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숲으로 뛰어 들어가자 이상하게 마음이 조금씩 안정되는 것 같았다. 연신 흘러내리는 땀을 시커멓게 때가 낀 소매로 훔쳤다. 숨을 힘차게 들이마시며 가파른 숨을 가다듬었다. 향긋한 풀냄새에 기분이 좋아졌다.
혼자만의 즐거운 휴식을 즐겨본지 몇 초가 지나지 않아 땅을 기어 다니던 할렌 아저씨를 비롯한 몇 몇의 아저씨들이 같이 숲으로 왔다. 할렌 아저씨는 강제적으로 이 숲으로 들어온 것 같았다. 할렌 아저씨와 자주 술을 마시던 아저씨가 할렌 아저씨를 부축하며 숲으로 들어왔으니 말이다.
대충 세어보니 일곱 명 정도의 아저씨가 날 따라온 것 같다. 계속 저기 있으려니 힘드니까 이제 그만하려고 쫓아온 것이 분명해 보였다. 그것을 증명하려는 듯, 아까의 나처럼 모두들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숨만 헐떡이다가 나뭇잎이 풍성히 쌓여있는 땅바닥에 주저앉았다.
“헤헤. 아저씨들 드디어 끝이 났네요.”
모두들 힘이 드는지 거친 숨을 내쉴 뿐,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다 마을에서 조그마한 가게를 하고 있는 후치발 아저씨가 툭 튀어나온 자신의 배를 쓰다듬으며 이야기를 했다.
“그래. 이놈아! 누, 누가 그렇게 뛰어다니래!”
후치발 아저씨의 말에 모두가 동의를 하는 듯, 고개를 끄덕거리며 한 소리씩 하기 시작했다. 누군 이렇게 뛰어다니고 싶어서 뛰어다니는 줄 아나! 나도 이렇게 하긴 싫단 말이야. 그런데 어쩔 수 없이 이렇게 뛰어다니는 선량한 나에게 쓴 소리를 하다니! 해도 너무하다. 뭐, 그래도 이 아저씨들도 덴버 아주머니의 강압을 못 이기고 어쩔 수 없이 하는 것 일 뿐이라는 생각에 그리 큰 배신감이 들지 않았다.
“이 아저씨가 그렇게 뛰어 다니지 말라고 이야기 했잖아! 아이고. 숨이야. 내일부터 운동이라도 해야지 원…….”
“아저씨. 그 말씀을 벌써 몇 번 째 말씀하시는지 아세요? 그렇게 말씀만 하시다간 평생 하지 못 할 거예요. 이렇게라도 제가 운동 시켜드리니 얼마나 좋아요?”
아저씨는 한방 먹었다는 표정을 짓더니 ‘허허’ 웃으셨다. 나머지 사람들도 웃어 넘겼다. 지금 이 상황에서 웃지 못하고 있는 사람은 나뭇잎 사이를 수영하고 계시는 할렌 아저씨뿐일 거다. 모두 잠시 동안 웃다가 숨을 가다듬더니 약속이라도 한 듯, 다 같이 엘머에게 일어난 상황을 살피려고 했다.
모두가 뭉쳐서 쳐다보려니 향긋한 풀냄새 대신에 특유의 역한 땀 냄새가 코끝을 찔러왔다. 헛구역질을 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다들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다시 약속이라도 한 듯이 잘 보이는 자리를 찾아서 흩어졌다.
나도 자리를 찾아서 구경하려는데 할렌 아저씨가 손등으로 땀을 연신 훔치며 나에게 다가왔다. 아저씨는 씨익 미소를 지어보였다. 으아악! 공포의 미소다! 나도 모르게 순간적으로 뒷걸음질을 쳤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무엇인가가 지금의 아저씨에게는 다가가면 안 된다고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아, 안녕하세요. 아저씨.”
아저씨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그저 빙그레 사람 좋은 미소만 지어보였다. 몇 번인가 이런 경험이 있었다. 그때는 아무것도 모르고 무방비 상태로 당했지만 지금은 아니다. 마을 어르신들이 술에 취하지 않은 할렌 아저씨는 좋은 아저씨라고 말하곤 했다. 물론, 그 이야기는 사실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저 할렌 아저씨는 매일같이 술을 마신다고! 아저씨가 술에 취해 있지 않을 때가 없다는 것이 문제다.
내가 보기엔 저 아저씨는 단순히 술을 좋아하며 술에 취하면 약한 나를 괴롭히는 취미가 있는 아주 못된 아저씨임에 틀림이 없다! 물론, 어렸을 때에는 재미있던 이야기를 해주던 아저씨였지만 지금의 할렌 아저씨는……. 할렌 아저씨한테 당하면 몸이 성하는 곳이 없다.
아저씨가 조금씩 다가오는 속도를 높임에 따라 나도 뒷걸음질 치는 속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곧장 뒤를 보이고 뛰어가다가는 더욱더 심한 일을 받을지도 모른다! 강아지. 그래. 강아지가 노려볼 때, 등을 보이고 달아나면 더 큰 봉변을 당하는……. 물론 아저씨가 강아지 같다는 소리는 아니지만.
아저씨의 걸음 속도가 점점 더 빨리지기 시작했다. 재빨리 양손을 뻗어 다가오는 것을 저지시켰다.
“아저씨 뭐 하려는 거예요?”
“뭐얼 말하느은 거냐아? 딸꾹.”
“더 이상 다가오지 마세요. 제가 생각하는 거하고 아저씨가 생각하는 게 다를까요? 아마……. 안 돼!”
내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아저씨는 나에게 뛰어왔다. 그리고는 한 팔 밖에 없는 손을 가지고 내 머리를 감싸 안았다. 왕년에는 잘나가던 용병이었다고 혼자서만 주장하는 아저씨의 우락부락한 팔에 내 머리가 감겨있었다.
술만 먹고 다니는 사람이 뭐 이렇게 힘이 센거야! 벗어나려고 할수록 아저씨는 더욱더 세게 조여 왔다. 결국 벗어나기를 포기하고 온 몸을 맡긴 채, 축 늘어트렸다. 그러자 조금씩 아저씨의 힘이 약해졌다. “야 인마아. 딸꾹. 너 이거어, 딸꾹. 누가하래에?”
코는 아저씨 옆구리를 향하게 되었다. 말을 할 때마다 독한 술 냄새가 내 코를 찔러왔다. 이건 틀림없이 아저씨가 나를 고문하려는 수작임에 틀림이 없다! 코를 손으로 막으려고 했지만 손이 닿지 않아서 숨을 꾹 참아보았다.
“어쩔 수 없잖아요. 덴버 아줌마가 절 찾았는데 어떻게 해요.”
말을 마치자 산소가 급격하게 필요해지자 나도 모르게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으아. 저기 멀리서 아빠가 보이는 것 같아. 아빠. 뭐? 그쪽으로 오라고? 알겠어. 아빠. 내가 거기로 갈게. 정신이 혼미해지는데 아저씨가 팔로 한 번 세게 감았다. 아빠가 다시 나에게서 멀어졌다. 내가 악 소리를 내자 아저씨는 나를 품에서 놓아주었다.
“일 다 끝났으며언 얼르은 돌아가자아. 딸꾹. 다음부터느은, 딸꾹. 이 아저씨한테 맡겨라아.”
“예. 예.”
저번에도 자신에게 맡기라고 해놓고 술만 마시고 다니면서! 뭘, 도대체, 어떻게 맡기라는 건지 모르겠다. 할렌 아저씨는 말을 마치고 비틀비틀 걸어가기 시작했다.
아저씨 거기 집 가는 방향 아닌데요. 라고 말을 할까 잠시 고민하는 사이에 아저씨는 곧 쓰러지셔서 잠을 청하시기 시작했다. 이런 곳에서 잠이 들면 감기에 들겠지만 조금 있다가 깨워주기로 하고 나는 땀 때문에 몸에 달라붙은 옷가지를 펄럭이며 엘머가 잘 보이는 곳으로 가서 지켜보기로 했다.
덴버 아줌마는 여전히 엘머를 짓누르고 있었다. 아까 그 상황 이후로 상황이 전혀 진척되지 않은 듯 했다. 덴버 아주머니는 엘머의 배를 깔고 앉아 있었다. 온몸에 소름이 돋는다. 만약, 내가 저기에 깔려 있었다면 진즉에 뼈가 부러져 버렸을 거다.
아줌마는 기절해있던 엘머의 볼을 톡톡 치며 깨우고 있었다. 그런 아줌마의 행동이 효과가 있었었는지 눌려있던 엘머는 눈을 반쯤 뜨고는 꿈틀거리며 일어나려고 애를 썼다. 그러나 아줌마의 엄청난 몸무게를 이기진 못한 듯, 완전히 일어나지는 못했다. 이런 상황이 잠시 이해가 안 되는 것 같아 보였다. 잠시 주위를 둘러보다가 방금 전의 상황이 기억이 났는지 괴성을 지르며 아등바등 거렸다. 그러자 아줌마는 주위 아저씨들을 쳐다보며 소리쳤다.
“뭐해. 빨리 잡지 않고!”
아줌마의 말에 주위에 멍하니 있던 아저씨들은 그제야 엘머의 손과 팔을 줄로 칭칭 감기 시작했다. 엘머는 격렬히 저항을 했지만 덴버 아줌마라는 거대한 벽 앞에서는 부질없는 행동일 뿐이었다. 엘머에게는 미안한 마음이지만 마음속으로 아줌마가 엘머를 더욱더 험하게 다뤄주길 바랬다. 그래야 이 마을에 대한 악감정을 가지고 신고를 해줄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몸이 다 묶인 것을 확인한 덴버 아줌마는 천천히 일어났다. 엘머의 주머니를 뒤적거려 내가 던진 4메소를 꺼내어 자신의 주머니에 넣더니 만족한 듯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는 엘머를 쳐다보며 한없이 근엄한 표정을 지어보인 듯하였다.
아아, 아줌마. 이미 그렇게 기분 좋은 표정을 지어놓고 다시 그런 요상한 표정을 지어보이면 어떻게 해요!
“빵 어디다가 뒀어?”
덴버 아줌마는 엘머가 빵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일부러 물어보는 것 같았다. 이대로 계속해서 추궁을 하다가 빵 값 대신이라면서 여행자가 가지고 있던 모든 것을 빼앗는 것이다. 이것 때문에 여태까지 생고생한 것이다. 그리고 이게 우리 마을을 대표하는 망할 덴버 아줌마가 세워 놓은 참으로 대단한고도 원대한 계획이다. 불쌍한 엘머는 우리 마을의 이런 계획을 알 리가 없기에 계속해서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으! 저 불쌍한 몸짓이 여기서도 선명하게 보인다.
“전 진, 진짜 모르는 일이에요! 제가 가지고 있지 않았다니까요! 아까 그 아이가 가지고 있을 거예요!”
“그래. 그래. 그렇겠지. 그럼 그 아이는 어디 있을까?”
“아까 보셨잖아요. 풀숲으로 뛰어 드는 걸.”
“그래? 그랬구나.”
아줌마는 처음부터 엘머의 말을 들을 생각도 하지 않았던 것처럼 깔끔하게 무시했다. 그러면서 엘머를 둘러쌓고 있는 아저씨들에게 눈빛을 보내었다. 아저씨들은 약속한대로 엘머의 몸을 더듬거리기 시작했다.
“어, 어머! 아저씨! 어딜 만지시는 거예요!”
“가만히 있어!”
“잠시 만요! 거, 거긴!”
아저씨들도 처음부터 엘머의 말을 들을 생각을 하지 않았던 것 같았다. 엘머는 손발이 묶인 상태로 몸을 요리조리 비틀며 격렬히 저항을 했지만 쉽게 저지당했다. 몇 번이고 저항을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하고 말았다. 오기가 생겼는지 발악을 하며 온몸을 굴리고 다녔지만 끝끝내 엘머의 얼굴은 땅에 처박혀졌다.
“죄, 죄송했습니다. 이제 풀어주시면 안될까요?”
끝까지 아저씨들은 엘머의 말을 무시하며 다시 여기저기 더듬기 시작했다.
“아저씨! 제가 그런 곳에 빵을 넣었을 리가……. 어딜 만지시냐고요!”
엘머는 열심히 외쳤지만 그 누구도 엘머의 말을 듣지 않았다. 아저씨들 중 한명이 덴버 아줌마에게 귓속말을 했다. 돈을 얻어 기분이 좋았던 것 같던 아줌마의 얼굴이 점점 굳어졌다. 잠시 동안 고민을 하는 듯 하더니 입을 열었다. 역시 예전과 다름없는 대로 진행되고 있다.
이제 마지막이다. 덴버 아줌마는 분노를 연기 하면서 불쌍한 희생자가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빼앗아 버리면 된다. 다음 마을에 갈 때 까지 죽지 않을 정도의 식량을 쥐어주고 말이다.
모든 일이 끝났다는 생각에 나도 할렌 아저씨처럼 발라당 누워버렸다. 마을을 열심히 돌아다녔더니 진이 다 빠진다. 여태까지 제대로 쉬지 못한 피로가 한꺼번에 물밀 듯이 밀려들어오는 것 같았다. 이제 오늘의 일도 끝난 것 같으니 집에 가서 잠을 청할까 싶어 일어났다.
“벗겨!”
덴버 아줌마의 커다란 한 마디에 엘머를 제압하느냐 시끄러운 아저씨들이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나도 모르게 쓰러져 있던 몸을 일으켜 세워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살펴보았다.
엘머를 더듬고 있던 아저씨들을 비롯한 더듬어 지고 있던 엘머의 얼굴은 하얗게 질려버렸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나와 같이 숨어서 보고 있던 아저씨들은 포복절도를 하기 시작했다. 아줌마가 저렇게 말하는 것은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을 거다. 매번 적당한 선에서 끝나버렸지만, 아니 이제 여기서 끝냈어야 할 타이밍 이었다. 그런데 저렇게 말하다니!
모두들 숨어서 목소리가 새어 나갈까봐 억지로 입을 틀어막으며 웃고 있는 폼들이 퍽 힘들어 보였다. 몇 몇은 빠지길 잘했다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기까지 했다. 나도 웃음소리가 들릴까봐 숨죽여 웃었다. 이것도 꽤나 고역이었다.
빵을 찾는 척 하며 엘머를 더듬고 있던 아저씨들은 대본에 없던 일이 일어나자 당황했는지 일어나서 아줌마와 이야기를 시도하려고 했다.
그 틈을 타 엘머는 온몸이 묶여 있으면서도 발가벗겨지는 꼴을 피하기 위해서 애벌레처럼 꿈틀꿈틀 기어가며 탈출의 꿈을 꿨다. 그 모습이 너무나도 안쓰러워 보였다. 그러나 탈출에 대한 꿈은 그리 쉽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힘겹게 꿈틀대며 열심히 앞을 향해 나아가는 엘머의 모습을 본 아줌마가 미소를 지으면서 “잡아!”라고 소리를 질렀다. 이 소리를 들었는지 엘머는 기어가는 것을 포기하고 전보다 빠른 속도로 굴러가기 시작했다. 아저씨들은 구시렁거리며 엘머가 열심히 굴러간 거리를 손쉽게 따라잡아 버렸다. 엘머는 울상이 된 채로, 아저씨들의 손에 질질 이끌려 다시 원래 자리로 돌아가 버렸다.
아주머니는 엘머를 내려다보면서 관대한 표정으로 웃어 보이셨다.
“어딜 도망가려고?”
“그, 그게 말이죠.”
“응? 왜 도망치려고 한 거지?”
“그, 그게 도망이 아니라. 날씨가 너무 좋아서 산책이라도 할까 해서……요.”
말도 안 되는 말을 하면서 자신을 변호하고 있는 엘머를 보자니 너무나도 안쓰러워 보였다. 이런 마음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지금의 상황이 마냥 웃긴 것도 사실이었다. 덴버 아줌마는 마냥 고개를 주억거렸다. 최대한으로 인자한 표정을 짓는 것도 잊지 않으셨다.
“그래. 오늘 날씨가 참 좋지?”
“네. 날씨가 참 좋네요. 그, 그게 그러니까……. 아! 당신의 백옥 같은 피부같이 아름다운 날입니다. 부인.”
잠시 동안 모두가 황당해 하다가 웃음을 터트렸다. 나도 너무 웃어서 눈물이 다 나올 지경이다. 이번에도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말이 튀어나와 버렸다. 마음에도 없는 말을 지어가며 생명에 대한 담보를 받으려고 하고 있다. 여태까지 우리 마을을 거쳐 간 여행자들 중에서도 그 누구도 저런 식으로 말한 사람이 없었다.
모두가 웃는 그 순간에도 백옥 같은 피부를 지녔다는 찬사를 받은 덴버 아줌마와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한 엘머는 웃지 않고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두 명의 주위는 다른 세상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엘머는 긴장한 듯, 어색하게 미소를 지으며 덴버 아줌마를 쳐다보고 있었다. 마치, 용서 받길 원하는 아이의 눈빛과도 비슷했다. 이런 엘머의 눈빛이 싫은지는 않은지 덴버 아줌마는 다시 한 번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러면서 아직까지 포복절도하고 있는 사람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벗겨!”
역시, 덴버 아줌마다. 그 어떠한 말보다도 돈이 더 좋다는 건가? 돈이라면 그 어떠한 일도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덴버 아줌마니 말이다. 근데 도대체 왜 벗기려고 하는 거지? 라는 의문이 떠나질 않았다. 혹, 혹시 덴버 아줌마의 취향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설마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 사람이 많은데서 덴버 아줌마가 자신의 욕구를…… 그럴 리가 없지.
덴버 아줌마의 말에 한 순간 모두가 일동 차렷이 된 후, 엘머의 옷을 한 벌씩 벗기기 시작했다.
“꺄악!”
엘머는 한 꺼풀, 한 꺼풀 벗겨져갈 때마다 소리를 질렀다. 나는 차마 미안함에 이 끝을 다 보지 못할 것 같아서 조용히 일어나서 집으로 향했다. 엘머가 내지르는 단말마의 비명을 못들은 척 하기로 했다. 집으로 가면서 엘머가 신전에 도착해서 신고를 해달라고 기도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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