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소개팅을 안 하느냐고- 묻는다.
나는 농담처럼 운명적이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말하지만
그렇다고 정말 드라마에나 나올법한 운명적인 만남을 기다리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만남을 위한 만남’에 근거 없는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물론 소개팅을 하는 모든 사람에 대한 거부감이 아닌, 그냥 내 일이 되었을 때의 불편함일 뿐이다. 나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옷 쯤?
주변 친구들은 이런 나에게 드라마를 너무 많이 봤다거나
날 좀 안다는 사람은 지레 겁이 나서 이기때문이라는 진단을 내리기도 했다.
뭐, 썩 틀렸다고 보진 않는다.
근래 들어 이렇게 나이만 한 살 한 살 먹어가는 내가 안쓰러워 보이는지 여기저기서 혀를 끌끌 차며 한 소리 씩 하는 일이 많아졌다. 심지어 부모님까지도…좀 나가 놀라며...
일단 누굴 만나야 스토리가 진행되니까 일단 표본을 넓혀보라는 실질적인 충고도 해준다. 그럼에도 싫다고 고개를 내젓는 나에게 “아 관둬” 하며 답답함을 짜증으로 승화시키는 이도 몇몇 있다. 그러다 보니 막연한 그 ‘거부감’의 정체가 뭔지 나도 고민하게 되었다.
내가 내린 진단은 이렇다.
나에게 사랑은 이루어야 할 목표는 아니다. 그렇다고 필요 없는 거추장스러운 감정도 아니다. 나도 외롭다. 나도! 아, 정말 그렇다. 하지만 외로움이 사랑의 동기가 되는 것은 싫다.
나이 들수록 연애하기는 더 어렵다는 말에 스카이다이빙 하듯 눈 질끈 감고 용기 내야 할 일은 더더욱 아니라고 생각한다.
소개팅 자리는, 좋으면 좋겠지만 ‘아니면 말고’라는 그 “말고” 때문에 불편하다.
표본 넓히러 나왔소 하고 앉아있는 것도 상상해보니 좀 멋적을 것 같다.
게다가 인간표본수집에 흥미가 없는 나로서는 애써 표본을 넓히는 일이 사서 고생처럼 느껴진다. 알아진 사람만 알고 지내기도 벅차다.
재미 삼아 경험 삼아 해볼까 생각도 했지만 솔직히 겁이 났다. 호기심에 시작한 일에 한번 데였던 전적이 떠올라 이런저런 생각이 앞서기 때문이다.
다만, 어느 순간 좋은 감정이 찾아온다면 나에게 솔직하고 싶다고 생각한다.
그때 겁이 나서 숨지는 말아야지 생각한다.
용기는 다 필요한 순간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언젠가 오겠지. 죽기 전엔 오겠지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