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종일 공부한답시고 컴퓨터도 안 켤라했는데 저녁먹고 후식먹고 답답함을 풀다가 이렇게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다. 오전에는 영화를 봤다. "사랑을 놓치다" 전에는 이런 영화보면 짜증만 났는데, 막상 내 얘기 같아서, 시작이 어렵다는 거만 제외하면 겹치는 상황도 아닌데 공부도 안 하고 펑펑 울어버렸다. 당장 내일부터 교육철학 및 교육사, 체육, 음악, 사회교육론, 아동발달과 교육 시험인데. -_ -
정말 좋아보이는 커플이었지만, 깨진 지 이제 한 달 되었다. 일 년 동안 죽고 못살게 좋아하고 붙어다닌 거 아는데 내가 곁에 있었기 때문에 어떤 모습으로 살았는지 아는데 지금 그 커플의 남자가 나와 만나고 있다.
둘은 서로 싫어해서 헤어진 게 아니다. 남자 쪽이 워낙 바쁘고 욕심이 많았고 그런 모습을 여자 쪽이 힘들어했다. 결국 좋아하는 감정을 남기고 여자 쪽에서 이별을 고했으며 친한 친구였던 남자 쪽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며, 상대편이 참 잔인하구나-라고 느꼈다. 그런데, 잔인했던 게 아니었나보다.
그 남자와 나와, 어떤 관계를 맺은지 이제 일주일인데 문자를 보내도 점점 답은 줄어가고 힘들다며 그만두고 싶지만 이겨내야 한다는, 나로서는 우리 관계를 후회하는 게 아닌가 하고 생각하게 하는 멘트만 날리고 사람들 몰래 둘이 몇 번 만나는 게 전부인 생활을 한다. 그거 조차 이틀에 한 번 못하는 날이 많다.
힘들어할 거 같아서, 우리 시작하지 말자고 했잖아. 확신이 없으면- 지금은 힘들겠지만 미래를 생각해서 예전으로 돌아가보자고 했잖아. 왜 그러는 건데 보고싶다는 문자 보낸 게 머쓱해질 정도야. 넌 내가 아니어도 연락할 사람들이 많고 찾아주는 사람들이 많다는 거 알고 있어. 착한 남자라는 거도 잘 알고 있어.
하지만 난 문자도 잘 안 보내다가, 너 때문에 연락없는 빈자리의 슬픔을 느끼게 되어버렸고 친하게 지내는 오라비들, 남자들과 지내는 거도 조심하게 되어버렸고 만날 때마다 너를 위해 많이 신경쓰고. 누가 불러도 널 만나게 될 까봐 나가는 일을 망설이게 되어버렸는데.
어떡하니.
시험기간인데, 공부는 저 편이고. 정말 아무것도 안된다. 짜증나는 녀석이야. 너. 진짜 짜증나고 화가나서 울어도 정작 너 앞에서 내가 뱉는 짜증이 스크래치가 될까봐 조심스러워지면서 같이 있는게 좋아 웃고만 있는 거 보면 그냥 가라앉는 기분이야. 내가 어디로 갔는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고 한도끝도 없이 침전하는 그런 기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