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오는 하루...
도서관에서 항상 모질게 느껴지는 토익책을 펴두고 하얀바탕에 검은점들과
한창 씨름을 하다... 잠시 바람쐬러 나왔다.
역시나 추적추적 비는 내리고... 머릿속에 그 수많은 점들은 얽히고 섥혀 정리가 되지 않았다.
더이상 앉아 있어도 능률이 오르지 않을 것 같아..과감하게 책가방을 들고 집으로 향했다.
그렇게 돌아오는 길... 우산을 미처 준비하지 못한터라 내리는 빗줄기를 맞으며
걸어오는데... 희미한 초저녁 가로등불 아래 내 그림자가 그렇게 초라해 보일 수 없었다.
그래 오늘은 이만 접어두자. 라는 마음과 함께 근처 편의점에서 소주 두병을 사들고 나왔다.
자취방이래야... 별반 안주감이 있을턱이 있나. 그나마 안주 될만한 것들을 꺼내놓고 술을
들이켜 본다. 소주 두병.. 예전엔 우스웠는데... 군대를 다녀오고 술을 멀리하며 지내던 시간이
길어져서 그런가?... 두병을 채 비우지 못했는데 술기운 돈다.
입술에 감각이 없어지고 동공은 흐려지고.. 손가락 끝에 감각 역시 사라져 가는데...
갈수록 머릿속은 텅 비워진듯한 느낌이다.
그래... 지금 느끼는 이 감정이 공허함일테다..
나는 무엇을 위해 이 시간... 쓴 소주잔을 들이키고 있으며...
오래전에 잃어버린 눈물샘을 자극하고 있는것인가....
살아가는 일들이 맘같지 않아서 솔직히.. 솔직히..말해서...
지치고 힘들다.
숨이 턱턱 막힐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내 맘속에 담아둔... 짐들을 내어놓고 어린아이처럼 펑펑 울고도 싶다.
내 마음 하소연 할 곳도 없거니와... 들어줄 이도 없다.
비가 추적추적 내린다.
봄비도 아니고.. 여름철 장미비도 아니다.
오늘 내리는 비는 꼭 내 모습같다.
환영받지 못하는 비... 시기를 잘못 선택한 비... 의미가 없는 비...
다 비우지 못한 소주잔...
그냥 버려야 겠다.
더 마시면... 정말...
어린아이처럼 펑펑 울어버릴것만 같다.
쪽팔리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