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생각해봐도.
괴롭고 힘들고 슬플 때만,
나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은,
아이러니하다.
내가 가진 행복과 기쁨도 표현해 낼 줄 알아야 하는데.
숨이 턱턱 막힐 정도로 울때나,
못 견디게 그리운 사람이 생겼을 때나,
놓쳐버린 인연과 지나간 사랑에 계속 해서 얽매이는 때.
그런 때에만 그 감정들이 살아서 글에 실린다.
노력도 해봤다.
기쁠 때, 내가 내 생활에 만족하고 있을 때,
내가 직접 겪는 일들을 바탕으로 쓰여지는 글들이 아니라,
단지 내 상상만으로 쓰여지는 글.
그런 글을 쓰기 위해 노력해보았지만,
직접 내가 뼈저린 아픔과 슬픔을 겪지 않고는,
상상만으로는,
늘 역부족이었다.
그걸 알면서도 내내 글을 쓴다.
그래서 가끔은,
내가 괴로웠으면 좋겠다.
아프고 또 아파서,
울다 지쳐 쓰러질 때가 되어서,
가슴이 아프다 못해 숨쉬기가 곤란해질만큼 괴로워서,
그 모든 감정들을 내뱉고 토해내서,
나중에라도,
내가 그 글을 보았을 때,
만족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괴이하지만 때론 그래서 내가 아팠으면 좋겠다.
무미건조한 일상보다는,
행복이 아닌,
내가 그 슬픔과 아픔에 온전히 빠져버릴 수 있는,
그런 날들이 오히려 나에게는 즐거울 일이다.
뭔가 몰두할만한, 빠져들만한 슬픈 일이 있었으면 좋겠다.
비록, 그런 일들이 일어난다면,
나는 하루 종일 울고, 울다 쓰러져 지쳐 잠들지도 모르지만,
그만큼, 아픈 만큼,
내 감정은 더 풍부하고 진실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