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연이에게서 요즘 자주 전화나 문자 안부가 온다
그녀가 b형이라고 했다
아차 싶었다 난 b형을 제일 싫어한다고 말했다
혈액형때문에 그러는 사람은 처음본다며 기가 찬다는 듯이
언성을 높이 그녀에게 미안했지만
"그럼 우리 헤어져"라는 말에 "네"라고 대답해 주었다
사과의 문자가 왔지만 b형이라 별로 감흥이 없네
요즘은 치마길이가 짧은 여자들을 봐도 얼굴이 유난히 이쁜 여자들을 봐도
남성호르몬의 분비가 별로 안되는 것 같다
여자를 사귀고 마음도 별로 없다
지연이는 우리가 사귀고 있는 걸로 착각하고 있었나 보다
글쎄.. 결혼? 연애? 섹스? 독신주의자 어느 누구에게라도 물어본다면
셋 중 하나는 선택할 만한 것들이다 왠걸 난 세 가지 다 안 땡기는데
그냥 바람을 좋아하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바람의 향기를 맞고 좋아서 어쩔 줄 모르는 느긋함이 깊이 배인 사람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사람들은 흔히 내세우기를 좋아한다
자기자신을 대놓고 내가 잘났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그나마 훌륭하신 분들이다
남들을 통해 자신의 극히 평범함을 유별나게 보이고 싶어하는 이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은 인간저질이다 하지만 거의 모든 평민들이 남 씹는 일들을 즐긴다
난 씹혀본 적이 남들에 비해 적은 사람이다 왜냐면 남들이 씹던말던 거의
무감한 반응이기때문에 씹다가들 지친다
씹는다는 건 극히 평민들이나 하는 놀이이기에 고귀한 나는 그런 짓을 잘하지 않는다 ㅋㅋ
난 그런 극히 저렴한 인생 저렴한 인간들이 되기는 싫다
가끔 누군가가 보고 싶어질 때도 있지만은 저번처럼 견디기 힘들만큼은 아닌 것 같다
조만간 그 일로 개피 보겠지만 그 때 계산을 잘해 두었던 것 같다
개피를 보는 일도 그보다는 나은 일이니깐
행복해지고 싶다 이번 추석은 어딜 좀 다녀와야해서 잘하면 부모님께 가질 못하겠지만
설에는 꼭 찾아가서 다리도 주무러 드리고 뽀뽀도 해 드리고 와야지
수만가지의 일들이 꼬여있는 현재이고 현실이다
하지만 내가 직시하는 건 그 따위의 일들이 아니다
아무런 보상도 없을지도 모른다 콩 한 조각만한 보상도..
글쎄... 애시당초 보상 받길 원했다면 이 일에 덤벼들지도 못했겠지
잡초위에 핀 꽃은 풍랑에도 햇볕에도 두려워하지 않아
너따위들의 잡초들은 기껏해야 온실 속 화초들에 지나지 않아
날 그만 좀 낄낄대게 해 줬으면 좋겠어 짜식들 콧물들은 그만 좀 닦고 ㅋㅋㅋㅋ
그래 훌륭한 삶을 살다가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