야 수정이 왜 자신을 몰라보는지 이해할 수가 있었다. 하지만 지난 날에 있었던 일을 수정한테 자세히 말할 수가 없었다. 효민은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
의사를 데리러 갔던 효민의 어머니가 의사와 함께 들어왔다. 의사는 효민을 진찰하더니 이젠 일반 병실로 옮겨도 될 거 같다고 했다. 효민은 일반 병실로 옮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