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취방으로 올라왔는데, 하는 거 없이 빈둥 빈둥 굴러다니면서 그냥 책이나 읽으면서 하루를 보내고 있다. 이번에 올라올 때 내 ‘소중한’ 화분을 꼬옥~안고 올라왔다.
처음에는 정말 작았는데, 화분 안에서 살고 있는 나무가 많이 커서 화분도 큰 화분으로 바꿨다.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이 화분이(나무 이름을 '화분'이라고 지었다) 군대에서 외로울 때 나를 가장 많이 위로해줬던 거 같다.
평소에 꽃이나 식물 같은 건 잘 키우지 않는 편이었다. 예전에 집에 있을 때 잠깐 어머니가 사주신 노오랗고 작은 장미를 키웠던 적이 있는데, 물을 잘 주는데도 말라죽어서 왠지 모를 허탈감을 느낀터라 그 이후로는 그런 식물 종류는 그다지 돌보지 않았다.
아무튼 내가 일병 말 즈음 이었나?, 우리 부대 중대장님이 다른 부대로 가시게 되셨는데, 평소에 유머러스 하시고, 편하게 대해주셔서 내가 정말 존경했던 중대장님이었다.
가시기 전에 짐 싸는 걸 좀 도와달라고 하셨다. 그때가 주말이라서.. 다소 귀찮긴 했지만 가서 도와드렸는데(간부 명령이니..), 도와줬으니깐 줄 선물이 있다며 내일 다시 자기를 찾아오라고 하셨다.
근데 그걸 까맣게 잊고 있다가 갑자기 전화 하셔서 "야이씨, 야 빨리 이쪽으로 와봐" 라고 하시길래 , 아, 내가 또 뭔 실수했나 싶어서 부리나케 달려갔더니." 야, 너 내가 줄 거 있으니깐 오라고 했는데 왜 안 왔어, 짜샤 " 라고 하시면서 작은 화분을 하나 주셨다. 이게 뭔가... 싶었지만 잘 키워보라고 하면서 주셔서 일단 받기는 받았는데,,,
화분을 자세히 보니깐 주위에 자그마한 문구가 적혀 있었는데, 중대장님이 직접 컴퓨터로 출력해서 코팅까지 하셔서 붙여 놓은 것이다.
문구의 내용은 이랬다
‘가끔 힘이 들고 지칠 때는 눈을 감고 우주에 메세지를 보내봐~, 그리고 만약 이걸 버리거나 , 말라 죽게 만들면 너의 전역에 꿈은 영원히 꿈으로 남을지어다.-중위 XXX의 엄숙한 저주.’
그래서 전역을..하고 싶은 마음이 너무나도 컸던 시절이라 정말 열심히 키웠던 거 같다 .
그러다가 그렇게 키우다보니 정이 들어서인지 정말 힘들고 외로울 때는 혼자 미친놈처럼 화분이랑 이야기도 하고 그랬다.
이 화분이 거의 4년간 나와 함께 지냈다. 그동안 많이 신경을 못 써줘서인지 많이 시들 시들 해진 거 같다. 화분에 있는 나무는 내가 신경써줘야 다시 아름다운 초록 잎을 틔울 거 같다. 그리고 나도 이제 나를 많이 신경써줘야겠다. 그래야 올해에는 나도 화분처럼 제대로 된 초록 잎을 틔우게 될지도 모르니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