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역하고 바삐 복학을 준비해야하는 나는 집은 부산, 학교는 서울이라 일단 내 집마련..이라하면 거창하고 내 방마련에 발벗고 나서고 있었다. 정말 하늘의 축복 비슷하게도 때마침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던 사촌 형이 장기적인 지방출장으로 인해 쓰던 자취방이 비어있다는 것이었다. 그 방이 바로 내가 지금 숙식을 해결하는 장소.
논현동은 보기보다 그다지 럭셔리하지 않다 가까이에 재래시장도 있고 휘황찬란하고 으리으리 고래등같은 집도 별로 없다. 문제는 사람들이었던 것이다. 이 사람들이 어찌나 럭셔리한지 어느 날은 장도 보고 동네지리도 익히느라 이리저리 돌아댕기고 있었는데 '아, 이것이 강남삘이로구나'싶은 빠숑의 첨단을 자랑하는 사람들이 즐비했다. '오 마이 갓,' 선남선녀들 중에서 솔직히 10명이상 꽂히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고 다들 멋쟁이에 한가닥하는 인상들을 풀풀 풍기고 있었다.
아무리 봐도 내 나이정도로 밖에 안 보이는데 스타일이 어느 뉴요커 못지 않는가 하면, 아주아주 어린 초등학생도 길거리 픽업이 가능할 정도의 미모와 스타일을 자랑하고 있었다. 하물며 집 바로앞 피씨방에 들어와도 알수있다. 온갖 빌라와 원룸촌 일색인 이 동네에 피씨방, 딱 어울리지 않은가 심심할 때 시간 때우기로 놀러올 수 있는 장소라고. 그런데도 여기있는 사람들은, 나처럼 반바지에 슬리퍼 질질 끌고 다니지 않았다. 놀랍다.. 이들의 외출감각이란, 피씨방도 이런데 이들과 저녁약속이라도 잡게된다면 어떤 모습을 보게 될까 감히 상상하기도 한다. 누군가 자주 말하곤 했던 "레베루가 틀리다"는 말을 초절감하는 것이다.
앞으로의 생활, 상당히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것은 집앞에 미용실, 집앞에 대형마트, 집앞에 유명옷가게, 집앞에 유명브랜드가구거리로 꽉 차 있어 쉽게 나의 럭셔리 라이프를 생각하는데 무리가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