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정말 자동차가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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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기 시험에서 또 떨어졌다. 다섯 번째다. 감독관은 태어나서 나처럼 운전 못하는 남자는 처음 본다며 완전히 나를 바보 취급했다.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잘하는 것이 참는 것인 나도 도저히 이번만은 참을 수가 없었다.
“운전 좀 못하는 게 뭐가 어때서 그래? 운전 못해도 얼마든지 잘 먹고 잘 살 수 있다고? 그리고 넌 태어날 때부터 운전 잘 했어?”
나는 성난 목소리로 한바탕 퍼붓고는 차에서 내린 후 문을 쾅 닫았다. 감독관은 내 돌출행동에 얼빠진 눈으로 나를 보더니 나같은 인간은 상대하기도 싫다는 듯이 차를 출발시키며 사라졌다. 나는 오히려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는 운전 따위는 배우지 않을 거라는 다짐을 하며 집으로 가고 있었는데 핸드폰이 울렸다. 나는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받았다.
“정...정연이가...”
매제였다.
“정연이가 왜?”
나는 바보같은 동생과 매제가 또 바보같은 일로 싸웠을 거라는 생각을 하며 약간은 짜증이 썩인 목소리로 물었다.
“교통사고를 당했어요”
“뭐?”
눈 앞이 노래졌다. 맑고 깨끗한 푸른 하늘이었지만 누렇게 보였다. 나는 간신히 택시를 잡아타고 정연이가 입원해 있다는 병원으로 갔다.
수술실 밖에는 어머니와 새 아버지, 아기를 업은 매제가 있었다. 둘 다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다.
“어떻게 된 거야?”
나는 매제를 보자마자 물었다.
“뺑소니차에 치었어요.”
나는 기가 막혔다. 이래서 나는 자동차가 싫다. 내 동생이 햄버거 밖에 모르는 바보이긴 하지만 암만 내 동생이 바보라고 해도 자동차 보다 멍청하진 않다. 멍청한 자동차들을 다 때려 부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초조한 시간이 흘렀다. 그리고 수술실에서 의사가 나왔다. 의사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저었다. 수술실에서 나온 정연이의 몸에는 흰 천이 덮여 있었다. 어머니는 혼이 빠져 나간 사람처럼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매제는 정연이를 보낼 수 없다며 죽은 정연이를 붙잡고 오열했다. 새 아버지는 어떻게 해야 할 지를 모르는 채 가만히 서 있었다. 나도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눈에서 걷잡을 수 없는 눈물만이 계속 흘러 내렸다.
장례식이 끝난 후 정연이는 땅에 묻혔다. 어머니와 매제는 땅 속에 묻히는 정연이를 보더니 다시 한 번 오열했다. 나는 둘을 위로했다. 정연이는 이제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 아무리 울어도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사람이 되어 버렸다.
정연이를 야산에 묻은 후 우린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버스에 올라탔다.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나는 창 밖을 보았다. 어둔 거리에 불빛들이 빛나고 있었다. 그 불빛속에 사람들이 살고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자 또 정연이 생각이 났다. 나를 바보라고 했고 나 또한 바보라고 하며 무시했던 동생이지만 이런 걸 바란 건 아니었다. 정연이 나보다 먼저 가기를 바란 적은 한 번도 없다. 정연이 보고 싶어 또 눈물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