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야기.
꽃이 받고 싶다는 친구 이야기.
물론 내가 사줄 수도 있지만,
입학과 졸업이 아닌데,
여자가 여자에게 꽃을 준다는게,
사실, 좀 웃기기도 해서.
그리고,
그 친구한테 있어서는,
남자한테 받아야 의미가 있는거니까.
그래서 오늘은 꽃 이야기.
지금까지 남자한테 꽃을 몇 번 받았는지 모르겠다.
내 기억이 확실하다면,
한 세번쯤?
두 번은 옛날 남자친구한테 받았고,
한 번은 다른 사람한테 받았다.
옛날 남자친구한테 받았던 꽃이야기를 하자면,
내가 그때 수업이 몇시였더라?
확실한 건 그 날이 금요일이었다는 거다.
그 사람은 0교시부터 수업이었고,
난 1교시 아니면 2교시부터였겠지.
자다 말고 잠옷차림 그대로,
사실, 잠옷차림이라고 해봐야,
반바지에 반팔이었지만.
아무튼,
그 사람 전화를 받고,
자다 말고 일어나서,
세수도 안한 얼굴과 부시시한 머리로 밖으로 나갔다.
그때 내가 살던 원룸이 3층이었는데,
복도를 돌아서자 마자,
2층에서 3층으로 올라오는 곳에 남자친구가 있었다.
꽃다발을 들고.
사실, 그 날은 아무 날도 아니었다.
학교 오는 길에 꽃집을 지나치는데,
막연하게 나한테 꽃을 사주고 싶더란다.
그래서 사왔다고.
스무송이였던가?
열아홉송이였던가?
너무 고마웠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보니,
입고 나간 옷 앞자락에 치약이 묻어있었다.
어찌나 쪽팔리던지.
자다 일어나서 아마 눈꼽이 있었을지도 모르고,
반바지에 반팔티,
그것도 깔끔하지도 못한 옷으로,
남자친구에게 꽃을 받아오다니.
생각하고 나니 우스웠다.
그리고 두번째 받았던 꽃은,
100일 때였는데, 100일답게 100송이였다.
그 날 내가 영등포에 있을 일이 있었던 것 같은데,
그래서 영등포에서 만났고,
짜잔, 등장한 남자친구는,
100송이 장미꽃을 한아름 안고 왔다.
그걸 기뻐하면서 받았어야 했는데,
나는 너무 놀라 뒤로 슬금슬금 물러섰다.
어머,어머를 연발하며.
들고 오는 데 하도 사람들이 쳐다봐서,
쑥스러워 죽는 줄 알았다던 그 사람.
100송이는 생각보다 무거웠다.
난생 처음 받아봤으니 그 무게를 알리가 있나.
그래서 하루종일 남자친구가 들고 다녔던 것 같다.
그리고 그 날 집에 와서 100일 파티를 했던가.
지금 생각하면,
참 좋았던 때였다는 생각이 든다.
막연하게 머나먼 이야기같기도 하지만.
그냥,
친구의 꽃 이야기에 생각난 옛날 이야기.
그립다.
그때의 내가, 그 사람이, 우리가.
그리고 다시 돌아갈 수 없다고 생각하니까,
솔직한 심정으로, 좀 슬퍼지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