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숙면불가.
'가끔 말이야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어'
그는 마저 비우려 들었던 술잔을 잠시 멈추고 이야기했다.
그러자 곁에 있던 그녀도 입에 문 담배에 불붙이는 것을
잠시 멈추고 담배를 검지와 중지로 집어 내린다.
노란 조명아래 그 동작이 지나치게 부드럽다. 잔상을 남기려는 듯.
'무슨생각?'
'거짓말이 아닐까 하는 생각'
'어떤 거짓말?'
그는 술잔을 멍하게 쳐다보며 대답했다.
'내가 보고 듣고 있는 이세계가..'
'왜?'
'오늘 신문에서.. 봤지?'
'아....그 끔찍한....'
'응. 그거... 그냥...누군가 만들어낸 거짓말 아닐까...'
'아니라는 것 알잖아?'
'그렇지? 이게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이지?'
남아있던 술을 입에 털어 넣는다.
'그래'
'그냥 누군가 와서 거짓말이였어 라고 말해준다면..난 절대 의심 안할꺼야'
'그래? 끔찍한 일들이 가득하지만 그걸 이겨내는 사람들이 살고 있는 것도 그 세계야. 부정하지 마'
'그걸 이겨내느냐 못하느냐의 이야기가 아니야.. 그런 일이 가능한 세상이라는 걸..그걸 부정하고 싶은 거야.'
그녀는 담배를 입에 가져다 물고 불을 붙인다.
잠시 눈을 감고 길게 숨을 들이키던 그녀가 하얀 숨을
가늘고 길게 뿜어낸다.
연기는 긴 형광등이 되어 그의 눈을 멀게 한다
'아쉽지만 말이야..
그... 가능한 세상에, 시대에, 인종에 너는 존재하고 있어.
나로써는 그저 유감스럽다 라고 밖에는 말할 수 없네.'
그녀의 입에서 튀어나온 말들이 작은 기호들로 부서져
연기 속에 스며들고, 연기는 그의 청각을 촉각을 후각을
멀게 한다.
그는 조금 움츠리다 이내 다시 잠이든다.
'자다 깨는 건... 좋은 버릇이 아니야'
그는 듣지 못하고 그녀는 새로운 담배 한개비를 꺼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