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말이 어떻게 될거란 걸 어느 정도 예감했지만 이렇게 마음에 상처만 안고 끝나게 될지는 몰랐다. 친구란 말로 옆에 있어왔지만, 그건 내가 이성으로 그 아이를 좋아하는 마음이었나봐. 언젠가는 나를 한 번 돌아봐주지 않겠어? 라는 꿈을 안고 곁에 있던거지. 우리 없던 일로 하자고, 그 사람. 내게 고백한지 열흘 정도 밖에 안 됐는데 후회한단다. 어제 술마시고 미친 듯 보내버린 문자 차라리 2주전으로 돌아가버리고 싶었다는 내 말에 지금 너에게 쉽게 다가갈 수 없단 말로 일축.
모니카의 Before you walk out of my life. 이 노래 들으면 전엔 그냥 멜로디가 좋구나- 노래 참 잘 부르는 구나, 생각했는데.. 장장 1년도 넘은 내 마음을 정리하면서 이 노래를 들으려니 괴롭다. 이겨내야지, 하면서도 현실에서 이루어질 수 없을 듯한 드라마 한 편, 같이 찍게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한다.
그 사람이 내게 희망을 주었던 1주일 그리고 14개월의 내 마음에 지워지지 않을 것 같은 상처를 준 단 한 시간의 새벽..
일촌도 끊고 메신저도 지우고 차단하고, 휴대폰의 번호도 지우고. 가능하면 모든 연결고리를 없애서 잊어보려고, 안 보면 정리될 거 같아서 같이 만날 자리는 피하고.. 노력했는데..
그러기에는 함께하는 게 너무 많더라고. 함께 듣는 수업 하나, 함께 하는 근로, 함께 하는 봉사활동, 함께 하는 소모임..
오늘도 술 한 병을 마실 수 밖에 없는 걸까...
언제나 기분 좋은 술자리만 가졌기 때문에 맑은 정신으로 1병도 넘게 꿀꺽꿀꺽했는데 소주 한 병 마시는 거도 얼마나 힘든지.. 입에서 쓴 술이 목을 타기 힘들어 하더라.. 그래서 어제는 음료수 같던 레몬 소주를 마셨는데.. 혼자 컴퓨터를 친구삼아 마셔서 그랬는지 그것도 마시고 나니까 취하더라고.
너무 힘들다. 말을 할 수도 없고 얼굴보면 붙잡아 장난이라도 치면서 "이 못된 자슥!, 나 가지고 놀았냐?" 하며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은데 막상 만나면 말 한 마디 꺼내기 어색해 그냥 먼저 걸어가 버린다. 함께 버스를 탈 일이 있어도 먼저 보낸다음 다음 버스를 탄다던가 곁에 걸으면서도 아무도 말이 없다던가..
이런 상황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기엔 내 마음이 너무 깊다. 그리고 아프다.
차라리 그 사람이 내게 아무런 희망도 주지 않은 채였다면 난 몰랐을 거야. 내가 그 사람을 사랑했는지도..
오늘 밤에도 기숙사에 앉아 술을 마셔야겠지. 얌전히, 맹물을 안주 삼아, 쓰리고 쓰려서 기억 나지 않을 때까지 술을 마셔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