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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민은 은수랑 만나기로 한 레스토랑에 먼저 와 있었다. 그 레스토랑은 G호텔 안에 있는 레스토랑으로 강렬하고 화사한 빨간색으로 인테리어가 잘 갖추어진 최고급 레스토랑이었다. 효민은 한 번도 이런 곳에 와 본 적이 없었다. 그는 다시 한 번 자신이 옛날의 효민이 아니라는 것을 실감했다. 약속 시간이 되자 은수가 나타났다. 은수는 효민을 알아보고는 효민이 앉아 있는 곳으로 와서 앉았다. 효민과 은수는 서로 인사를 했다. 효민은 은수를 찬찬히 살펴 보았다. 깊이 들어간 눈과 웃을 때 패이는 보조개가 너무 아름다워 보였다. 8년간 사법고시에 매달린 것은 역시 헛수고한 일이 아니었다. 사법 고시 수석 합격은 모든 것을 바꾸어 놓고 있었다. 효민과 은수는 천천히 나오는 음식을 즐겼다. 효민은 이름도 모르는 음식들이었다. 식사를 다 하고 일어서려는데 한 남자가 두 사람의 자리로 왔다. 그 남자의 얼굴은 분노로 일그러져 있었다.
“니가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가 있어? 우린 약혼한 사이잖아?”
“약혼이야 얼마든지 깰 수 있는 거 아니야? 너희 집은 부도나서 빚만 떠안게 됐는데 내가 아직도 너한테 미련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 이젠 니 분수를 알 때도 됐잖아?”
은수는 아주 냉랭하게 말했다. 표정은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효민과 은수는 밖으로 나왔다.
“이런 일을 겪게 해서 죄송해요. 하지만 저 사람과는 끝난 거나 다름없고 전 효민씨한테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을 거에요. 제가 싫지 않다면 다시 만났으면 하는데요.”
효민은 당연히 오케이했다. 그 말은 자신이 먼저 하고 싶던 말이기도 했다. 그 때 수정이 떠올랐다. 수정과는 이제 정말로 끝낼 때가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