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숨을 쉬고 있는지...
내가 무엇을 쥐고 있는지...
내가 생각을 하고 있는지...
삶에 대한 의식과 감각과 사고가 멈춰버린 생활이었다.
슬럼프라면 슬럼프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이건 정말 상상 이상의 지독함이었다.
무료함과 공허함과 외로움과 그리움 속에서 내 존재감마저 잃어버릴 지경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렇게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나에겐 그 시간들이 지독하게 길었다.
그리고 어느순간 이대로 죽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덜컥 겁이 났다.
아니.. 겁이 났다고 말하기보다는 그런 지금 내 모습에도 많은 애정을 쏟고있는 수 많은 사람들의
슬픔에 대한 지각으로 인해 내 자신을 용서할 수 없었다.
항상 꼬리에 꼬리를 문 수많은 생각들에 허우적거리고 있었지만... 그것들은 언제나 한결같이
결론이라는 것을 나에게 안겨주지 못했다. 그리고 그것을 깨달은 순간.. 또 다시 꼬리를 문..잡념이
나를 삼키기 전에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사람이 많은 거리를 미친듯이 헤집고 걸었다. 목적도 없고 가야할 필요도 없는 수 많은 갈래길에서도
아무런 망설임없이 걷고 걸었다.
그렇게 걷다보니... 조금씩 눈이 밝아지고 머리가 맑아지고 생각이 차분해지는걸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한숨이 쏟아져나왔다.
좌절과 실망으로 인한 한숨이 아닌.. 그간 썩을대로 썩어버린 내 안의 모진것들을 토해내는 듯한
한숨이었기에... 억지로 내쉬고 내쉬고... 반복해서 내쉬었다.
다시 내 자리를 찾은 느낌이 들었다. 내가 해야 할 일.. 내가 가야 할 길..
조금씩 느낄 수 있었고 자신감도 생겨났다.
'일단 부딛혀보자. 한번 두번 실패한다고 해서 내 모든게 끝나는게 아니니까...
한번 두번의 실패는 언젠가는 나에게 더없이 값진 보배로 돌아올거야.' 라는 믿음...
그리고 돌아오는 길은 편안한 택시를 잡아탔다.
그렇게 돌아와 그동안 내가 해야만 했던 나의 일들.. 나의 생활들을 돌이켜보니 산더미처럼 쌓여있는게
아닌가!!.. 하지만 그런것들이 이제서라도 내 눈에 띄어준 사실이 그렇게 고마울 수 없었다.
며칠간 하지 않아도 될 일까지 만들어 더욱더 내 생활을 복잡하고 어렵게 만들어버렸다.
수습하려면 지금도 시간이 빠듯하고.. 당장 다음주부터는 정신없이 바쁠테지...
하지만 지금은...
생에대한 목표와 감사함을 갖고...
내가 가지고 있는것과 앞으로 가져야 할 것들까지..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지금 다시 도약하는 내 모습에 설레임을 떨쳐버릴 수 없다.
다시 뛰어오를 시간이다. 움츠리고 있던 기나긴 시간만큼...
이번엔 더 멀리.. 더 높이 도약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