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살고 있는 이 동네는,
정말 딱 주택가.
가운데 도로를 빼놓고는 온 사방 천지가 주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만큼 옆 건물과도 사실, 그렇게 멀리 떨어져 있지 않아서,
조금 조용한 날이면,
이웃집 사람들 말이 다 들릴 정도다.
얼마 전이었다.
동생이 아침에 학원을 가고,
나는 다시 잘까 말까 고민하고 있던 중이었다.
앉아서 TV를 보고 있는데,
밖에서 웬 애가 우는 소리가 들리는 것이었다.
그것도 참 크게-_ -;
그래서 이 아침부터 누구야? 라고 밖을 내다보았더니,
그건 애 울음소리가 아니라 옆 건물에 사는 여자의 우는 소리였다.
사실, 우는 소리라고 하기도 참 그런 것이,
고래고래 소리도 지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_ -;;
처음에는 이게 도대체 뭔가 하고 베란다에 서 있었는데,
알고보니 부부가 다투는 중이었나보다-_ -;;
자세한 내용은 모르겠지만,
남자는 신용불량자 인것 같았고,
여자가 남자 카드를 들고나가서 핸드폰을 사느니 어쩌느니 했던 것 같은데;
그리고 여자가 어디를 간다고 했던 모양인데,
그때는 남자가 허락을 했다가 이제와서는 왜 갔느냐고 하는 것 같았다;
여자가 계속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면서 따지자,
남자는 조용히 하라며 협박했다.
온갖 욕을 섞어가면서;;;
차마 여기다 옮겨 적을 순 없고;
아무튼 분위기는 점점 험악해져갔다;
그러다 때리는 소리가 들렸다-_ -;;;;;;;
손으로 때리기도 하고 베개 같은 걸로 때리기도 했다.
여자는 더 화가 나서 왜 때리느냐고 소리를 더 내질렀다;
남자는 가라앉은 목소리로 조용히 하라며 협박을 하더라;
그러더니 한참 조용했다.
여자의 말과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이었다.
남자는 계속 낮은 목소리로 뭐라고 중얼거렸다.
그 순간, 덜컥 겁이 났다.
여자가 죽은 게 아닐까-_ -;
이러다가 정말 살인이 나는구나 싶었다.
이걸 신고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온갖 생각이 다 들었다.
우리나라에선 아무리 경찰이라도 부부싸움에 관여하기가 힘든 상황 아닌가;
혼자 온갖 고민을 다하고 있는데,
어느 순간 여자의 코푸는 소리가 들렸다-_ -;
그래서 내심 안심;;;;;;;;;
지금 생각하니 온갖 생각을 하며 앞서 나갔던 내가 우습지만,
정말 그 순간에는 살인이라도 날 법한 분위기였다.
아무튼 그러고 며칠이 흘렀는데,
오늘 또 아침에 그 둘은 싸웠다-_ -;
일요일이라 학원에 늦게 가는 동생이 컴퓨터를 하고 있다가,
"누나, 저 옆집 또 싸운다." 라고 하는 것이었다.
그랬다. 또 싸우고 있었다.
역시나 여자의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오후 4시, 여자의 소리가 또 들렸다.
"그러니까 건드리지 말라고!!!!"
사랑해서 한 결혼일텐데, 이 사람 아니면 안되겠다 싶어 한 결혼일텐데-_ -;
물론, 사랑하면서, 결혼생활에서 다툼이 없을 순 없겠지만.
참 거칠게 다투는 부부.
손찌검까지 하다니.
저럴거면 왜 같이 사나 싶기도 했다.
저 부부를 보면서, 나는 나중에 이러지 말아야지.
아니, 적어도 저렇게 싸우지는 않도록 노력해야지 라는 생각이 든다.
전에 '내 사랑 누굴까' 라는 드라마에서,
이승연과 윤다훈 커플.
극 중 이승연은 화가 나면 다투다가도 3시간 뒤에 다시 하자고 한다.
좀 웃길 수도 있지만,
오히려 큰 싸움으로 안 번지도록 하는 현명한 방법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흥분한 상태에선 무슨 말을 내뱉을지 모르는 거니까.
아무튼, 그래서 결론은, 싸우지 말자는 거다.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