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영아
나 지금 네 사진을 보고 있다.
매일 보는 사진인데 오늘은 기분이 좋다.
너 사는 거, 웃는 거 보니까 너무 좋다.
난 네가 웃으면 나도 웃고, 네가 슬플 땐 난 너보다 더 슬프다.
오늘은 별이 없다. 언제나 널 비춰주었는데...,
난 가을과 겨울이 너무 좋다
가을엔 낙엽이 지고 겨울엔 눈이 내리니까.
하지만 이보다 더 좋은 건
바람, 그 바람에 네게 보내지 못 한 편지를
글씨 없는, 눈물로 쓴 편지,
지금의 내 마음까지 실려 보낼 수 있으니까.
네 사진을 보면서 사랑한다. 사랑한다.
수 없이 말하지만 그땐 왜 그러지 못 했을까.
사랑하는 널 곁에 두고서도
사랑한다 말, 왜 하지 못 했을까.
이렇게 될 줄 알고, 이렇게 후회하려고...,
난 가끔 네 마음을 알고 싶다
네 눈에 비췬 난 어떤 모습이었는지
또 내게 어떤 감정 이였는지.
내가 너에게 처음 사랑을 느껴 을 때
너도 내게 사랑을 느꼈는지,
네가 널 사랑했던 만큼
너도 날 사랑 했었는지.
이것만이라도 알고 싶다.
난 죽어도 널 잊을 수가 없다.
내가 널 잊는 날, 난 세상에 없을 거야.
하늘이 허락한다면, 될 수만 있다면 별이 되고 싶다.
이젠 난 너를 행복하게 해줄 수 없으니까
죽어서라도 널 지켜주고 싶으니까.
지영아
난 널 만나는 게 두려워, 이젠 널 안을 수 없다는 걸 아니까.
이렇게 몰래 널 보는 것 외엔, 할 수 있는 게 아무것고 없으니까.
행복해라 넌 무조건 행복해야 된다.
나보다 더 좋은 사람
나보다 더 널 사랑해주는 그런 사람 만나서
세상해서 가장 행복하게 살아야 해.
내가 네게 준 아픈 과거를 까맣게 잊을 만큼
그렇게 행복하게 살아야 해
아마 이 편지도 보내지 못 할 거야
영혼이 되어서 하늘을 날고 싶다.
1996년 가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