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에 싸우던 개들을 봤다
며칠전까지만 해도 지들끼리 뭉쳐 다니며 의기투합을 외치던 놈들
뭐 없을 때는 서로 나눠 먹고도 그러는 거같더라
싸우고나서는 말 한 마디도 안하더니
오늘은 또 왠일인지 다정하게 꼬리에 꼬리를 물고
무리가 졸졸 따라다닌다
개들 싸울 때보면 정말 죽일 듯이 사납게 변한다
자칫 잘 못하면 정말 황천행일 수도 있고
우선 그 순간 참을 수 없을만큼 화가났다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곧 졸졸졸 또 쫓아다니더라
참 특이한 모양새 하나를 보았는데
한 녀석이 다른 녀석에 눈에 난 고름이 낀 상처를
제 혓바닥으로 살살 핥아주고 있는 것이다
얼마전에 둘이 장난이 아니더니
다치게 한 녀석이 핥아주고
맞은 녀석이 때린놈 몸뚱아리위로 이리저리
재비넘듯 뛰노는 모습이 얼마나 부럽던지
차라리 개로 태어났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부럽다 녀석들이
이틀전인가 문사에 다시 왔었다
컴퓨터를 게임말고는 거의 안하던터여서 완전히 잊고 살았지만
오후에 쓸쓸한 바람이 불더니 곧 또 눈물이 날 것처럼
가슴이 찡해질 때 문사에서 하마씨를 보았다
얼마나 반갑던지
그 때 내가 하마씨에게서 느낀 감정은 엄마 같다는 느낌
내 지금은 자주 찾아뵙지 못해도 잘났거나 못났거나
지 동생이라고 챙겨주던 사랑스런 내 큰 누이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오랜만에 문사에 와서 그런 감정에 휩싸이게 될 줄은 몰랐는데
아무 누군가에 품에 안겨 마구 울고 싶었다
하마씨때문에 다시 등록했지
문사라는 이 작은 언어의 통로속에서도 숫한 인연의 고리들이
만들어졌다가 지워졌다가 그러더라
그러다가 싸우기도 하고 치고 받고 말다툼 끝에 원수지간이 되기도 하고
그런데 어찌보면 너무 유치하잖아
나중에 누구라도 문사를 한 동안 멀리 떠나있게 되었을 때
철천지 원수같던 인간중에서도 아주아주 반가운 사람들이 있겠지
그럴 때 서먹서먹해도 말도 한 마디 제대로 못 꺼내고
과거나 생각하면서 자기가 너무한 거 같다고 생각되도
말 한 마디 제대로 못하고 그게 무슨 빙시짓거리고
나이 한 살이라도 적으면 내가 적으니깐 잘 못했다고 하고
한 살이라도 더 먹으면 내가 많으니깐 잘 못했다고 하면 되지
그게 인연이고 인생 아니던가
가슴들을 좀 열게나 미치도록 푸르른 저 하늘아래 인들끼리
뭐그리 제 잘난 것들이 있어서 옹알옹알 혼자서만 담아두는 게 그리 많나
이렇게도 살아보고 저렇게도 살아보는 게 인생 아니던가
내 개인기 한 번 들어간다
드라마 야인시대에서 격동의 시대의 한 페이지를 풍미한 사나이중에 사나이로 살다간
한 야인의 버전으로
고 썅 뭐 그래 주둥이를 나불거리겠어
가슴 쭉 피고 들어오라
고 썅 들어오라
들어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