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술에 취했다.
소주도 아닌, 동동주도 아닌 ,
낯설었던 와인 한병을 다 마시고 취해버렸다.
와인 한병을 다 마시다니, 여튼 대단해.
밥값 +술값이 상당히 나왔지만..
언제나 그런 일들엔 익숙치 않은 나였지만
술에 취해서인지 별 상관하지 않았다.
같이 낼까? 라던지, 돈을 슬쩍 밀어주는 센스는 전혀 발휘하지 않았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사실 새벽마다 전화해서 나를 괴롭혔던 것에 대한 앙갚음 이랄까?
라고 나 스스로를 정당화 시켰다.
알싸히 취한 목소리 ,
집으로 돌아와선 비공개로 쓴다는 일기는 공개로 남겨져 약 6시간동안
모든 사람들 볼 수 있도록 널부러져 있었다.
미쳤군 미쳤어.
가슴이 울렁거렸다.
그리고 또 아무렇지 않은 척.
미련한 곰탱이가 여우가 되기는
쑥과 마늘을 먹고 사람이 되었다는 것보다 더 힘든 것 같다.
정말 나를 사랑하고, 이기적이였으면 좋겠다.
내 머릿속 혼란은 아직 견디지 못할만큼 슬프다.
그래서 여전히 미안하고, 마음이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