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누구는 술 마시고 담배 피고 노래 부르고 길바닥에 토하고
그 누구는 눈 비비고 빗자루 들고 쓰레기봉투 들고 쓸쓸하게 거리를 훑고
이 누구는 마우스 잡고 키보드 치고 모니터 보고 입에서 침을 튀기고
이 누구는 교과서 잡고 볼펜 잡고 꾸벅꾸벅 졸고 다시 눈 떠서 책 보고
저 누구는 미끄럼틀 타고 흙 속에 다리 파묻고 낄낄낄낄 넘어가고
저 누구는 휠체어 타고 엄마 손 잡고 쓸쓸히 친구들을 바라보고
세상엔 누구가 너무나도 많다. 자기 살 길 바쁘다고 하면서도 세상엔 누구가 많다고 한다.
겨우 하루라는 짧은 시간 속에서도 내 눈에 띈 누구들은 너무 많다.
그럼에도 그 누구는 이 누구를, 이 누구는 저 누구를, 저 누구는 그 누구를 보면서 쯧쯧쯧, 혀를 찬다.
그 누구의, 혹은 이 누구의, 혹은 저 누구의 일기를 쓰면서 나 역시 쯧쯧쯧, 혀를 찬다.
밝고 싶었는데 자꾸 어두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