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휴대폰의 알람에 A는 몸을 일으킨다. 꿈과 현실의 경계에서 꿈은 빠르게 휘발된다. 방금전까지 선명하던 꿈이 무너지기 시작한다. 빈틈없는 논리를 가진 듯 하던 꿈들은 현실로 넘어오는 A를 쫓지 못하고, 결국 현실에 안착한 A는 꿈의 흔적만을 확인한다. 꿈을 담았던 몸은 꿈을 덜어내고 다시 빈 그릇이 된다.
'배고프다.'
'무슨 꿈이었을까. 기억해야하는 꿈이었던것 같은데'
터벅 터벅 부엌으로 걸어간 A는 먹단 남은 국을 가스레인지에 올리고 불을 켠다. 그리고 다시 한 번 꿈을 떠올려본다. 그렇게주방에서서 흔적을 거슬러 올라가려 해보지만 쉽지않다. 덜그럭 덜그럭 거리는 냄비의 국 끓는 소리와 차창 밖의 소음이 A를 재촉한다. 지금은 출근해야 하는 시간이라고.
"시발.."
A는 서둘러 출근 준비를 마치고, 지하철 역으로 향한다. 한발 한발 부지런히 걸어본다.
그러다 문득 뒤를 돌아본다.
'내가 걸었던 자리에 어떤 자국이라도 남았을까.'
잊혀진 꿈들에 대한 찝찝함에 '되돌릴 수 없는 흔적들에대한 고찰'이라는 틀을 현실 이곳저곳에 가져다 대어 보는 것이다. 부질없다.
마치 꿈속의 나와 현실의 나는 다른 사람인 것만 같다. 꿈속에서 그렇게 자유롭던 내 사고들은 현실에서 떠올려보면 처음부터 끝까지 (현실에서) 그럴듯하게 재단되어야만 한다.
꿈속에서 달려야 했던 이유들은 현실에선 도무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
꿈속에서 사랑했던 것들은 이유없는 직감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꿈속에서 슬퍼했던 일들은 현실에선 유치하다.
지하철에 앉은 A는 사람들을 바라본다. 자신과 사람들 사이는 아무리 간격을 좁힌다해도 0을 넘어설 수는 없다. 자신의 손바닥을 본다. 손바닥을 바라보는 내 눈과 내 손도 결국 좁힐 수 없는 간격을 가진다.
손바닥으로 자신의 눈을 가려본다. 손바닥의 온기가 느껴진다.
'미친놈. 이게 뭐하는 짓이야'
A는 스마트폰을 꺼내 기사들을 읽는다. 순위가 매겨진 1위부터 차례대로 읽어간다.
'미친 놈들'
시간은 흘러 A는 직장에 도착했다. 출근 인사 후에 A는 자신의 자리에 앉는다.
'의자도 내 자리도 나와는 완전히는 좁히지 못할 간격이 있다.'
A는 왜 자꾸 이런 생각들이 머리에 맴도는지 알 수가 없다. 그래서 서둘러 업무현황을 읽어가고 하루의 일과에 몰입한다.
일과시작. 점심시간. 오후일과. 저녁시간. 야근.
A는 퇴근한다. 머리가 상쾌하다.
집에 돌아오는 지하철에서 자리에 앉은 A는 자신의 손바닥을 바라본다. 그리고는 손바닥을 쥐었다 폈다 해본다.
'이건 내 손이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아침에 걸었던 발자국들을 상상해 본다.
'이 즈음을 내가 밟았던가. 여기? 여기?'
한 걸음 한 걸음 집으로 되돌아가는 A의 표정이 점점 어두워진다. 현관문 앞에선 A는 뒤를 돌아본다. 아파트 복도에 있는 창을 통해 바라본 도시의 야경은 아름답다. 내가 저곳에서 돌아왔다는 사실이 꿈만 같다.
야식. TV 쇼프로. 샤워.
A는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본다. 한쪽팔을 주욱 뻗어본다. 그리고 생각한다.
'뭔가 잡힐 것 같은데..'
이내 잠이드는 A.
"꿈속에서만 사는 사람이요?"
"그래."
"그게 무슨 말이에요?"
"말 그대로 꿈속에서만 사는 사람이지."
"어떤 꿈을 말하는 거에요?"
"모든 꿈. 그리고 꿈 속에서만 살 수 있는 사람"
" !!! "
휴대폰 알람이 울린다. A는 몸을 일으킨다. 꿈이 휘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