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연휴 전날부터인가 불을 끄고 방에만 박혀 있었다
잠도 자지 않고 음식도 먹지 않고 생각에만 잡혀 있었다
얻은 답은 없다
오늘 저녁이 되어서야 핸드폰을 켰는데 때마침 친구녀석이 날 찾아온다 했고
우린 만나서 동대문으로 향했다 비 오는 날 술과 음식들이 차려졌고
비를 맞으며 서 있는 포장천막 아래 서너잔 주고 받았다
술만 마신 것 같다 한참을 굶고 음식물들을 많이 먹지 않는다
물로 먼저 속을 재워나야 한다
속은 참 쓰리다 그래도 빗속을 지나쳐 가는 인파들의 얼굴을 면면히 살폈다
뭐 그냥 그랬지
친구놈이 옷이 그게 뭐냐며 옷이나 몇 벌 맞추자고 한다
처음엔 한사코 거부했지만 녀석은 나보다 팔힘이 쎄다
농담 삼아 막 고르라는 말에 그냥 정말로 막 골랐다
간이 작아 20만원정도에서 멈췄지만 녀석은 신이났는지 이것저것 더 골라준다
녀석은 알까 방금 전까지만 해도 삶의 기로를 택하고 있던 나라는 걸
녀석이 하는 모양새로 봐서는 내가 죽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사온 옷들이 다 해져서 못 입을 때까진 그래도 살아줘야지
그냥 아무 생각없이 살아만 있기 이것이 내가 며칠동안에 걸려 내린 결과다
수많은 생각들을 했지만은 어머니와의 추억과 유년시절의 추억들이 날 끝내 흔든다
녀석은 초딩 3학년 떄부터 친구로 보자마자 주먹다짐을 한 친구였다
이미 녀석의 턱수염도 내 턱수염도 여느 수염들 보다 강한턱이 되어 있었다
나나 녀석이 겨우 채운 이 짧은 세월마저도 채우고 가지 못한 친구들을
입에 올리진 않았었지만 녀석의 험상궃은 눈매는 넌 가지마라고 말하는 것 같아서
어느 여인에게 미안하다는 문자를 보냈다
이젠 어엿한 미래의 남편이 되실 분이 있는 예비신부에게
그녀는 군시절부터 펜팔로 알게 된 친구였고 오랫동안 날 쫓아다녔다
왜그렇게 그녀에게서 거부반응이 일어났는지는 미스테리지만
그동안 내가 너무 심했다는 생각에서 그런 자신을 이해해줘서 고맙다는 말을 남기고 떠난
그 여인에게 미안하다는 문자를 보냈다 번호가 맞는 건지 아닌 건지 답장은 받지 못했지만
아들 딸 낳고 행복하게 부군과 잘 사셨으면 좋겠다
지금까지 잠을 자지 않았다
곧 있으면 잠들 터이고 깨고 일어나면 또 다른 하나가 보일 것이라는 예감이 든다
그냥 숨 쉬고 살아는 있을 테니깐 날 사랑해 주는 내 모든 사람들이 더 행복해졌으면 하는 바램이다
이렇게 멋진 옷들을 선물해 준 내 친구부터 날 잘 모르는 사람들과 내 부모 형제까지도 말이다
으.... 33였던 싸이즈인데 28도 작아....
28싸이즈가 몇 겹 접치네 ㅎㅎ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