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일 고속도로는 저질이다.
월요일은 마음의 준비라도 하고 맞이하는 체증이지만
화요일에는 괜찮겠지 하고 나갔다가 항상 지각을 한다.
그래서 오늘은 화요일에도 바짝 마음을 다잡고
일찍나가...지는 못하고 지각할 각오를 했다.
그런데, 누가 조종이라도 하는지 오늘은 보란듯이 도로가 뻥뻥 잘 뚤렸다.
출근시간보다 30분이나 일찍 떨어진 나는 하필 열쇠도 없어
날도 추운데 사무실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서성이다가
괜한 커피값만 몇천원 날아갔다.
캔커피 500원의 손 데일듯한 따끈달달함을 상상하고 어젯밤부터 기분이 좋았는데
그대신 그보다 몇배는 더 비싼 별다방 커피를 마시면서도 몇배로 행복하지는 않았다.
그런걸 보면 참 행복하기 위한 절대적인 조건은 없다.
내가 좋아하는 일들이 하나씩 하나씩 채워지면 그게 행복인거다.
예전에는 바쁜 생활이 무작정 싫었는데 요즘 나는 대책없이 일을 벌리면서도 힘든 줄 모른다.
하나쯤은 정리들어가야 한다고 밤에는 결심하지만 아침이 되면 아무것도 포기하지 못하게 되버린다.
주변사람들을 뜸하게 만나게 되고 내 소소한 취미생활을 뒤로하다가
인생 빡빡해져 본 지난 기억을 떠올리고 또 그렇게 될지 모른다는 조바심이 들지만
어느것 하나도 포기할 수 없을만큼 나는 지금 벌어진 일들에 욕심을 못버리겠다.
훗날 지칠걸 알면서 이러는 나는 어리석은 걸까?
아니면 잘 하고 있는 걸까?
생각해도 답은 안나오겠지만, 혹은 누군가 뭐라고 답을 일러줘도 결론은 같다.
나는 내일도 벌어진 일들을 하나도 포기 못하고 계속 하고 있을 것이다.
일이 잘 풀려서 이거 좀 불안하다고 생각했는데
나는 어쩌면 지금 너무 행복한 것일지도 모른다.
내가 좋아하는 일들이 하나씩 벌어지고 있으니..
내 뜻대로 되는 것만큼 과분한 행운이 어디 살면서 자주 오겠나 싶기도 하다.
다만, 그것들이 좀 하나씩 천천히 왔더라면 더 좋았을 뻔했다.
열심히 살자
다른거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