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랑 술 한잔을 했다.
오랜 친구도 아니고, 자주 만나는 친구도 아니지만
항상 만날때 기분좋은 대화를 한다.
신변잡기 수다, 농담들을 늘어놓지만 다른 친구들과의
'일상보고서'식과는 약간 성격이 다르다.
골똘히 생각하고 말을 하게 되기때문이다.
좋은친구, 멋진친구, 생각하면 항상 기분이 좋아지는 그런 친구다.
오늘은 이런저런 대화를 하다가,
아무한테도 보여준 적 없는, 내 마음 깊숙히 있어서 나조차
잊어버리고 있던 기억이 나도 모르게 술술술 흘러나왔다.
눈물이랑 같이-
감자튀김까지 씹어가며 눈물을 훔치느라 정말 목이 메였다.
'이야기를 들어주다. '
누군가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경험을 오늘, 처음 해봤다.
그건 아무도 내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라
내가 누구에게도 이야기 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왜인지 잘은 모르지만, 그냥 그랬던 것 같다.
친구는 내가 우는 모습을 보며
해답을 제시하려고 목소리를 높이지도, 나를 질타하지도
밑도 끝도 없이 내편을 들어주며 괜찮다고 말하지도 않았다.
그렁그렁 눈물 같이 매달아주고 말하도록 가만히 내버려뒀다.
그러다보니 그냥 깊은 속 얘기가 나도 모르게 계속 나왔다.
내가 한 것은 '털어놓기' 뿐이었는데 마음이 이렇게나 가뿐해져있다.
어쩐지 아까 그 문제가 입밖으로 꺼내놓고 보니 별것 아닌 것 처럼 느껴졌다.
그렇게 들어주는 것 만으로 위로가 될 수 있다는 걸.
위로 받아보고 배운다.
그 동안 나는 꽤나 소질있는 상담가라고 생각했는데
위로가 필요했던 친구에게 조언을 주려고만 한건 아닌지..생각해봤다.
해결책은 누구나 알고 있다.
고민하는 사람도 모두 그 정답을 가지고 있다.
없는 것은 '용기와 결단'
그것을 위해 필요한 것은 '위로'
누군가를 진정으로 위로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