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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민은 합격했다. 그것도 수석이었다. 효민은 이 좋은 소식을 수정이한테 직접 알려주고 싶었다. 물론 전화로 알려 줄 수도 있는 일이었지만 수정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이제 수정한테 프로포즈 하는 일만 남았다고 생각하며 효민은 논현역으로 가는 지하철에 올라탔다. 수정은 논현역에 있는 작은 여행사에서 일하고 있었다. 지하철이 논현역에 도착하자 효민은 지하철에서 내려 지상위로 올라왔다. 수정이 일하고 있는 작은 여행사가 있는 삼하빌딩이 눈에 들어왔다. 수정이 일하는 회사는 그 빌딩 5층에 있었다. 효민은 빌딩 안으로 들어가 엘리베이터를 탄 후 5층 버튼을 눌렀다. 5층에 엘리베이터가 서자 효민은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수정이 일하고 있는 회사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수정이 일하는 여행사는 엘리베이터에서 오른쪽으로 돌아가야 했다. 수정이 일하는 회사쪽으로 가던 효민은 수정이 회사 앞에 있는 자판기에서 커피를 뽑아 마시는 것을 보았다. 순간 효민은 기쁜 소식을 말하려던 감정이 싹 사라져 버렸다. 이해할 수가 없었다. 도저히 자신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8년이란 세월 동안 저렇게 못 생긴 여자를 자신이 사랑했다는 것을. 다행히 수정은 효민을 보지 못했다. 효민은 오던 길로 다시 발걸음을 돌렸다. 엘리베이터에 올라탄 효민은 1층 버튼을 눌렀다. 수정과 함께 했던 날들이 떠올랐고 이래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엘리베이터가 1층에 멈추자 효민은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
효민은 거리를 방황했다. 사법고시에 합격했다는 기쁨도 잠시 그는 갑작스런 마음의 변화에 혼란을 겪고 있었다. 이런 건 효민이 바란 게 아니었다. 효민은 합격하기전까지만 해도 합격을 하고 수정과 결혼하고 싶었다. 그런데 왜 사법고시에 합격을 하고 나니 수정이 그렇게 못 생겨 보이는 것인지... 그렇게 수정과 결혼하고 싶은 마음은 사법고시 합격이라는 신분상승과 함께 물거품처럼 사라져 버렸다. 자신은 이제 예전의 못난 고시생이 아니었다. 핸드폰이 울려 효민은 가방에서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받았다. 수정이었다.
“응, 수정아.”
“오빠, 어떻게 됐어?”
“합격했어.”
“축하해. 오빠, 정말 축하해.”
수정은 마치 자기 일인냥 기뻐했다.
“고마워.”
효민은 신통치 않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수정과의 전화를 빨리 끊고 싶었다.
“오빠, 왜 그래?”
수정은 효민의 반응이 이상해서 물었다.
“응?”
“전혀 기뻐하지 않는 것 같아서.”
“아니야. 기뻐.”
“그럼 이따 우리 만나자. 내가 축하주 사 줄게.”
“그래.”
효민은 수정을 만나고 싶지는 않았지만 8년 동안을 사귀었는데 매몰차게 거절할 수가 없었다. 저녁 7시에 자주 가던 호프집에서 수정과 만나기로 하고 전화를 끊었다.
효민과 수정은 호프집에서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수정이 사 주는 축하주였다. 하지만 효민은 전혀 기뻐하는 기색도 없었고 수정한테 아무런 말도 건네지 않았다. 수정과 같이 앉아있는 것 자체가 역겨웠다. 눈은 찢어져 있고 코는 뭉툭한 이런 여자를 어떻게 8년 동안 좋아할 수 있었는지 이해가 되질 않았다.
“오빠, 무슨 일 있어?”
수정은 그 어려운 시험을 합격했는데도 하나도 기뻐하는 것 같아 보이지 않는 효민이 이상해서 물었다.
“아냐. 그냥 좀 피곤해서. 나 그만 들어갈게.”
“벌써?”
“부모님한테 아직 합격했다는 얘기 안 했어.”
효민은 일어나서 자리를 떠났다. 눈앞에 앉아 있는 못 생긴 수정을 더는 보고 싶지 않았다. 혼자 남게 된 수정은 역시 오늘따라 효민 오빠가 이상하다고 생각했으나 별 일 아닐 거라고 여겼다. 기다리길 정말 잘 한 것 같았다. 효민 오빠는 곧 자신한테 프로포즈 할 것이고 그럼 자신은 법관의 부인이 되는 것이었다. 사실 이번에도 떨어진다면 헤어져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던 수정이었다. 수정은 앞으로 찬란하게 빛날 자신의 앞날을 떠올리며 호프집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