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르르릉 따르릉 울려데는 벨소리에 여자는 눈을떴다.
'저어, 실장님 일어나셨나요? 어떻게...... 전화 왔는데 바꿔드려도 될까요?'
'응응 그래 나 일어났어 어딘데?'
'글쎄 잘 모르겠는데 어제도 그전에도 몇번인가 왔었지만,
아시다시피 요즘 비상이라 실장님이 계속 바쁘셨잖아요'
여자는 아직 피곤함이 가시지 않았는지 힘겹게 전화기를 받아들었지만
목소리에는 힘이 있었다.
'예, 전화바꿨습니다'
'안녕하세요? 저 차 명진입니다. 오늘은 어떻게 사무실에 계시네요'
'............예 안녕하세요? 제가 또 약속을 지키지 못했군요.'
'얼굴 한번 뵙고 싶어서 몇번 연락을 드렸었는데 목소리 듣기도
굉장히 어렵더군요!'
'아 아니예요. 사실은 요즘 급하게 걸린 일이 있는데 해결책이 안나와서 저 뿐만 아니라 저희 직원들도 집에도 못들어가고 요 며칠 좀 머리가 아파요'
'사실 저 지금 강남에 와 있는데 시간이 괜찬으시다면 같이 점심이나
할까해서 전화드렸는데 시간이 어떠신지....'
'........'
여자는 잠시 말문이 막혔다. 상황이 나갈 상황이 아니었기에
'저어, 어떡하죠! 음, 제가 어제, 밤을 새고 오늘 아침에 잠깐 눈붙였다가 지금 일어났거든요 그리구......'
'제가 좀 기다리면 되죠 뭐'
'아 아니예요. 지금 또 바로 작업에 들어가지 않으면 내일 정말 큰일나요'
'일이 많으신가 보군요. 바쁘신 것 같은데 그럼 다음번엔 꼭 연락주세요'
하며 우울한 음성으로 끊으려는 남자에게 여자는 물었다
'참, 그런데 제 핸드폰은 어떻게 아신거죠?'
'핸드폰 번호 아느라고 제가 사무실에 전화를 몇번이나 했었죠! 근데
직원분들이 꼬치꼬치 묻곤 안알려주더니 일때문이라고 하니까 알려주더라구요. 근데 그걸 이제 물어보세요?'
'지난번에 전화끊고 나니까 제가 핸드폰번호를 알려드리지 않았던 기억이나길래요..'
하며 여자는 천천히 말을 이었다. 지금 자신이 너무 많은 실례를 하고 있구나하는 생각을 하며 '그럼 제가 며칠 있다가 바로 연락 드릴께요 정말이요'
그랬다 여자는 진심에서 그렇게 말을 했었던 것이다.
이후에도 남자에게서 몇번의 전화가 왔었고 여자는 그때마다 처한 상황이 부득이해약속을 지키지 못했었다. 그러던 어느날 여자는 문득 그 남자가 생각나 남자의 회사로 전화를 걸었다.
'저 여보세요 실례하지만 차 명진씨와 전화를 통하고 싶습니다만, 계신가요?'
'...예 저의 사장님이신데요 실례하지만 어디신지요?'
'예 좀 아는 사람인데 제가 계속 약속을 드리곤 지키질 못해서 오늘 생각난김에 전화를 드렸습니다'
'아 그러세요, 저어 지금 사장님께선 당분간 사무실엔 못나오실것 같은데요...'
'예? 출장이라도 가신건가요?'
'아니요 그런 아닌데. 사실 지금 사장님께서 몸이 많이 안좋으셔서 병원에 입원해 계세요'
'......어떻게 하시다가 그럼 언제쯤 퇴원을 하실지도 모르나요?'
'예. 지금 상황으로선 상태가 무척 안좋으셔서....'
'사장님께서 빨리 좋아지셔야할텐데....그럼 다음에 연락드리고하고 이만.....'
여자의 기분이 묘했다. 그러고보니 지난번 마지막으로 걸려온 그남자의 목소리엔어떤 애처로움과 절망감이 어려있었던 것 같았다. 여자는 내심 그것이 맘에 걸려 오늘 전화를 걸었던 것이었다.
어렴풋이 그날 걸려왔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날도 여자는 그전날 날밤을 새고 피곤에 쌓여 있을 때였다.
핸드폰으로 걸려온 그 남자의 목소리엔 힘이 없었다.
'오늘은 꼭 만나뵙고 싶은데! 잠시만이라도 시간을 내 줄수 없을까요?'
'매번 죄송해서 뭐라 드릴 말씀이 없네요. 정말 너무 죄송해서 제가 꼭만나뵙고 맛있는 점심 아니 저녁도 살께요. 근데 오늘은 정말 힘드내요'
' 오늘 꼭 만나뵙고 싶은데. 단 1시간만이라도 시간을 내시면 안되겠습니까?
정 시간이 안되시면 제가 그쪽으로 가도 되는데!...'
'아아니예요 전 또 나가봐야 되고 약속도 있고, 오늘말고 다음주 월요일에 제가 꼭 전화드릴께요 그땐 제가 그쪽으로 가도록 할께요'
여자는 부담스러움에 어쩔줄 몰라하며 말했다.
'저어, 근데 회사 카다로그는 작업이 너무 늦지 안았나요?'
'훗훗후...'전화기 너머로 그남자의 엷은 미소가 보였다.
'사실 전화 드린건 카다로그 때문만은 아니예요. 당신이 보고 싶더군요.
그때 단 한번 뵌 모습이 자꾸만 떠올라서 오늘만큼은 꼭 뵙고 싶었었는데..... 저 요즘 많이 힘들어요.... 그래서 잠시나마 만나면 많이 괜찬아질 수 있을것 같아서요!'
여자는 남자의 그런 마음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왜냐하면 여자도 작은 사무실이나마 운영을 한다는 것이 그리 쉽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아마도 그도 자금난에 많은 어려움이 있나 보구나 하는 그런 막연한 생각을 했고, 그래서 여자는 이번에는 꼭 약속을 지켜야겠고 또 만나면 약간의 위안과 힘내라는 격려도 해줘야겠구나 하는 마음으로 말이다.
여자는 그남자가 신경이쓰여 일주일이 지나고 몇일이 되어서 연락을 취했다.
'저 여보세요 사장님과 통화하고 싶은데, 퇴원하셨나요?'
'..........................'
'여보세요?'
'저 잠깐만요' 라는 말과함께 수화기를 다른 사람이 받는 눈치였다.
'여보세요 저어 실례하지만 어디신지요?' 수화기를 통해 들려오는 목소리는 지난번에 통화했던 사람의 목소리인것 같았다.
'예 지난번에 제가 약속을 지키지 못해서 전화드렸었다고 했던 사람인데 기억나시나요?
'예에, 기억납니다만, 죄송하지만 사장님하고는 어떤 사이셨는지는 모르겠는데..
저어 저희 사장님께서 지난주 금요일에 돌아가셨습니다............'
'예에?................................지금 뭐라 고 말씀 하셨나요?'
'저희들도 사실 너무 놀라서 아직도 경황이 없습니다. 사무실일도 그렇고....'
'예 실례했습니다......................'
여자는 순간 아무 생각도 안났다.
도대체 내가 꿈을 꾸고 있는걸까? 왜 어째서?
여자는 믿기가 힘들었다.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렇다면 그날 마지막으로 왔던 전화는.......
그랬었구나! 아팠었구나....................
바보같이 내게 그렇게 많은 전화를 했었으면서 왜 한마디의 말이라도.....여자는 갑자기 자신이 미워졌다.
나의 어떤 모습이 좋아 보였을까? 왜 나를 그토록 보고싶어 했을까?
아물거리는 그의 모습을 그려볼려고 애를 써보지만
도무지 그릴 수가 없었다. 그의 얼굴을.
단 한번 보았던 그의 얼굴을 되새길 수가 없었다.
그또한 그녀의 모습을 단 한번밖에 볼 수 없었는데....
그런데 왜 이렇게 가슴이 저미는것일까!
그와 만나서 얘기를 한것도 아니고
그와 마주앉아 서로의 얼굴을 바라본것도 아닌데
그남자를 생각하며 그녀는 한동안 우울한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만남이란 단어에서 주는 깊고깊은 의미를 생각하며
한동안 우울한 나날을 보냈다. 그리고 그려볼 수 없는 얼굴을
향해서 나지막한 소리로 말했다.
당신에게 있어서 과연 우리의 만남이 주는 의미는 무엇이었을까요
단 한번의 마주친 만남의 깊이는 과연 무엇이었을까요
내 비록 당신에게서 느껴지는 것이 그 어떠한 것인지는 몰라도
가신 길이 부디 평온하고 쓸쓸한 길이 아니었었기를 바랍니다.
그것은 아마도 잘은 모르겠지만 애뜻한 연민의 정이었을지도
아니면 미지의 세계에 홀로선 항해사에게 느껴지는
아득한 적막감과 선두에선 자로서 부딪히는 공허함이
같은 길을 걷고 있는 저에게서 조금이나마 의지가 되고 싶었을지도.....
내 비록 당신께 조금이나마 위안을 주지 못했다는 것이 못내
아쉽습니다.
당신의 얼굴을 그려보지만 아직도 그려낼 수가 없습니다.
내 미록 당신의 얼굴을 그릴 수 없더라도
당신의 만남의 의미를 잘 몰라도
언제까지나 당신은 내 가슴 저 밑에 남아있을겁니다.
이상으로 짧은 글을 마칩니다. 단편소설이라고 하기엔 너무
짧으것 같아 내용을 더 첨부하여 소설화 하려고 합니다만,
여러분들의 감상을 알고싶군요 부디 보신분의 소감이나 비평
몇자 적어 주시면 많은 도움이 되지않을까 싶군요.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지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