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감각이라는 것에도 기억장치가 달려있는지
그 기억장치라는 것마저 주인 닮아서 잘 깜빡이는지
한 번 반짝 하고서 지워지는
아니, 지워버리는
그런 감각이라는 것.
아픔, 압박, 차가움, 뜨거움, 가려움, 간지러움...
항상 내 주변에서 요정들처럼 노니다가 수없이 내게 부딪히고
나를 겪고, 겪게 해주며 잊지 않게 각인이 되어버린...
차마 잊을 수 없겠지.
마음에도 그런 감각이 있을까.
아픔이 있고, 압박이 있고, 차가움이 있고, 뜨거움이 있고
그러고 보면 다를게 없네.
만약 두 세계가 뒤바뀐다면 어떻게 될까?
클라인씨의 병을 벗어날 수도 있을까?
아니지. 그래도 난 감각속에서 그렇게 살아가겠지.
그러한 감각을 잊는다는 것.
수없이 자극을 주어서 자극이 오는지조차 잊고 마는
혹은 기나긴 세월동안 자극이 없어서 자극을 잊고 마는
어찌 되었든지
감각을 잊는다는 것.
지금껏 난 어떻게 감각을 잃어왔나.
고맙게도, 2001년 봄의 아픔은 오랜 세월이 흘러
첫사랑이란 그렇게 아름답게도 무감각 해지고
난 이렇게 살아가지. 무감각하게, 무감각하게
그리고 아둔하게. 아니다, 죽어간다는 표현이 맞을까?
것도 아니다. 어쨌든 존재의 현재형이 계속 쌓이고 쌓이는 중일테지
감상은 싫다. 그저 감상에도 무감각해지다 보니 이렇게 된걸까...
어찌됐든 이렇게 무감각하게 살다가도
네가 돌아오면 난 알레르기에 심하게 앓겠지...
어쩌면 이런 무감각, 마음의 무감각해짐이라는 건
피부와는 다른 점이 그것인가보지.
그렇게 영영 서로에게 무감각한 生을 살다가 잊혀지고
만나도 서로 시름시름 앓지 않는 무감각한 망각에 빠지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