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는 생선이다
날 슬프게하는 생선이다
얼마전에 집에서 조기 한 상자가 온적이 있다
사서 바로 보냈는지 조기에는 지느러미들이 많이 달려 있었다
난 그것을 씻고 그냥 구워 먹었다
지느러미들이 밥 먹는 내내 입안을 괴롭혔다
그리고 또 조기 두 마리를 구웠고
또 두 마리 또 세 마리 이런식으로 자꾸 먹다가
마지막 한 놈이 남았을 때
입에 걸리는 가시들과 지느러미들이며 비늘같은 것들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 날 나는 조기를 씻으면서 참을 수 없이 많은 눈물을 흘렸다
내 자신이 너무 부끄러웠고 너무 슬퍼서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
손에 놓여진 그 마지막 조기는 단순한 조기 한 마리였을 뿐인데
나는 차마 소리는 내지 못하고 그냥 주저앉아 엉엉 울어버렸다
내 손에 놓여진 건 그녀였다
가끔 그녀는 김치며 생선이며 이것저것 챙겨오곤 했는데
난 그 사실을 몰랐다 사랑한다는 말 안해준다고 면박만 주고
구박만 주고 못된 짓만하고
난 그것이 사랑이였는지 미처 몰랐다
그녀가 나에게 사랑해요라고 말하고 있는 소리를 듣지 못하고 있었다
그녀의 조기들은 항상 다듬어져 있었다
지금 내가 먹는 비늘 지느러미 달려있는 그런 이상한 조기가 아니라
차마 말을 잇지를 못하겠네 눈물난다 참 하하
조기를 씻으면서 지느러미들을 자르고 속 내장을 솎고 헹구어 내고 비늘을 치고하는
일이 얼마나 귀찮고 어렵고 위험한 일이라는 것을 난 그 때서야 알았다 난 바보였고
정말 나쁜놈이 였다 정말 나쁜놈이 였다 나는 나쁜놈 나쁜놈 나쁜놈이 였다
그래 그녀의 조기에는 비늘 한 점도 지느러미 하나도 없었다
속까지 내장도 깨끗하게 손질이 되어서 난 원래 그렇게 파는 것인 줄로만 알았던 것이다
설마 그녀가 그랬을 것이라곤 한 번도 생각하지 않았다
날 보고 새침스럽게 웃고있던 그녀를 기억한다
나에게 권투시합이나 하자는 것처럼 주먹 날리는 시늉도 하고
발을 높게 들던 그 모습이 자꾸 잊혀지지 않는다
조기들을 다듬던 손길은 날 얼마나 원망했을까 마음이 너무 아프다
라볶이 해 주단다고 그랬었는데 ㅠㅠ 정말 눈물이 나는구나
나 다 먹을려고 사간 라면이였는데 혹시라도 하나 주면 좋아할까 싶어서
줬었는데 받을 때는 아무 내색도 없이 그냥 냉장고에 넣어둬라 시큰둥한 말투로
말하더니만 새벽에 라볶이 해달라고 하니깐 또 아무말 없이 있다가
삐져서는 한참 달래며 그 이유 들으니깐 자기한테 선물로 준거 뺐어갔다고
화나서는 난 그런 그녀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었다 도대체 왜 그러는 것이였는지
거기다가 속 좁다고 갖은 비아냥을 다 하면서 타박거리기만 했고 정말 눈물나네 거참..
요즘 라면만 먹어 밥도 안 먹고 그게 지금 당신을 사랑하고있어요라는 말인지는
꿈에도 몰랐다 내가 어리석었다
난 아직도 생각한다 뽀로퉁이 새침해 있던 그녀의 모습
뛸 듯이 기뻐하던 그 미소속에 다정했던 그 표정들
그녀를 이해할려고 한 번도 생각해 본 일이없다
그리고 이제는 그 때의 내가 이해될 수 없었던 존재였던 것을 깨달아가 가며 울고만 있다
그녀만 생각하면 마음이 너무 안 좋아지고 슬퍼지기만 하는 걸 떨쳐내려
큰 소리 오늘도 난 웃어야 한다 그녀를 위해서라도 밥을 먹고 건강해져야 한다
화가났을 땐 싸우는 것이 아니라 미안해져야 한다는 것을 그녀를 통해 알아간다
조기는 날 적부터 비늘이 없는 것이 아니고 사랑때문에 그 비늘이있어도 씹힐 수가 없다는
것을 이제야 나는 알았다
오늘도 제발 우울해지지 말기를 내 자신에게 부탁하고 부탁하는 바이다
솔직히 나 지금 가슴이 찢어질 것 같단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