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은 대학교를 다닐 때 사귀던 여자가 있었다. 졸업을 앞두고 공무원시험을
준비하겠노라 하며 한동안 가족들에게조차 연락을 끊고 잠수를 탔던 형을...
잘 보살펴 주던 그 누나..
그 덕이었는지 형은 6개월만에 당당히 합격하고 인천지검에서 근무를 한다.
그렇게 안정적인 직장을 얻게 되었고 그.. 시간동안 잘 참고 기다려준 그 누나와 형의
결혼은 당연한것처럼 보였다.
언젠가 형에게 그 누나 언제 소개시켜 줄거냐고 물었던 나에게.. 쓴 웃음을 보이며..
헤어졌노라 말하던 형 얼굴을 보고... 그 이유에 대해서는 더이상 묻지 않았다.
그렇게 오랜 시간이 흘렀고.. 어느날 우연히 형의 다이어리를 보게되었다.
인천에서 혼자 생활하면서 물건을 다 챙겨가놓고선.. 정작 내 생각에 가장 중요한것을
두고 간 모양이다. 견물생심이라 하였던가... 살며시 내용을 열어보게 되었다.
형의 개인적인 글이기에 그 내용을 말할 수 없지만...
이제 나이도 찼는데.. 어서 좋은 여자 만나서 결혼을 하길 원하는 부모님의 바램을
알면서도 모른체 하는 형의 그동안의 행동을 이해할 수 있을것만 같다.
사랑하는 사람을 가슴에 묻어두고... 다른 사람을 쉽사리 만나지 못하는 어리석음은...
바보처럼 형두 마찬가지인가 보다.
좋은건 안닮구.. 꼭 이런것만 닮더라~...
니가 알아차리지 못하게..
하지만 니가 어떻게 지내는지 너무 궁금해서.. 너에 대한 흔적들.. 기억들을
찾아보려고 난 이렇게 애를 쓰는데...
난 가슴에 묻어두고 아직도 지우지 못하고 있는데...
넌 그렇지 않나봐...
새로운 사랑을 시작할 수 있었으니까...
나에게 그렇게 말할 수 있었으니까...
니가 잘 지내길 바라는 마음과 달리...
나라는 존재가 너에게 있어 어쩌면 그렇게 가벼운 존재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바람 좀 쐬러 나갔다 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