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웠던 건 아니다.
그냥 막연하게 생각이 났을 뿐이었다.
아니, 좀 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어쩌다 보니 지금 휴가 중이라는 걸 알았다.
그래서 생각이 나서 그 사람 싸이에 들어가봤다.
메인 사진은 독사진이었지만,
스토리룸에는 그 여자 사진이 떡하니 있었다.
**사랑이라는 글씨와 함께.
그리고 방명록을 보니,
그 여자, 그 사람 친구들도 많이 알고 있었고,
싹싹하게 잘하는 것 같았다.
마음이 조금 아팠다.
곧 깨지리라 믿었던 그들은,
1년이 넘어가면서도 아주 잘 사귀고 있었다.
깨져라, 깨져버려라.
마치 주문처럼 되내였던 말들.
그리고 나서 예전의 사랑을, 나를 떠올려주길 바랬다.
하지만, 그건 순전히 나의 상상과 착각, 바람일 뿐이었다.
그래서 더 마음이 아팠다.
행복을 빌어주자.
어쩔 수 없다는 걸 알아버렸으니.
그 사람이, 첫사랑이었던 나를 떠올릴 일 따윈, 있지도 않을테니.
어쩌면,
그 사람 눈엔, 다른 사람들 눈엔,
내가 못 잊어서,
다른 사람을 못 만나고, 다른 사랑을 시작하지 못하는 걸로 보이는걸까?
100% 아니라고 할 수는 없다.
거짓말 하기는 싫으니까.
뭐랄까.
사랑의 필요성을 굳이 못 느끼는 탓도 있고,
그럴 마음적 여유가 없다.
그래서 '침몰' 에서 주은이 그런 말을 했나보다.
지난 1년동안,
사랑하는 법을 잊어버렸다.
정말 까맣게.
사람을 어떻게 만나야하는지,
어떻게 시작을 해야하는지,
사랑이란 건 도대체 어떻게 하는건지.
일종의 두려움 같은 건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사랑하는 방법을 차츰 잊는 동안,
사랑을 지켜내는 법에 대해서만 배웠다.
오래도록 유지하고 그 성질을 변하지 않게 하는 방법들만.
일테면,
음식이 부패하지 않도록 하는 방부제처럼.
방부제들만 모으고 또 모아왔다.
다음 번에 하게 될 사랑에 있어서만큼은,
같은 실수를 다시 반복하고 싶지 않아서였다.
그런데 정작,
그 방부제들이 필요한 사랑은 없었다.
사랑은 여유나 필요에 의해 하는 게 아니라는 '침몰'의 현수 말처럼.
그래, 언젠가는 나도.
언젠가 그 사람을 다시 만나게 되면,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하나.
용기가 조금 더 있다면 인사라도 건넬까 했지만.
행여 만나게 된다면,
나는 아무렇지 않은 척 스쳐지나갈 것이고,
그런 후에는 하루 종일 그 사람 생각만 하겠지.
씁쓸한 기분으로.
다 그런거다, 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