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는 게,
사람을 재는 게 정말 나쁜걸까.
전에 어떤 오빠와의 대화.
여자가 자기와 어떤 다른 남자를 두고 재는 게 보이더란다.
그래서 너무 기분이 나쁘더란다.
웃으며 내가 그랬다.
그 여자도 참, 안 들키게 재야지.
상대방 입장에선 좋을 게 없다 사실.
저 사람이 나에게 온전한 믿음과 사랑을 주지 못하고,
이렇게 저렇게 자신의 잣대로 재고 있다는 게.
그 사실을 알면서도.
자꾸만 사람을 재게 된다.
이렇게 재어보고.
저렇게 재어보고.
21살 때 처음으로 이별이란 걸 고통스럽게 해보고.
가만히 기억을 더듬어보니.
23살 후반기에 접어든 지금까지.
생각보다 만난 남자들이 많았다.
사귀고 그런 관계가 아니라,
정말 단지 만난 남자.
그랬는데 뭐가 문제였을까.
그 사람은 다른 여자를 만나고 헤어지고 정리까지 하는 동안에.
나는 아무도 만나지 못하고,
자꾸 만나기만 만나서 재고 재고 또 재기만 했다.
얼마전에 받은 고백까지 거절해버리고 말이다.
그냥 나는 단지,
좀 신중하고 싶었던 거다.
그렇게 봐주면 안될까?
상처 받기 싫어서 그런거라고.
문득, 커피 프린스 1호점, 한결의 대사가 생각나네.
뭐 어쨌거나.
헤어질 때 충격이 너무 커서.
이번 만큼은 안 그래야지, 안 그래야지 하는 마음으로.
한 번 생각 할 것을 세 번 생각하느라 그런건데.
너무 지나치게 신중했던걸까.
어쩌면 좋은 인연이 되었을지도 모를 사람들을.
그냥 문득 그런 생각들이 들었다.
뭐 그렇게 재고 따지고 그랬는지.
후회는 없지만. 생각은 많다.
왜 그랬을까, 하는.
자꾸만 인연이 닿는 사람이 생겨버렸다.
그새.
정말.
이번만큼은,
나의 딱딱하고 무거운 잣대로 그 사람을 재지 않을 수 있을까.
그냥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인정하고 내 모든 감정을 던져버릴 수 있을까.
그렇게 해야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